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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쇠소녀 May 23. 2024

사랑하는 나를 위한 여행

[문화여행 Ep.1] 베르나르 뷔페 展 :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


출처 : https://www.sac.or.kr/site/main/show/show_view?SN=64762


하는 일의 특성상 이성이 매우 강한 편이긴 한데,

감수성 또한 풍부한 편이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지인과  미술작품 감상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오늘은 영언니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베르나르 뷔페 작품을 감상했다.

그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지만, 전시 포스터를 봤을 때 그림의 끌림이 있었다.

 영언니와는 일찍 만나서 전시회 관람하고 브런치 먹으며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은 시간보다는 없는 시간대 차근차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늘 오픈런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 시간에 만났다.

 커다란 포스터 앞에서 인증숏 찍고 관람을 시작했다.

출처 : https://www.sac.or.kr/site/main/show/show_view?SN=64762

굵고 거친 검은 선.

두껍게 칠해진 색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감정들.

처음 마주한 그의 그림부터 ‘너무 좋다’라는 감탄사만 흘러나왔다.

예술에 무슨 배경지식인가?

그저 가슴에 와닿으면 좋은 거 아닌가?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쇼팽 에뛰드 No.25-7 두 마디에 7시간 연습에 할애한 이유가

첫 음을 누를 때 심장을 강타해야 연습이라 생각했다고 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난 베르나르 뷔페를 모르지만, 그의 그림은 나의 심장을 강타했다.

'우리 집 거실에 걸어두고픈 그림'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정의를 내리곤 했었는데,

걸어두고 싶은 욕심보다는 '너무 좋아서 눈을 뗄 수 없었고, 그래서 소유하고 싶었던 그림' 많아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에 대한 정의까지 바뀌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출처 : https://www.sac.or.kr/site/main/show/show_view?SN=64762

그림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화가가 있었는데 '피카소'였다.

물론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은 굵은 검은 선 때문인지 더욱 뾰족하게 날이 서있다는 느낌도 들었고,

피카소의 그림보다는 표현된 감정들이 격하게 다가오며 다르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전시회 관람 후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많은 이들이 경쟁자로 꼽기도 했던 것 같다.

출처 : https://www.sac.or.kr/site/main/show/show_view?SN=64762

아무튼 전시를 통해서 그의 삶도 엿볼 수가 있었는데,

그의 힘들었던 시기, 뮤즈를 만나 사랑을 나눴던,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을 그때에도,

그가 파킨슨병을 진단받아 절망에 빠졌던 그 시기에도 그는 그림을 그렸다.

'영감이 아니라 그저 그리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그림으로 그 모든 상황들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출처 : https://www.sac.or.kr/site/main/show/show_view?SN=64762

그는 파킨슨병으로 그림을 못 그리게 되자, 자살을 암시하는 ’브르타뉴의 폭풍‘을 그렸고,

이후 해골을 모티브로 ’ 죽음’ 연작을 그린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전시회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쳤던 붉은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다음과 같은 그의 말로 끝난다.

“어떤 의미에서 내 그림은 내 인생의 모든 단계를 관통하는 실과 같아서,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왔다. 삶은 계속된다.”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며 코 끝이 찡해졌다.

그의 삶이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던 묘한 경험.

관람 후 2주 넘은 시간이 흘러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이 모습을 떠올리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그의 삶이 너무나도 진하게 다가왔기 때문인 걸까?

 전시회 다녀와서 이토록 여운이 많이 남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그의 작품과 그의 일생에 대해 계속 찾아보고 있기도 하고,

원서로 나온 책도 한 권 샀다. 그가 궁금해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 계속 묻는다.

내가 그처럼 나의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열정적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불태웠던 적이 있었던가?

일찍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낸 그는 인생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지라도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전시회가 끝나기 전, 그림을 좋아하는 딸아이와 함께 또 한 번 관람하지 않을까, 싶다.


그림 출처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홈페이지

사진 : 무쇠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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