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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 카포 Feb 07. 2023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리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그리고, 민주화를 이루어낸 지 35년이 지난 이 시점에, 대한민국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beapro700>




이 책은 고려대학교 최장집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쓴 책으로, 대한민국 정치학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책이다. 대한민국 정치학의 입문서이자, 가장 권위 있는 책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정치외교학과에서 교과서로 쓰이기도 한다. 이 책이 주로 다룬 내용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이고, 그중 민주화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의 정치를 주로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려운 과정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 이제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시대가 왔고, 심지어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탄핵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민주화 이후 35년 간, 소득 불평등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재벌 구조는 강화되었으며, IMF 이후 고용불안과 빠른 신산업의 성장으로 양극화와 비정규직은 늘어났다. 저소득층은 더욱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으며, 중앙집중화로 인해 지방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교육이 전 사회적 계급투쟁의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교육에 시장의 논리가 개입되었고, 양극화가 시작되었다. 또한, 대학을 나와도 먹고살기 어려워진 시대가 오면서, 고시 열풍이 시작되었고, 시장의 논리가 고시라는 계급 상승의 마지막 수단까지도 잠식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든 민주화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이 책은 던지고 있다.



짧게 요약하자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냉전 반공주의를 근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보수 편향적 정치 체제를 만들었고,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불평등을 제어할 수 있는 국가 역할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만들었고, 오히려 IMF라는 위기를 겪으며 규제를 빠르게 제거시켜 획일주의와 상층 이동에 대한 경쟁 과열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정치는 양당 체제의 보수성과 엘리트적 태도를 보이며 사회의 근본적 이슈와 괴리된 권력투쟁을 벌였다. 결국, 냉전 반공주의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정치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가 되어 서민과 노동계급을 대표하지 못하는 양당체제로 전락했고, 많은 이들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게 되어 결국 기득권, 보수적 유권자가 과대대표되는 현상을 만들어 계속해서 냉전 반공주의, 보수 편향적 정치 지형을 가지게 되는 순환논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보다 세부적으로 논의를 이어가자면, 세 가지 시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해방 후 이승만 정권까지를 첫 번째 시기, 박정희와 신군부를 두 번째 시기, 마지막으로 민주화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세 번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해방 이후부터 이승만 정권까지의 시기에는 냉전의 논리, 남북의 논리가 정치에 가장 강하게 작용했다. 자유진영에 속한 대한민국은 박헌영과 남로당으로 대표된 남한의 좌파세력, 김구, 김규식 여운형과 소장파로 대표된 남한의 중도세력 모두를 배척했고, 이승만의 자유당과 김성수의 한민당의 보수 양당 체제로 시작되었다. 그중 이승만의 자유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토지개혁을 통해 농민 등 하층의 지지를 확보하는가 했지만, 사회 전반의 헤게모니를 획득하지 못했고, 권위주의를 시작하자 중산층과 학생이 지지세력에서 이탈하며 4.19 혁명을 일으켰다. 다만, 그렇게 정권을 잡은 민주당도 사회 전반의 헤게모니를 잡지 못하고 군부에게 정권을 넘겨주었다. 194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시기로 인해 대한민국에는 반공주의의 무기화를 통해 좌파와 중도파를 배제하는 정치 지형이 형성되었다. 또한, 인민, 민중, 계급 등의 정치적 언어에 대한 사용에 대한 적대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보수 양당 체제를 굳건히 했다.



두 번째 박정희 정권은 국가 중심의 산업화를 이루어냈고, 성장, 효율성 목표달성이라는 세 가지 비전을 지향하면서 경제발전주의를 국가의 이데올로기로 삼았다. 군사주의와 경제발전주의가 결합하며 노동자, 학생 등에 대한 통제가 성행했다. 또한, 재벌이라는 새로운 계급이 창출되었고, 새마을 운동을 통해서 농민이라는 강한 지지세력을 획득했다. 또한, 3선 개헌 이전까지는 정부의 수행 능력이라는 강점을 통해 중산층,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지층을 획득했다. 하지만, 3선 개헌, 유신 체제 이후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저버리며 노동자와 중산층이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접게 되고, 결국 박정희 정권과 신군부 모두 민주화라는 강한 물결에 휩쓸려 갔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과 신군부는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를 통해 노동문제나 계급 불평등 해결 시도를 이데올로기로 공격하는 일종의 문화를 만들어냈고, 이념성을 수반한 정치 사회 조직을 적대시하는 체제를 만들어냈다. 또한, 재벌 체제라는 경제 시장에서 비민주적인 계급을 만들어냈고, 대통령에게 초집중되는 권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관료 체제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권력과 언론의 유착을 만들어냈다. 언론은 어젠다와 이슈를 설정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를 통해 준사법적 기능을 하는데, 언론이 대기업화되면서 경제 계급과 유착하게 되고, 지금은 정치적 대표 체제의 보수성과 보수 양당 체제를 지탱하고 있다. 또한, 냉전 시대의 논리를 여전히 재생산해내고 있다.



