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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 카포 Feb 07. 2023

레고랜드 사태, 책임이란 무엇인가.


강원도는 2008년부터 레고랜드를 강원도에 유치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중간에 문화재 발굴, 비리, 재협상, 코로나19 등 시행착오 끝에 올해 초 개장했다. 전세계에서 2번째로 크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레고랜드였고, 강원도 관광 시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출처: MBC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서 당선이 된 강원도지사 김진태 지사가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도 자회사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진 빚 2050억을 채무불이행 선언을 함과 동시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을 청구했다.



쉽게 말해서, 레고랜드 개발을 위해 강원도가 자회사를 만들고, 그 자회사의 지분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고(AB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 그 보증을 강원도가 서서,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망하더라도 강원도가 빚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금융시장에서 강원도의 자회사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낸 채권, ABCP는 그 지급보증을 맡은 강원도의 채권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지방채로 평가되고, 지방채는 국채와 은행채 다음으로 신뢰성이 높은, 금융 위기 수준이 아니라면 갚을 수 있는 아주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를 원했던 은행이나 외국 자본의 투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김진태 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회생신청을 했다.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빚의 대부분을 주식으로 갚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채권자) 현금에 이자까지 쳐서 받아야 할 것을, 강원중도개발공사라는 이미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진, 거의 다 망한 회사의 주식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간단히 핵심만 보자면, 강원도에게 은행이 2050억을 빌려줬는데, 강원도가 이를 안 갚겠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출처: 노컷뉴스




아마 김진태 지사는 이것을 노린 것 같다. 대선 기간에 선거 운동을 하면서 저런 게 유권자들한테 잘 통하는구나 싶었던 것 같다.


다만, 모라토리엄과 디폴트의 차이를 몰랐던 것 같다. 모라토리엄은 상환 기일을 유예하는 것이고, 디폴트는 완전히 갚지 않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지금은 힘이 없으니 시간을 주면 힘을 모아서 갚겠다"와 "지금은 힘이 없으니 안 갚겠다"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김진태 지사의 나비효과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3단계로 요약할 수 있는데, 국가신용도가 하락하고, 채권시장의 위험도는 증가하며, 기업은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잡한 사태라서 쉽게 정리하고 싶어도 정리가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인플레이션, 무려 14년 간의 양적완화 이후 테이퍼링을 넘어선 긴축을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에 거대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주식시장 등의 경기가 매우 침체기에 들어서 있다.



이런 과정에서 채권 시장 역시 금리가 매우 인상된 상태이다. 채권시장의 신뢰성은 국채>은행채>지방채>회사채 순이고, 이자율은 그 역순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금리 인상으로 인해 국채 수익률은 약 4%대이다. 그런데, 회사채 수익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4%대에 육박하고 있다. 즉, 중소기업이 돈을 빌리면 내년에 14%를 더 쳐서 줘야 되는 것이다. 개인으로 보면 거의 사채수준이다. 회사채와 국채의 이자율의 차이인 국채 스프레드는 10%로, 금융위기 시절과 동일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즉 지방채가 부도가 난 것이다. 지방채가 부도가 나게 되면, 그것보다 신뢰성이 낮은 회사채는 누가 거들떠 보겠나.. 지금 신뢰성 AAA, 6%금리의 한국전력, LG유플러스, 효성 같은 대기업도 회사채를 절반도 못 파는 상황이었다. 채권시장이 필요한 돈의 절반정도밖에 빌려주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사실상 아무도 돈을 안 빌려준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출처: 구글 캡처



여기서 올해 상반기에 약 68조의 회사채가 만기가 되고, 기업들은 이 돈을 못 갚거나, 연장 또는 신규발급, 즉 다른 데서 끌어와서 이 돈을 메꾸지 않으면 부도처리가 되게 된다. 사실상 14%의 이자율을 한번에 낼 수 있는 기업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데서 끌어와서 메꿔야 되는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아무도 회사채를 사주지 않아서 자금조달이 안되는 상황이다. 결국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이자율이 떨어질 때까지 폭탄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김진태 지사가 갑자기 폭탄을 터뜨려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기업의 내년 상반기 줄도산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시장은 부동산시장이다. 부동산 개발은 PF(Project Financing)라고 불리는 개발 자금조달을 통해서 개발을 한다. PF 시장에는 증권사, 저축은행, 신용조합 같은 비교적 고수익을 추구하는 곳들이 투자한다. 현재, 환율 급등으로 인해 PF 시장의 이율이 약 10%에 달하는 상황이다. 개발 전에 투자를 하면, 개발 후에 10%의 이자를 더해서 건설사들이 갚는 그림이다.


