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1도 관심없어요
지난 두 달여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말을 여실히 느낀 요즘이었다.
코로나에 걸리고 후유증으로 이석증이 왔으며, 좀 나을만하니 대상포진에 걸렸다.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내 피부부터 알아차린다. 건조하다 못해 하얗게 각질이 올라오는 피부. 어릴 적부터 추운 겨울철이면 안 씻은 사람 마냥 허연 때를 달고 다녔다. 옷을 갈아입을 때면 하얀 눈 같은 것들이 후두두 벌레처럼 떨어져 나갔다. 오일이며 로션을 덕지덕지 처발라도 잠시뿐인 나의 피부.
왼쪽 허벅지 일부에 빨간 점 몇 개가 부풀어 올랐을 때 처음엔 건조해서 그런 줄 알았다. 로션을 듬뿍 바르고 나니 좀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느낌일 뿐이었다.
3일쯤 지나면서는 벌레에 물린 듯 벌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가려움도 심해졌다. 행정실엔 여자 직원만 4명이다 보니 내 허벅지쯤이야 쉽게 드러낼 수 있다. 옷을 걷어올리고 이거 좀 봐달라고 하니 옹기종기 모여 벌건 허벅지를 구경했다.
"이거 뭘까요? 벌레 물린 건가? 근데 왜 나만 물렸지? 우리 집에서 나만. 애들도 괜찮던데. "
공주무관님이 잽싸게 검색을 해본다.
베드버그, 빈대
검색창을 바라보며 모두 고개를 갸우뚱한다.
증상이 비슷한 거 같기도 한데 왜 나만 물렸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은 채 또 하루가 흘렀다.
아무도 이 증상이 '대상포진'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 대상포진 ]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정체는 어렸을 적 한 번쯤은 걸려본 적이 있는 수두 바이러스이다. 이 수두 바이러스는 소아기 때 수두를 일으킨 뒤,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척수를 이루는 '배근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활성화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두에 걸리지 않았으면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을 질병이며, 헤르페스처럼 잠복과 발병을 반복하기 때문에 완치가 불가능하다. 수두에 걸린 적이 있다면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면역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출처: 나무위키
그사이 벌레 물린 자국들은 더 붉게 퍼졌고,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다가 깰 정도로 날카로운 통증에 이건 뭐가 문제가 있구나를 직감했다. 4일째 저녁 남편에게 증상을 이야기했다.
[통증이 심각하다. 급격히 심해진다. 피부 겉은 뭐만 스쳐도 너무 쓰라리고, 안쪽은 바늘로 쑤시는 것 같다. 신경이 찌릿찌릿한 느낌이다.]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상포진인 거 같다고 했다. 일 년 전쯤 남편도 대상포진을 앓았다. 증상초기에 병원을 갔던 터라 약을 먹고 금방 좋아진 케이스여서 내가 느끼는 통증까지는 아니었기에 짐작을 못한 것이다.
다음날 피부과 진료를 보니 대상포진이라며 면역체계가 무너진 거라 무조건 푹 쉬어야 한다고 했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스트레스받지 않고 푹 쉬고 잘 먹는 게 답이지.
밥을 먹으며 첫째와 둘째에게 엄마가 대상포진이고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둘째가 검지를 까딱까딱하며 이야기한다.
"엄마, 1도 관심 없어."
내 귀를 의심했다. 이게 뭔 소리야. 내가 애를 잘못 키웠나? 엄마가 아프다는데 1도 관심이 없다니....
어떻게 엄마가 아프다는데 1도 관심 없다는 얘기를 할 수 있냐고 했더니 둘째 녀석은 난처해하며 얼른 말을 바꾸었다. 대상포진에 관심이 없는 거라고. 첫째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10 정도란다.
이런 대문자 T 같은 녀석들.
아무도 관심없으니 내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줘야겠다. 잘 먹고 잘 쉬고 얼른 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