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쇠소녀 May 30. 2024

사랑하는 나를 위한 여행

[국내여행 Ep.2] 우리 소리를 보존한 곳,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사전투표를 끝내고 맞이한 지난 4.10 선거일.

모처럼 날씨도 좋았는데, 집에만 있기 아쉬워 딸내미와 외출을 하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수요일 쉬는 날에 멀리 나가기엔 오고 가는 시간이 너무 없을 것 같고 피곤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선택한 곳은 '창덕궁 후원'이었다.

지난 2월에 다녀오며, 푸릇푸릇 한 후원은 정말 아름다울 것 같아서 봄에 다시 오자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창덕궁에 도착했을 때, 예쁘다고 소문난 '창덕궁 후원'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은 우리뿐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시간별로 들어가는 인원이 정해져 있는 후원을 생각하며 매표소 긴 줄을 보니,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너무 많이 기다리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계획형인 딸내미를 설득하기 위해 그럴싸한 다른 스케줄로 급조하기로 했다.

일단, 인터넷에서 후원 예약을 한 후에 다시 오기로 약속을 하고,

익선동 예쁜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고 돌아다니다 오는 코스로 스케줄을 바꿨다.

그런데, 창덕궁에서 익선동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를 건넜을 때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 눈에 띄었다.

겉에서 보기에 '새로 지은 한옥'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며 자리하고 있었지만,

건너편 창덕궁의 위엄 때문인지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딸내미는 "엄마, 구경하고 가자~!"라고 제안을 했고,

'박물관이 교육에 좋을 듯'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우선 이곳은 입장료가 무료고, 들어가면 입구에 직원 분이 있어 안내를 받고, 천천히 구경하면 된다.

1층에는 ‘누마루‘라는 쉬면서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 잠깐‘ 둘러보기 위해 들린 만큼, 앉아서 쉬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한옥 카페 느낌이어서 잠시 앉아갈 수 있는 공간인 듯 보였다.

이곳에 입장하면서 생긴 궁금증 하나.

‘소리’를 전시하는 공간을 과연 어떻게 표현했을까?

듣는 걸 보는 것으로 어떻게 표현해 냈을지가 매우 궁금했다.

솔직히 1층 전시관을 둘러볼 땐 뭐랄까, 이것이 전부라면 너무 아쉬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나씩 체험을 하면서 이 공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은 우리 민요, 국악 등에 대한 소리를 저장해 둔 곳이다.

MBC 라디오에 ’ 우리 소리를 찾아서 ‘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찾아낸 18000여 곡의 민요와 국악인이 2000여 곡을 기증하여 만들어진 공간인 것.

그래서 곳곳에서 우리의 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데,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이 되어 있다.

이 노래는 전시된 민요 중에서 노래 가사가 인상적이어서 담아왔다.

아… 가사를 찾아보고 싶었는데, 네이버나 박물관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가 없네.

가사를 저장하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뒀을 것 같긴 한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오픈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이것은 저 네모난 것을 위에 두면 소리가 흘러나와서 영상과 함께 감상이 가능하다.

테이프나 CD 등의 저장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공학도 입장에선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 것인지 매우 궁금했지만 알 수는 없었다.

아무튼 소리 박물관이라고 해서 지루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1층에서의 몇 가지 체험을 해보니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입구.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박물관의 진수를 알 수 있었다.

찾아보니 1층에서는 주로 특별 전시를 하는 듯했고, 지하 1층은 상시 전시 공간이었다.

지하 1층 전시 공간.

1층과는 다른 전시 규모에 일단 놀랐다.

’ 소리‘라는 것을 전시하는데 이렇게 큰 공간을 사용한다고?

하나씩 보다 보니, 작은 규모라 여겨졌던 공간이 매우 크게 다가왔다.

지하 1층 입구에는 무엇인가 찾으면 도장 찍거나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워크북이 있다.

아이들이 오면 채워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박물관에 확실히 집중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장치라 생각된다.

이 얘긴 다시 말하자면, 볼 것, 알아갈 것이 꽤나 많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관람하면서 아이디어가 너무나도 좋았다고 생각했던 부분.

옛날 물건을 전시하는 것 같지만, 각각의 서랍을 열면, 설명과 함께 우리 노래가 흘러나온다.

각각의 소품은 하나같이 우리 노래를 소개해 주는 매개체가 된다.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마법.

벽에 걸려있는 것들 모두 다 들을 수 있게 만들어진 소품이다.

이것은 우리 장단을 배울 수 있는 게임기다.

난이도는 별로 표시되어 있고, 노래에 맞춰 양손으로 장단을 친다.

드럼 게임 같은 느낌인데, 공짜로 체험해 볼 수 있다.

관람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신나게 두드리다 왔다.

홀로그램 영상도 소리를 설명하는데 활용했다.

퀴즈를 맞히면 홀로그램으로 농악을 연주한다.

보고 싶으면 무조건 퀴즈는 맞춰야 한다.

외국관광객이 문제를 풀어 작동시켰는데, 옆에서 같이 구경을 했다.


아무튼, 이곳을 둘러보며 감탄만 흘러나왔는데, 소리를 전시하는 아이디어가 너무나도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듣는 것을 볼 수 있도록, 그것도 지루하지 않도록 구현해 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전시관이 이 정도의 퀄리티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매우 뿌듯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가고 그 아름다움 또한 어릴 때와는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의 소리를 찾아내 저장과 전시 공간을 만들어낸 분들에게 왠지 모르게 감사함이 느껴졌다.


주중 쉬는 날이기에 서울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는데,

딸아이 덕분에 좋은 공간 한 곳을 알게 된 듯하여 정말 좋았던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하는 나를 위한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