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과 함께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근처 햄버거 가게로 갔다. 아이들의 눈은 먹을 걸 고를 때 가장 반짝인다. 메뉴선정에 과한 에너지를 투자하며 심사숙고하는 아이들. 잔뜩 집중한 눈과 입이 귀엽다. 다행히 키오스크 뒤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가만 기다릴 수 있었다.
고민을 거듭한 아들들이 내 예상보다는 빨리 메뉴를 골랐다. 세트메뉴 3개를 주문했다. 각자 먹을 햄버거, 감자튀김 2개, 오징어링 1개, 음료 3잔이 준비되었다.
우리 큰아들은 햄버거를 먹을 때면 음식을 먹는 확실한 순서가 있다.
막내 : 엄마! 형이 햄버거는 안 먹고 자꾸 감자튀김만 먹어.
본인 몫으로 획득한 햄버거를 옆에 놔두고 다 같이 먹는 감자튀김과 오징어링부터 공략하는 식이다. 어린 시절 1남 3녀 북적이는 집에서 자라온 나는 살아남기 위해 전투적으로 음식을 먹곤 했는데, 큰아들이 나를 똑 닮았나 보다. 아니면 어릴 때 마음껏 못 먹은 한을( 큰아들은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 사춘기가 되어 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음식을 먹을 때면 주로 오빠를 경쟁상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 밥상에 앉을 때면 늘 오빠의 손이 어디로 향하는지 체크하며 그의 젓가락 행보를 주시하곤 했는데, 큰아이 역시 항상 동생의 음식을 체크하며 음식을 먹곤 한다.
어린 시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던 나의 식탐은 이제 외부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큰아들의 성향상 아들의 식탐이 분명 때와 장소를 가릴 거라고 확신 하지만, 가끔은 살짝 걱정스럽기도 해서 다 같이 먹을 때는 못 먹은 사람이 없는지 생각하면서 먹기로 하자고 얘기하곤 한다. 성장기에 돌입한 그는 내가 만든 음식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음식에 열정적이니 말이다.
햄버거 가게에 앉은 큰아들의 손과 눈과 입이 바삐 움직인다. 친구들과 함께할 때조차 자기의 몫을 칼같이 나눌까봐 감자튀김을 한 곳에 부어서 같이 먹는데, 본능에 충실한 아들을 보고는 웃음이 나서 한마디 건네었다.
나 : 아들 선 넘네? 한입에 감튀 2개는 몰라도 네 개는 좀 선 넘는 거 아니냐?
큰아들은 내 말을 듣고 가장 기다란 감자튀김 2개를 골라 입에 넣으며 대꾸한다.
큰아들 : 아 알았어 알았어 이제 됐지?
햄버거 점심을 배불리 먹은 아들은 점심을 먹은 지 약 두 시간이 지난 후 간식을 요청했다. 후하게 간식을 차려준 후 몇 분이 지나자 막내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형이 내꺼 또 뺏어 먹어"
간식을 후하게 줬는데도 동생의 몫을 호시탐탐 노리는 큰아들이다.
비록 지금은 음식을 탐하는 아들이지만,사람들 사이에 섞여여유롭게음식을즐기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