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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 같은 현재 Nov 06. 2024

세상 속의 나약한 존재

성찰의 시간

아이가 잠든 저녁,

오래전 일이 떠오른다.


아이가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을 때

아이를 포대기에 안고 은행에 간 적이 있다.

밤새 수유를 하며 잠을 설친 탓에 피부는 푸석했을 것이며, 머리는 뒤로 질끈 묶은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소파에 앉아 대기 중인데, 어떤 아주머니 2명이 아는 척을 한다.


"ㅇㅇ 엄마 아니에요?"

"아니에요."

"너무 비슷해서 착각했어요. 아이가 너무 예쁘네요."라며 말을 이어간다.


나는 출산 후 첫 혼자의 외출이었고, 첫 아이를 출산한 직후라 내 아이가 정말 예뻤고, 그걸 처음 보는 사람이 알아봐 주니 정말 기뻤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어디 사냐는 질문에 아파트 이름을 알려주게 되고, 자신도 그 아파트 @동에 산다고 한다. 그러다가 몇 동 몇 호까지 알려주게 되었다(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서운 순간이다.). 그러면서 은행 볼일 마치면 아기 안고 걸어가려면 힘드니, 자신들이 차로 태워주겠다며 선의를 베풀었다. 그땐 그게 고마웠다(지금 생각하면 미쳤다.).


내가 은행 업무를 모두 마칠 때까지 그 2명의 아주머니는 정말로 나를 기다려줬고, 업무가 끝나고 나와 함께 은행 문을 나섰다. 자신들의 차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는데, 불현듯 신세를 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걸어오는 길에 그제야 무서운 생각이 몰아쳤다. 그 사람들이 의심스러워졌고, 내가 한심하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몰려들었다. 잰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이중 삼중으로 문을 걸어 잠갔다.


그 후 며칠 뒤에 그 아주머니들은(늘 2명이 함께 찾아왔다.) 정말 집에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며 누구 엄마 있냐고 했다. 모른척하고 있었더니 며칠 뒤 또 찾아왔다. 워낙 아이가 어려 외출을 잘하지도 못하지만 집 앞 슈퍼도 못 갈 만큼 두려움이 음습했다.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출동한 엄마가 와 계신 날도 역시 왔다. 친정엄마가 그런 사람 없으니 다시는 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뒤로 아주머니 2명은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쳐다볼 때마다,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나의 무지함과 바보 같은 행동에 아무것도 모르고 내 품에 안겨있던 아이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뻔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 특히 밤중 수유를 위해 일어난 새벽에는 더 감성적이었기에 수유를 하며 펑펑 울곤 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순간 뇌를 스쳐 지나가는 일이 있는데, 이 일은 주로 내가 아이에게 미안할 때 반복적으로 상기되는 장면 중 하나이다.


나약한 존재

자의적으로 할 수 없는 존재

그래서 누군가에게 온전히 의지해야만 하는 존재

그것은 너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나의 무지함에 화가 나고

세상의 더러움에 치가 떨리기도 하며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한 너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매 순간 깨어있자고 다짐한다.

몸은 여기 있지만 정신이 어디 있는지 헷갈리지 않게 현재를 살자고 다짐한다.

오늘도 나는 너를 보며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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