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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케이 Jun 20. 2024

뉴욕 일기 #1:
24살, 뉴욕에 입성하다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는 과정이 체력적,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는 일이었지만

뉴욕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가슴 떨리고 신나서

힘든 게 하나도 체감되지 않았다. 


이사를 온날은 5월 말이지만

6월 말까지는 첫 출근을 하지 않기에

지난 한 달간 천천히 짐도 정리하고

가구도 들여오고, 

출근을 위한 다양한 준비도 하고,

오랜만에 온 뉴욕에 적응을 하면서

여태껏 내 인생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슬로우하고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창밖으로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이건 조금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이 삶이 정말로 나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재차 알려줘야 한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믿기가 힘들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벅참을 느낀다.


나는 이렇게 이른 나이에 뉴욕으로 이사를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난 꼭 뉴욕에 가고 말겠어'

하는 생각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은 있었다.

한국을 벗어나 세계적인 레벨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왠지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나를 기다리고 있는 더 큰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끌어당김의 법칙이 작용한 걸까.

어느새 눈을 떠보니 뉴욕에서 취업이 되었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맨해튼 주민이 되어있었다.

그저 감사하다.

부산에서 태어난 내가 이렇게 이른 나이에

다른 곳도 아닌 뉴욕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그리고 내가 이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

온 가족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진심을 다해 나를 도와주고 지지해 줬다는 것이.


뉴욕의 여름은 정말 완벽하다.

더운 날씨는 좋아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거의 매일 해가 쨍쨍하고

걸어 다니기만 해도 에너지가 샘솓는다.

나뭇잎들은 건강한 초록색을 자랑하고

그런 나뭇잎을 단 키 큰 나무들이 모여있는

공원들을 지날 때면

왠지 모를 낭만을 듬뿍 느낀다.


작년 여름에는 Lower East Side에 있는

루프탑 바를 많이 다녔다.

아무리 여름이지만 해가 지면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시원하고 설렘이 가득한 냄새가 나는

바람이 불곤 한다.

루프탑에 있는 낭만적인 조명 아래에서

맛있는 칵테일을 한잔 하면서

온몸이 울리는 것 같은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

그 느낌은 나이가 많이 들어도 기억할 것 같다.


나는 뉴욕의 여름만 제대로 경험해 봤다.

그 외의 계절에 뉴욕을 방문해 보긴 했지만

살아보진 않았기 때문에

추위를 싫어하는 나지만

그래도 뉴욕이니까 계절마다 그 나름의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다음 주부터 출근을 하게 된다.

처음 한 달간은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트레이닝을 받는다.

1년 차 동기들과 함께.

작년에 인턴을 할 때 첫 주를 트레이닝을 하면서 보냈는데

그때 사람도 많이 사귀고

분위기가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어서

기대가 참 많다. 

작년에 만났던 친구들 중에 나처럼 1년 차로 복귀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이번엔 아는 사람이 영 없지도 않다.

심지어 출근하게 될 건물이 작년 인턴 첫날에 갔던 건물이기도 해서

긴장할만한 일이 훨씬 적다. 얼마나 다행인가.

(원래 나는 처음 가보는 건물이면 꼭 미리 한번 가봐야 되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대중교통 타는 것도 리허설해봐야 하고

걱정할 일을 최소화하려고 무진장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걱정에서 오는 긴장감보다는 

기대가 돼서 설레는 좋은 긴장감이 더 가득하다.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백수로서 보내는 마지막 한주가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다.

그래도 지난 3주간 정말 잘 쉬면서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학생의 생활습관에서 벗어나서 

앞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유지하고 싶은

새로운 일상의 루틴을 실험하고  

정립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유학일기가 아닌 뉴욕일기로 돌아왔습니다.

비록 뉴욕 초짜라 아직까지 아는 게 많이 없지만

뉴욕생활, 그리고 퀀트, 금융권 취업에 대한 질문이 있으시면

최선을 다해서 답해드리겠습니다.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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