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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니니 Mar 28. 2023

너의 생일이자 나의 생일

네가 태어난 지 딱 10년째 되는 날이다. 내가 엄마로 태어난 날과도 같다.

"엄마, 내일은 엄마가 좀 깨워주면 안 돼?"

아침 미역국을 끓이다 말고 아이의 부탁대로 얼굴을 비비면서 깨운다. 바쁘게 아침상을 차리고, 도시락을 준비한다. 

"엄마, 미역국이 참 맛있다." 

아이는 스위트한 칭찬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아이가 미역국을 먹는 동안 선생님과 반친구들에게 보낼 구디백을 챙기느라 아이 물병에 물 채우는 것을 잊었다. 

그. 런. 데. 군말 없이 아이가 물병을 꺼내 물을 채운다. 

어머나~ 

아이는 심부름을 꺼려하는 편이다. 그런데 군말 없이 자신의 물병에 물을 채우는 것을 보니 그 행동이 고마웠다.  


그렇게 바쁘게 아이를 보내고 집 주변을 공사(평소에는 사실 너무 시끄럽고 불편하다)하는 분들께 믹스커피 한잔씩과 탄산수 4병을 꺼내 갖다 드렸다. 생일을 맞이하여 축복이라도 나누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저녁반찬으로는 삼겹살을 먹고 싶대서 한인마트로 향했다. 평소에는 품절됐던 소스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동안 필요했던 것들을 모조리 사 왔다. 

그러면서 그것 또한 감사했다. 늘 있는 것이 아닌데, 오늘 간 김에 사갈 수 있으니 말이다. 

삼겹살과 감자전, 그리고 아빠가 해준 잡채를 먹으며 행복하다는 너

고마워. 사랑해. 

사진출처: 아이 생일상, 구디백, 생일케익


아이를 낳은 날, 내가 엄마로 태어난 날이라 마음이 풍요로웠는지, 

감사함의 필터를 갖고 세상을 바라봐서 소소한 행복이 느껴졌는지, 모를 일이다.

분명한 건 감사와 행복이라는 녀석은 노력해 보면 조금씩 찾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너와 나는 한살씩 먹는다.


# 사진출처: 픽사베이, 내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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