마지막, 민주화 이후의 정치는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지지 세력의 붕괴를 든다. 민주세력은 냉전 반공주의와 엘리트의 기득 이익으로 구성된 보수적 요소와 보편적 민주화 개혁 진영의 운동적 요소의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민주 세력이 권력을 잡았을 때, 여러 이유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며, 정부 운영 능력에 한계를 느끼며 관료에 의존하게 되며 보수적 요소만을 강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운동적 요소, 개혁적 요소에 대한 배제가 성행하고, 그 지지층이 이탈하며 지지기반이 약화된다. 또한, 서민층과 노동에 대한 의제 등 사회 경제적 이슈가 정치세력에 의해 비교적 간과되면서 이들의 이탈과 정치에 대한 혐오는 가속화된다. 김대중 정부의 미진한 재벌 개혁, 신자유주의 체제의 도입, 노무현 정부의 노동을 대하는 친기업적 태도와 한미 FTA, 비정규직 3 법 등 사회민주주의적인 개혁적 요소를 배제한 사회경제적 정책을 통해 이러한 점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 양당 정치보다 정치 스펙트럼으로 보았을 때, 왼쪽에 위치한 유권자들이 정치 혐오의 양태를 보이며 투표 등 정치 행위에서 이탈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재 탈냉전 신자유주의 노선을 취하는 민주 정당, 냉전 신자유주의 노선을 취하는 보수 정당 양당 체제가 간과하고 있는 탈신자유주의 탈냉전 노선, 즉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취하는 정당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 책은 2010년에 쓰인 만큼 지금 현재의 정치를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큰 틀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는 이렇게 발전한 것이 맞다고 본다. 특히 '미스터 국보법'이라고 불린 황교안 전 총리와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과 6년 전까지 집권한 것을 보면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냉전 반공주의와 보수 편향 정치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수많은 진보 어젠다를 바라는 사람들이 양당의 노선에 실망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6년 촛불집회부터 2022년에 끝난 문재인 정부까지의 약 6년은 수많은 변화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한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역사적으로 가장 왼쪽 노선을 취한 정부였다. 민주당은 점점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많은 개혁적 요소를 채택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민주당보다 훨씬 진보적 스탠스를 취하며 신자유주의보다는 큰 정부, 복지국가를 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정치적 양극화로 점철되고, 분열과 갈등의 촉매가 되었다는 점, 시민사회와 정부의 일원화로 인한 포퓰리즘과 권력집중화가 생기고 말았다. 저자는 최근, 운동권적 정치관 같은 투쟁적이고, 또 다른 권위주의를 재생산하는 민주 세력이 자유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정치관은 결국 검찰 개혁 등 권력 개혁에 대한 과도한 집중으로 이어져 연금 개혁, 복지와 노동 등 미래에 대한 논의를 만들지 못했고, 결국 정권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맞았다. 또한, 그 결과 “아”와 “피아”의 정치라는, 비합리성의 시대를 맞아버린 것 역시나, 안타까운 일이다.


두 번째로, 보수 정당 역시 합리적인 스탠스를 가질 수 있는 진영으로 변모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던 반공주의적, 극우적 지향, 권위주의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었던 이른바 '친박'계열의 몰락과 합리적 보수, 개혁보수를 표방했던 바른 정당 출신들이 당 내에서나 국민적 지지에서나 모두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서 그런 부분을 알 수 있다. 보수 세력이 반공적 요소와 결별한다면, 더욱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하고, 양당이 스펙트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언론에 대한 장악 시도와 반발 그리고 정상화를 거치면서 언론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고, 정권이 장악할 수 없는, 언론이 독립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또한, 기술적 진보로 미디어 시장이 훨씬 더 넓어지며, 가짜뉴스라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이제 주류 언론이 지배적 지위를 군림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런 점에서 지난 6년 간 대한민국 정치가 발전했고, 언젠가 저자가 주장한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 혐오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로 향한다. 그리고, 정치 혐오의 가장 큰 가해자는 정치인들이다. 결국 정치인들이 합리적인 정당 체제를 완성해 사회적 요구에 맞는 의제를 설정해 논의하는 그 시점이 대한민국의 완전한 민주화일 것이다.


다소 어려운 책일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액기스를 모아 놓은 아주 보석과 같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여야가 동시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본인들 입장에서 상대편에 대한 비판으로 위기라는 워딩을 사용한 것일 수도 있고, 정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라고 본 것일 수도 있다. 여야를 떠나서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위기가 맞다고 생각된다. 지난주 주말, 나는 볼 일이 있어서 서울시청에 갔다. 그곳에서 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두고 극단을 나뉘어 스피커를 강하게 틀고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민생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정쟁의 목소리였다. 우리 사회 앞에는 수많은 과제가 쌓여 있다. 그 과제에 대한 해결을 하는 주체는 정치여야만 한다. 대한민국 정치는 더 이상 정쟁만으로 유지되는 적대적 공생 체제로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국민들을 위한 정책 대결, 능력 대결로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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