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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킴 Dec 01. 2022

스타벅스 다이어리 올해는 포기합니다

갖고 싶다 아니 갖고 싶지 않다

말 그대로다. 해마다 도장 17개를 모아 기어코 받아내던 스타벅스 다이어리. 올해는 패스한다.

이제는 확신한다. 나는 다이어리를 잘 쓸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왜 나는 기어코 다이어리를 받겠다고 그 난리를 쳤을까. 불매운동은 아니다. 스타벅스한테 미안한데, 다이어리가 문제가 아니고 나 자신이 문제라는 것부터 밝힌다.     




          

예쁘다고 고르고 골라 집으로 데려온 다이어리는, 곧 예쁜 쓰레기가 되었다. 몇 장만 감추면 감쪽같이 새것 같은 다이어리는 해마다 크기도 제각각이라 보관하기도 애매했다. 한 해만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이 한 권을 위해, 맛없는 음료도 세잔이나 포함해 마셨다는 게 너무 허무할 뿐.

꼭 공짜 같아서. 안 받으면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열심히 도장을 찍었다. 도장만 찍은 게 아니라 도장 하나에 1000원씩 1500원씩 당근 마켓에서 사고팔았다.

친구들에게 안 쓰는 도장 보내라고 톡을 날렸고,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구질구질함을 들켰다. 작년에는 심지어 1주일 안에 도장을 다 찍으면 2권을 주는 이벤트에 홀려, 한방에 17잔을 구매했다. 동네방네 커피를 돌리고 다이어리를 획득했다. 그 두 권의 다이어리는 남편과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남편의 다이어리는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비단 이것뿐일까. 스타벅스 다이어리에만 집착했을까.

아무 소용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낭비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찬찬히 돌아보고 싶지 않다. 반드시 난 그랬을 것 같아서.          

주체적인 소비자가 되겠다느니, 상술에 놀아나지 않겠다느니 하는 포장은 안 한다. 다만, 정말 내가 좋아서 그랬는지의 문제다. 여전히 만족하고 즐거우면 그건 현명한 소비였겠지. 하지만 다이어리를 얻는 과정에서 난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다. 게다가 다이어리에 들어있는 1+1 쿠폰을 쓰겠다며 기를 쓰고 스타벅스로 가는 내가 별로였다. 재작년이었나 보다. <비 오는 날 쿠폰> 을 들고 비를 맞으며 스타벅스에 갔다.

비가 와야 쓸 수 있는 그 쿠폰을 쓰겠다고 비를 뚫고 나는 갔다. 내가 스세권에라도 살고 있냐면 아니다.

마치 전리품처럼 우리 집에는 커다란 타월도 있고, 탁상시계며 담요에 볼펜에 웬만한 것들은 다 받아다 두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선언한다. 그만하라고. 애쓸 일은 따로 있다고. 그 커피조차도 때론 집착이라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집으로 들이며, 그 물건들의 자리를 잡아주는 일은 은근한 스트레스였다. 그럼에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늘 한 발 더 앞섰다. 이제는 그만한다. 그만한다는 선언만으로도 벌써 머릿속이 양치한 듯 상쾌하다. 정말 중요한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데 에너지를 쓰겠다고 다짐해본다.

놓아버리면 얼마나 홀가분할지 상상하며 글을 마친다.     


사진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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