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한다는 것> 책 리뷰
얼마 전 경영학과 경제학의 차이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두 학문은, 참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학문이다. 돈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두 학문이 같겠지만, 돈의 흐름을 완전히 다른 편에 서서 바라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학이 돈을 "버는" 학문이라면, 경제학은 돈을 "쓰는" 학문이다. 경영학은 보다 미래를 예측하고, 사람들을 마케팅하는 데에 관심을 쏟으며 경제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이 돈을 버는 방법을 연구하는 반면, 경제학은 과거의 시장 패턴을 분석하여 이론과 공식을 만들어내고, 지금의 시장에서 어떤 경제 주체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심을 쏟고,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주목한다. 짧게 말해서, 경제학은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배우고, 경영학은 그 경제 시스템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는 학문이다. 그래서, 경영학이 보다 진취적이고 미래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경제학은 보다 분석적이고 과거에 관심이 있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학문을 배우다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 그 학문과 점점 닮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경제학'을 다루는 학과를 전공하고 있고, 정말로 어떤 사건을 볼 때 분석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성향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대학 입시를 할 때, 다른 학교의 경영학과도 몇 군데 썼고, 심지어 일부는 합격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질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물론, 그때는 경영학과 경제학의 차이를 그리 깊이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상경계"와 "대학의 네임밸류"가 주관심사였다..)
서론이 다소 길었던 것 같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맥도날드를 우리가 아는 전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로 키워낸 레이 크록이라는 기업가의 자서전이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의 진짜 창업자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창업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 레이 크록은 미국 벤처 정신의 상징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레이 크록은 젊을 때 종이컵을 팔러 다니고, 쉐이크 믹서를 팔러 다니던 세일즈맨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냥 평범한 영업사원, 직장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무려 35년이나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 당시 남들이 다 은퇴 계획을 할 시기인 52세의 나이에 맥도날드라는 한 가게를 발견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1950년대의 일이니, 사실상 프랜차이즈 방식과 외식업에서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지금은 '세계화'의 동의어가 '맥도날드화'라고 말할 정도이고, 실질적 물가를 비교하기 위해 각국의 '빅맥'의 가격을 비교할 정도이니, 성공한 사업, 새로운 산업구조를 넘어 전 세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볼 수 있겠다.
앞서 말한 듯이,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기업을 운영하며 돈을 벌기 위한 메커니즘을 배우는 학문이라면, 시장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부터 조직을 관리하는 것까지.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를 통해 한 모든 행위에는 '경영학'이 온전히 녹아 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 35년 간 세일즈맨으로 살며 갈고닦은 "경영"에 대한 모든 지식과 경험을 52살에 시작한 사업을 통해 완벽하게 보여주었고, 그 결과가 맥도날드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레이 크록은 미국 '기업가 정신'의 상징으로 남았고, 그 삶 자체가 경영학의 교과서가 되었다. 학문을 배우다 보면, 사람은 학문을 닮아간다고 했는데, 경영학의 진취성, 위험감수성, 미래지향성의 결정체가 레이 크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위인전을 읽고 나면, '너무 뻔하다', '성공해 놓고 어떤 말을 못 하나' 등의 반응을 할 때가 많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그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처럼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의 결론이 비슷하기도 하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은 다소 교과서적이고, 비교적 뻔한 성공 패턴을 보여주기 때문에 ‘와.. 멋지다' 다음에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하고 느끼기가 힘들 수 있지만, 레이 크록의 인생은 52세에 시작한 사업, 35년 간의 평범한 직장생활 이후의 성공이라는 보다 "평범한 사람의 드라마틱한 반전과 성공"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의 자서전보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레이 크록이 이 책을 통해 하는 말은 명료하고, 교과서적이다.
"푸르고 미숙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다. 성숙하는 순간 부패가 시작된다."
"공짜는 없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무언가에 확신이 들면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야 한다."
"완벽은 이르기 힘든 기준이다. 하지만, 사업에서 완벽함은 당연한 것이다."
"누군가를 고용했다면, 그가 방해 없이 일하도록 해야 한다. 능력을 믿지 못하면 애초에 고용하지 말았어야 한다."
"불황일 때 투자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성공처럼 빨리 사그라지는 것은 없다."
"세상의 어떤 것도 끈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재능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 널렸다. 전능의 힘을 가진 것은 끈기와 투지뿐이다."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개척자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분명히 개방적이고, 진취적이었고, 모험을 즐기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의 지난 1년, 2년, 3년을 돌아보면 한없이 안정지향적이었고, 보수적이었고, 조금은 틀에 박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그저 지금에 만족했고, 누군가 시킨 것만 따라서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간 것 같다. 내가 길을 찾기보다는 정해진 길을 걷는 일이 더 편하다는 이유로, 모험이나 새로운 시도를 피했다. 진취성, 모험성을 잃어버린 나에게 레이 크록의 그것은 조금 교과서적이었을지라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경제학적으로 이리저리 재고 분석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경영학처럼, 기업가정신으로 부딪히고, 싸워보자.
최근, 나는 경영학과 이중전공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레이 크록을 많이 닮고 싶다. 그 성격, 선택, 그리고 용기를 닮아가면, 경영학도가 되었을 때 좀 더 경영학에 맞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