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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킴 Dec 01. 2022

효도를 배달합니다.

대리 효도 가능해요 feat. 배달의민족

 나의 자부심이라면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회용품이 환경을 파괴해서. 라면 좀 멋있을까. 그건 아니고, 배달음식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맞다. 우리 집 다섯 식구의 입맛과 배를 채우려면 한 번에 5만 원도 우습다. 그럴 바엔 차라리 외식을 나가자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작년이었다. 2시간 거리의 친정을 가면서 뭐 사다 드릴 것 있냐고 여쭤보았다. 평소 같으면 내가 뭐가 필요하냐고 '아서라' 한마디로 일축했을 나의 말에 엄마는, 휴게소에 가면 커피를 사 오라고 하신다. 커피는 어디에서나 파는데 왜 휴게소냐고 묻자, 엄마가 말했다.

나는 휴게소 커피가 제일 맛있더라.




일회용 컵에 든 커피 두 잔을 사서 엄마에게 갔다. 커피만 사기는 아쉬워 마카롱과 조각 케이크도 담았다. 그날따라 엄마는 나를 더 반겼다.


"안 그래도 커피가 마시고 싶었어."


커피를 반기는 거구나. 그런데 왜 휴게소 커피야. 그건 뭐가 달라?


"여행 가는 것 같아서 더 맛있게 느껴지잖아. 그리고 이 종이컵의 냄새가 좋아. 뭔가 기분이 더 좋지."


함께 담아간 마카롱과 케이크를 보며 예쁘다고 감탄하신다. '뭘 이런 것까지 사 왔냐'라고 하시면서도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엄마는 평소에 이렇게 말랑말랑한 사람이 아니다. 차갑고 냉정한 쪽에 훨씬 가깝다. 새로운 모습이 사뭇 놀랍다고 느낀다. 딸이라고 하나 있는 게 엄마를 이렇게 모른다.

마카롱을 한 입 베어 무시더니 "이렇게 맛있는걸 너만 먹었냐"고도하신다. 우리 엄마답다. 커피를 두 잔 사 와서 너무 좋다고, 한잔은 내일 마셔야지~ '혼잣말인 듯 아닌 듯' 콧노래를 섞어 말을 흘리신다. 들고일어나다 살짝 흘러나온 몇 방울의 커피를 꽤나 호들갑스럽게 훑어 올리는 것까지. 평소 내가 알던 엄마와 다르다.

아마도 달콤한 간식이 엄마의 혈관을 타고 흘러 유전자를 변형한 것은 아닐까. 싶어 진다.


 그 뒤로 일주일에 한 번쯤 배달어플을 켜 엄마의 집 주소를 클릭한다. 4.9점 이상의 평점을 받은 카페에서 배달을 시킨다. 음료는 항상 뜨거운 커피에 시럽 2번. 그리고 인기 많은 크로와상, 마카롱, 샌드위치, 조각 케이크를 담는다. 우리 딸이 자꾸 보낸다는 투정 같은 자랑을 하시라고, 여러 개 담는다. 오늘은 누가 엄마의 '딸 자랑' 아니, '간식 자랑'을 들어줄지. 비싼걸 왜 자꾸 보내냐는 전화가 오면 물어봐야지 한다. 요즘은 소금 빵,버터바가 유행이라는데, 곧 소금 빵과 버터바를 먹게 될 엄마의 간식시간을 상상한다.

“나는 달달한 게 더 좋더라~" 하시겠지. 그럼 난 "그게 유행이야 엄마, 다 드셔 봐야지" 하겠다.

어릴 땐 엄마가 항상 바빴고, 크곤 내가 늘 바빴다. 함께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게 어색한 모녀지만, 간식을 빌어 마음을 표현해본다. 다음에는 예쁜 카페에 함께 가서 레몬 케이크와 홍차를 사드려야지.. 그때까지는 배달의 힘을 빌려본다.

배달의민족 덕분에 효도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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