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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 카포 Feb 07. 2023

무엇이든 끊임없이 의심하고 성찰하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

정말로 미친 책이고, 내 인생 책 중에 하나에 올려 놓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아직도 어떤 분류의 책으로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자서전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과학도서도 아니다. 교보문고에서는 이 책을 과학교양으로 분류를 해놓았던데, 그 분류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정말 어떤 책이라고 설명하기에 힘든 책이다. 잘 보면 그나마 에세이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출처: Yes24








책은 이렇게 생겼다. 부제가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것만 봐서는 정말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밑에 실려 있는 서평 인용문에는 "책의 모양을 한 작은 경이"라고 쓰여 있다. 정말로 책의 내용에 관한 정보는 전혀 얻을 수 없다. 영어판 책에도 그냥 "Magical", "Shocking", "Perfect, just perfect"라고 쓰여 있을 뿐이다. 책에 대한 찬사만 가득하다. 이것만 보고는 도무지 어떤 책인지 알 수도 없지만, 뭔가 엄청난 책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잠시 작가 소개를 하자면, 이 책의 저자 룰루 밀러는 과학 전문 기자 출신이고, 이 책이 논픽션 데뷔작이라고 한다.



책은 룰루 밀러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룰루 밀러는 무신론자이자 생화학자인 아버지에게 "인간은 절대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말을 세뇌당하듯 들으며 살았고, 그것이 그녀의 아버지에게는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존재하는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우리 좋을 대로 살아도 된다"의 논리로 작용되며 삶에 자유를 부여했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효과를 냈다.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허무주의에 깃들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그녀는 따돌림을 받기도 하면서 정말로 인간과 지구라는 존재들이 의미가 없다면 삶의 이유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된다. 그 뒤에도 그녀는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하며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받기도 하며 삶에 대한 방황을 지속하게 된다. (그녀는 양성애자라고 한다)



그런 그녀는 삶에 대한 이유를 찾고, 동력을 찾기 위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 총장이고, 아주 저명한 분류학자라고 한다.



그녀는 그의 삶에 대해 찾아 읽으면서, 그의 삶에 경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는 어린 시절 따돌림을 받았고, 형이 죽기도 하는 일을 겪으면서 성장했다. 그는 그럴수록 병적으로 생물의 이름을 적고 분류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는 그 뒤, 스승으로부터 그가 배운 창조론이 틀렸다는 다윈의 진화론에 직면한다. 그런 문제에 봉착해서도 그는 지혜롭게 진화론을 인정하면서 저명한 분류학자로 등극하게 된다. 그는 특히나 어류의 분류에 집중하여 수천 개의 새로운 어종들을 발견하면서 스탠퍼드 대학의 총장에 오르게 된다. 그는 채집과 분류를 위해 폭탄이나 독을 쓰기도 하고, 허리케인이 와서 그의 연구실에 화재가 나서도 모든 물고기들을 돌려놓기 위해 병적으로 일하는 등 엄청난 일에 대한 열정을 보인다. 이러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의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는 강한 목적 지향성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학자를 설명한다.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삶의 의지를 조금씩 되찾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였다. 나는 절박했다. 단순하게 말하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책에서, 망해버린 사명을 계속 밀고 나아가는 일을 정당화하는 그 정확한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 내게는 절박했다."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그 학문적 성취 뒤에는 수많은 자기기만의 악행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스탠퍼드 부부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이고, 그 뒤 그 사건을 덮기 위해 노력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지금에서야 이러한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에, 약 200년 전인 당시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악행이 있었음에는 분명해 보인다.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의 학문적 성취를 모두 덮고도 남을 만한 악행이다. 바로, 인류사 전반에 가장 큰 악영향을 준 '우생학'을 만든 사람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실이다. 왜 분류학자가 우생학의 창시자가 되었을까. 어떻게 해서 인류를 수백 년 간 괴롭히고 있는 인종 차별과 나치즘, 백인우월주의의 기반을 닦은 것일까.



