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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 카포 Feb 09. 2023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리뷰

출처: 네이버 도서


제목부터 알 수 있다시피, 철학을 다루는 책이다. 다만, 제목에 나오는 소크라테스도 다루기는 하지만, 소크라테스만 다루는 책은 아니고, 무려 14명의 철학자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정말 오랫동안 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에 있었고, 서점에 갈 때마다 나도 이 책을 한번 사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했지만, 뭔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치면서 사기를 꺼렸던 책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지난여름에 이 책을 구매했지만, 읽으려고 할까 고민할 때 또 비슷한 여러 생각이 겹치면서 나중에 읽자 하고 미뤄두었다가 지금이 되어서야 이 책을 꺼내서 읽어보았다. 왜 이 책을 사고 읽는 것이 꺼려졌는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감할 것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뭐인지 모르게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형이상학적 주제를 다룰 것 같고, 또는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일까' 같은 답이 나오지 않는 주제로 머리 아픈 논쟁만 계속해서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것을 하는 것이 철학이라는 학문의 주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철학이란 "세계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질문과 탐구"를 하는 학문으로, 결국 우리 인생에서 빠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매 순간, 모든 선택에 작용하고 있는 학문임에 분명하다. 이 점을 깨닫고 나면, 책의 앞부분에서 소개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상가 모리스 리즐링의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더 설명하면 입만 아플 것 같다. 이 책은 그렇게나 인생에서 중요한 철학을 아주 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주고 있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책처럼, 이 책의 저자인 에릭 와이너는 특유의 유머와 재미를 더해가며 어려운 철학을 우리 일상에 아주 정확한 상황에 알맞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철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갔는지를 정말 편하게 이야기하듯이 설명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철학서, 철학 교양서라기보다는 철학 에세이에 좀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저자 에릭 와이너는 뉴욕 타임스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로, 현재는 많은 책들을 집필하고 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제목처럼, 저자가 기차를 타고 각 철학자들과 관련된 장소들을 다니면서 나눈 대화들, 생각들, 그리고 철학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어려운 철학들을 이렇게나 쉽게 읽히도록 책에 담은 그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챕터에 한 명의 철학자씩 14개의 챕터로 구성해 14명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삶의 방식을 소개한다. 14개의 챕터는 다음과 같이 구성이 되어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  


    루소처럼 걷는 법  


    소로처럼 보는 법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간디처럼 싸우는 법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몽테뉴처럼 죽는 법  


14개의 챕터 중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챕터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첫 챕터부터 몹시 강렬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침대에서 나오는 방법'의 조화라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모두 알다시피, 로마의 황제이자, <명상록>으로 유명한 위대한 철학자이다. <명상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일종의 자기 계발서이자, 동기부여를 불어넣는 메모에 가깝다. <명상록>에는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이라는 문구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로마 황제이자 위대한 철학자인 마르쿠스도 우리와 똑같이, 매일 아침마다 침대에서 나오기가 싫어서 수많은 철학적 질문들을 던졌다는 것을 보면, 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구나 싶기도 하는, 조금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우리가 침대 밖으로 나오면, 반드시 어떤 활동을 하고 타인을 만나야만 하는데 그것이 침대 밖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큰 장애물이라고 하고 있다. 특히, 타인을 가장 큰 장애물로 보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것. 오늘 네가 만날 사람들은 주제넘고 배은망덕하고 오만하고 시샘이 많고 무례할 것이다."라며.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마르쿠스는 위와 같은 장애물들은 오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음에도 내일로 미루는 것으로, 이기심과 스스로만을 보호하려는 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우리는 침대 밖으로 나가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하는' 사명을 가진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다음 챕터는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이다. 철학이 질문을 던지는 기술이라면, 소크라테스는 그 기술을 만든 사람이자, 역사상 그 기술을 가장 잘 사용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었다. 소크라테스는 마음 한구석에 질문을 품고, 단순히 해결책을 찾아 문제를 해겨랗기 보다는 질문을 품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끝내 자신을 무지와 한 곳에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한다. 너무 빨리 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깊이 있는 질문'에 대해 인내심 있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내 자신에게 질문하고 또 질문하면서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


소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소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열렬한 관심을 보였다. 자연주의의 철학자답게, 보이는 자연에 관심이 상당히 많았다. 소로는 지식보다 시력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어떤 사물을 우리가 눈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을 던지면서 그 사물이 무엇인지를 알아낸다. 하지만, 그 의미를 우리가 너무 빨리 도출한다면 그 사물을 정확히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소로는 "보편 법칙을 너무 성급하게 끌어내지 말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고 한다. 관측과 그 관측에 대한 주관적인 가치평가 사이의 틈을 최대한 길게 늘어뜨려 느긋하고 오래 기다리면서 본 것을 판단하라고 한다. 소로는 시각을 음미하라고 한다. 소로는 각자가 자신만의 <월든>을 만들어 거리를 두어 명료하게 앞을 보고, 시각적 깨달음, 즉 "단 하나의 확장"을 경험하라고 말한다.


