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어느 팀을 이끄는 팀장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어느날 임원이 태스크포스팀의 일원으로 일 잘하는 팀원을 참여시키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그 지시에 가까운 임원의 말에 “네, 그래야죠.”라고 흔쾌히 말할 자신이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겁니다. 그 팀원이 빠지면 금년에 목표로 했던 팀 KPI 달성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불보듯 뻔하니까요. 예상했던 보상은 고사하고 경영진으로부터 성과 저조에 책임지라고 손가락질 받는 장면이 눈 앞에 흘러갈 테니까요.
그래서 여러분은 임원에게 “그 친구는 우리팀에 없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하거나 “현재 그 직원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서 중도에 뺄 수 없습니다. 만약 그를 차출한다면 우리팀을 넘어 사업부 전체에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할 겁니다. 그러고 싶습니까?”라며 살짝 협박을 가하면서 어떻게든 그를 팀 외부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지 않은가요?
이처럼 우수인재가 조직 전체로 ‘흘러 다니지’ 못하게 만들고 자기네 팀 안에 ‘고인 물’로 가두려는 행위는 ‘성과주의 인사’가 낳은 또 하나의 폐해입니다. 그저 기존에 해 오던 업무만 수행하도록 우수인재를 ‘가두리 양식장’에 가둔다면, 그건 두 가지 차원의 손실을 발생시킵니다.
하나는 우수인재의 쓰임을 조직 전체에 확대되지 않게 막음으로써 조직 성과 창출의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우수인재의 잠재력을 발현시키고 성장시키지 못한다는 것이죠. 물이 고이면 썩듯이 인력이 고이면 성과가 썩습니다. 현금흐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활발한 인력흐름이죠.
인력흐름(Talent Mobility)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실증 연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i4cp(Institute for Corporate Productivity)라는 연구기관은 65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력흐름과 조직성과 간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i4cp의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인력흐름이 활발한 조직은 그렇지 못한 조직보다 성과가 뛰어나다”였어요.
좀더 자세히 말하면, 성과가 뛰어난 기업은 우수인재를 순환시키고 육성하는 리더들에게 더 나은 보상을 준다는 점, 타사보다 두 배 이상 인재의 이동에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점, 인력흐름이 우수인재 보유(retention)의 키 포인트로 여긴다는 점, 인력흐름이 원활하면 우수인재가 회사를 떠날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점 등이 주요 연구 결과였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과연 인력흐름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되돌아 보세요. 이런저런 제약과 타협적인 조항들이 혈관에 쌓인 혈전처럼 인력의 원활한 흐름을 막고 있지는 않은가요? 우수인재를 어느 부문(사업부, 기능, 역할 등)으로 보내는 것이 그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인지를 늘 고민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Lorrie Lykins, Kevin Martin & Eric Davis(2016), Talent Mobility Matters, Institute for Corporate Productivity (i4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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