룰루 밀러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녀가 내린 답은 "낙천성의 방패"이다. 여기서 책에 쓰여 있는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옳은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에게는 '자연의 사다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진화론에 따르는,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라는. 그는 이 자의적인 믿음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저버렸고, 우생학이라는 끔찍한 결론에 다다르고 말았다.' 데이비드의 분류학에서의 성공으로 발생한 자신감이 오만을 만들었고, 분류학에서 위계도를 만들 수 있다는 자기 신념을 가지게 되었고, 후에 그는 정신지체자나 동성애자 등을 강제로 불임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이와 같은 불임 수술이 21세기까지도 지속되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그 방패는 그에게 효과가 있었다. 그는 아내 수전을 잃고 재빨리 또 다른 아내 제시를 얻었다. 물고기 컬렉션을 잃었지만 규모가 더 큰 컬렉션을 재구축했다. 그리고 점점 더 높은 직책으로 승진했다. 가르치는 일에 대해, 어류학에 대해, 고등교육에 기여한 일에 대해 상들과 메달들이 요란하게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만의 기이한 연금술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졌다. 작은 거짓말이 동으로, 은으로, 금으로 변했다. 겸손을 유지하라는 수천 년 이어져온 경고는 잊어라. 어쩌면 이것이 신이 없는 세계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지속적으로 오만을 복용하는 것이야말로 실패한 운명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보여주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저명한 분류학자,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 총장으로 죽었지만, 그의 학문적 성과는 훗날 매우 저평가받게 된다. 왜냐하면, 현대 분류학에 따르면 "어류"는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들을 잡아서 분류하기를 시도했던, 그의 분류학이 실패한 것이다. 게다가, 우생학 역시 지금에서는 틀린 학문임이 공고해졌으니, 그는 실패한 학자임에 분명하다. 과학은 그를 심판했다. 또한, 학문적으로는 어류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선험적으로 단지 물에 사는 것은 어류라는 잘못되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기 편한 무의식적 근거에 의해 형성된 허구만을 믿다가 간 어리석은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런데 , 사실 우리도 이렇게 보이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게 되지 않는가. 보이는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것만큼 불가능한 일도 없기 때문에, 저자는 좋다 나쁘다의 판단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함께 살아가자라는 결론과 함께 글을 마무리한다.



전개가 상당히 신기한 책이고, 소설이 아님에도 많은 반전들이 있는 책이다. 중간까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응원하게 되다가, 중간 이후부터는 그의 삶을 경멸하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것도 아마 저자가 의도한 바일 것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주기 위해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두 가지의 무의식적 신념을 본인의 학문에 투입했다. 바로 "나의 이론과 연구는 항상 옳다."와 "자연은 계층적으로 진화하며 존재한다."였다. 그는 그 뒤 강한 확증편향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우생학이었던 것이다.



과연 우리는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되지 않은, 또는 증명될 수 없는, 사실이 아닌 신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그 신념을 토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 신념이 과연 고정관념이 아닌가. 내가 사고하는 방식은 확증편향이 아닌가. 내가 만들고 있는 세계관은 과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우생학과 다른가. 나는 과연 자연 과학이 그렇듯이, '나의 이론은 옳다, 다만 다른 이론이 나의 이론이 틀렸다고 증명할 때까지'라는 대원칙을 몸소 행할 수 있을까. 나의 관념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처럼 무시하지 않고, 나의 관념에 대한 성찰과 반성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까. 지금도 수많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들이 우리 사회를 양극단에 몰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바라보고 있는 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종교재판을 한 중세 로마보다 나은 사회일까. 우리 사회는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별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는 책임에 분명하다.


더 자세한 내용 리뷰는 다음 영상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https://youtu.be/kq4-7aGoUno

Youtube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신념을 가진 사람이 가장 무섭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알 생각이 없다.
강한 신념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신념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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