"삶은 꽤나 빨리 흘러가. 가끔 멈춰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으면 놓쳐버릴 수도 있다고", 이 말이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라는 챕터를 요약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시몬 베유는 '관심'이라는 것이 철학과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계속해서 강조한 철학자이다. 순수하고 사심 없는 관심,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극도의 관심" 상태에 빠지게 되면 자의식이라는 허울이 사라지고, 현실 그 이상의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관심을 통해 우리는 정신을 명확하고 선명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관심 중 가장 강렬하고 너그러운 형태가 바로 '사랑'이라고 한다. 그 순수한 관심을 남에게 보임으로써 우리는 훌륭한 도덕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무슨 일을 겪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단지 고통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 순수한 의도로 해야 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심은 우리 삶의 피고, 관심을 썩히는 것은 우리 삶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주의는 이기심의 한 형태라고,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외부의 어떤 것보다 중요하지는 않다고, 나르시시즘은 그래서 위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어떤 대상에게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순수한 관심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성찰하라고 말한다.


공자와 친절을 베푸는 법도 상당히 인상 깊은 내용이다. 공자의 인(仁) 사상을 소개하면서, 가족과 이웃부터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 그리고 세상 모두를 사랑하라는 '분별적 사랑'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한다. "효(孝)"가 "친절"이라는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함이라는 부분은 참 인상 깊었다. 그리고, '친절의 전염'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불친절한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수 없으며, 남의 입장에 서지 못한다고 한다. 반면, 도덕적인 행동에 대한 목격은 신체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촉발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친절한 행동을 목격한 사람은 더욱 친절하게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친절을 어떻게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친절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고, 누군가가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이 참 어려운 것이다. 누군가의 친절을 나누는 모습을 우리가 자주 목격했다는 것과, 우리의 친절을 나누는 경험이라는 두 가지 전제가 맞아떨어져야 우리가 쉽게 친절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친절은 힘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공동체에 친절은 너무나도 필요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이다. 유명한 회의주의자인 니체와 '후회하지 않는다'의 조화도 놀랍다. 저자는 니체의 '영원회귀'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왜 후회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영원회귀' 개념에 따르면, 우리는 끊임없이 매 순간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이 흐르고, 내일이 오더라도 오늘은 계속해서 '정확히, 편집 없이' 어떤 세계 속에서 반복되는 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런 것처럼'이라는 접근을 통한 사고 실험의 일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니체는 마치 우리의 생각과 삶이 춤추는 것과 같게 '삶의 찬미'를 향해, 세상을 자기 힘으로, 전과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모든 것이 무한히 반복되면, 인생의 어떤 순간도 가볍거나 사소하지 않다. 또한, 고통 역시 우리는 지식과 배움의 수단으로 여겨야 하며 이를 통해 세상에 더욱 잘 답할 수 있다고, 인생을 더욱 사랑할 수 있다고 니체는 말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똑같은 삶을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면, 우리는 웃고 춤을 추는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과 인생의 끝에서 우리는 다 카포!라는, 처음부터 다시 한번이라는 행복과 사랑에 가득 찬 외침을 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역시 기억에 남는다. 짧게, 에릭 와이너가 소개한 10가지 방법만을 소개하겠다.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2. 친구를 사귈 것 3.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4. 호기심을 잃지 말 것 5.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6. 습관의 시인이 될 것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 8.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9.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10.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이를 종합해, 에릭 와이너가 딸에게 쓴 편지는 정말 인상 깊다.

모든 것을, 특히 너 자신의 질문을 물으렴. 경이로워하며 세상을 바라보렴. 경건한 마음으로 세상과 대화하렴. 사랑을 담아 귀를 기울이렴. 절대로 배움을 멈추지 말렴. 모든 것을 하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가지렴. 네가 원하는 모든 높이와 다리를 건너렴. 네가 가진 시시포스의 돌덩이(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끊임없이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굴리는 저주)를 저주하지 말렴. 받아들이렴. 사랑하렴. 아, 맥도날드는 좀 줄이려무나. 싫음 말고. 그건 너의 선택이니까.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14명의 철학자의 이야기를, 이토록 쉽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한 이 저자의 필력은 정말이지 재능의 영역인 것 같다. 너무나 좋은 책임에 분명하고, 마치 철학을 여행하듯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 삶에 항상 진심이어야 한다. 나와 서로를 사랑해야 하고, 특히나 내 인생을 사랑해야만 하고, 끊임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지혜를 곱씹고 생각하다 보면 내일은 조금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인생을 충분히 느끼고, 서로를 사랑하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때 우리의 삶은 한 단계 더 가치 있을 것이다. 삶은 그저 심장이 뛰고 있는 시간이 흐른다고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인생에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간단히 넘기지 않고 마치 소크라테스와 소로처럼 계속 곱씹고 그 '질문을 살아내는' 것이다. 마치 한 드라마에 나오는 "매일매일 '왜 사는 거냐'는 것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라.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라는 대사처럼 우리는 질문을 통해 인생의 낭만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낭만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동력이자, 우리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결국, 이 책의 초반에 나온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라는 말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와 내 인생에 던진 질문에 답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나 우리 삶의 방향을 잡는 철학자가 된다는 것이다. 인생은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누르고 눌러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야 한다.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다.


자,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

타인에게 친절과 관심을 베풀면서, 세상과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매 순간을 영원히 살 수 있을 만큼 후회 없이 사는 거다.

Da C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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