여기서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났다. PF를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리는 둔촌 주공 재건축 개발사업도 PF에 실패하는 상황이다. 수익률이 그래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서울의 재개발 사업의 PF가 실패하면, 지방의 개발 사업들의 사정은 안 봐도 뻔할 것이다.



출처: 구글 캡처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이 온전히 개발비용을 전부 대야 한다. 물론, 대기업들은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들은 또 다시 줄도산에 빠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PF에 투자한 투자사들이 도산할 것이다. 2012년의 저축은행 사태가 그랬다.


결국, 레고랜드 사태는 기업의 줄도산과 은행의 도산을 불러일으켜 금융위기, IMF를 재현할 가능성을 만든 것이다. 경기 후퇴기의 경기의 안정적인 후퇴의 가능성을 김진태 지사 한 명이 위기에 빠뜨려 버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정부는 회사채 연장을 해주기 위해 50조가 넘는 유동성을 시중에 풀 것을 예고했고, 최대 200조에 달할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 우선, 그만큼의 세금이 투입된 것이고, 그만큼의 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현재, 긴축을 하기 위해 그렇게나 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인데, 이 정도의 돈이 풀리면 푼 후에 금리는 더더욱 인상될 것이 뻔하고, 빚이 많은 사람들, '영끌족'들은 살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또한, 이는 곧 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스테그플레이션의 심화가 예상된다. 다만, 이렇게 해서라도 금융시장의 신뢰성을 되찾을 수 있고, 위기가 오지 않는다면 그거라도 다행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 이후이다. 역대 최악의 도 행정을 보여준 김진태 지사는, 이런 모든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회생신청과 디폴트는 다르다는 말을 남기고 베트남으로 출장을 갔다. 물론, 업무 상의 이유이긴 했지만, 제대로 된 대처가 되었을 리 만무하다. 이미 국고 50조가 날라갔다.



출처: 조선비즈 캡처



이게 명분이었다고 한다.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사정(司正)이 본인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서, 강원도 내의 전임 시장의 시정에 대한 평가와 개혁의지를 드러냄으로써 본인의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많은 국고가 날아간 뒤, 김진태 지사는 드디어 베트남에서 귀국했다. 나는 정치는 책임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유명인들과 정치인들이 출마 선언을 할 때, 사회에 대한 봉사와 권한에 대한 책임, 헌신을 이야기 한다. 한 지자체의 수장이라면, 수백만이 살고 있는 지역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그것도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이라도 있다면, 우리나라 돈이 수십 조원이 낭비되고, 엄청난 위기를 초래한 사람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은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처: 네이버 캡처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사실 김진태 지사는 누구보다도 정치인의 말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껴본 사람이다.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절대 물러나면 안된다" 등의 5.18을 폄훼하는 망언으로 지난 지방선거 때 공천을 못 받을 뻔 하자




출처: 네이버 포토 뉴스


3년동안이나 사과하지 않고 버티던 태도를 뒤집고 1시간만에 사과한 적도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본인은 틀리지 않았고 사람들이 오해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김진태 지사.


정치인이라면, 위정자라면,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 또는 대국민사과 정도는 해야 옳지 않을까. 본인의 자산이 50조는 안 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김진태 지사가 책임질 수도 없는 범위의 파급효과를 만든 이 상황에서, 김진태 지사는 도의적으로라도 본인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적어도 부끄러움은 느끼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과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저거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심하게 든다. "책임정치"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국민을 책임지긴커녕, 50조의 책임을 떠넘긴 위정자가 과연 정치인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든다. 차라리 '감성팔이'라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경제 위기의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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