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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케이 Jul 07. 2024

뉴욕 일기 #2:  월스트리트 첫 출근

신입 애널리스트의 출근 일기

출근한 지 이제 딱 2주 되었다.

지지난주 일요일에 첫날에 무얼 입고 갈지 정하면서

마음이 너무 설레었는데

그게 아직 2주밖에 되지 않은 일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로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 같다.

학부동안 나는 통계, 수학, 머신러닝을 전공하고

사회심리학 분약에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썼는데,

금융은 수리적이고 논리적이지만

동시에 사람의 심리를 많이 감이한 학문이라

너무 재미나다.


첫 한 달은 트레이닝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은 신입 애널리스트 80명이

한 교실에 모여서 매일 금융 공부를 한다.

이 한 달이 지나면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자기 팀에 돌아가 일을 시작하게 된다.

영국, 호주,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모두 뉴욕에 모여서 트레이닝을 받는데

매일 아침 7시부터 오후 6-7시까지 한 방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금방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우리 모두 한 달 뒤면 이렇게 자주 만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서 쉬는 시간마다, 주말마다 모여서

더 많은 추억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아마 우리가 서로 더 친해진 건

공부가 양적으로도 많고 난이도도 높아서

모두 함께 고생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애널리스트 모두 대학에서 성적도 좋고

공부머리들이 다 있는 사람들인데

보통 대학에서는 한 학기 동안 배울 내용을

하루이틀 안에 흡수해야 하고

매주 금요일에 있을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내야 해서

평소 공부하던 것보다 몇 배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나름 잘 버티고 있다.


정말 감사한 건 체력이 아직까지 잘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지난 2주 동안 수면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식사시간도 내 통제를 벗어나서 몹시 들쭉날쭉하다.

 

출근이 매일 아침 7시고, 이동시간이 40분 정도 걸려서

아침에 공부도 하고, 아침밥도 간단히 챙겨 먹고

정장을 잘 차려입고 나서려면

매일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야 여유롭다.

여름이라 아침 출근길이 밝아서 너무 좋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녹초가 돼서 돌아온다.

처음 며칠은 10시 정도에 잠에 들어서

아무리 못해도 7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을 지켰는데

공부할 것들이 쌓이다 보니

회사에서 더 남아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공부를 하다가 자정 가까이 돼서

잠이 드는 것 같다.


그다음 날 일어나면 무척 몽롱하다

커피를 마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데

나는 커피를 최근 끊어서 그냥 냅다 버틴다.

주변 애널리스트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하루종일 커피 대여섯 잔은 마셔야

수업동안 졸지 않는다고 한다.

(수업 중에 조는 게 걸리면 벌점을 먹고 직속 상사가 알게 된다)

대학 때도 이렇게까지 수면을 희생한 적이 없었는데

잠을 정말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큰 희생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몸살도 나고

감기도 심하게 걸렸을 상황인 것 같은데,

곧 아플 수도 있겠다 하는 낌새를

얼른 눈치채서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려는 노력을 했던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잘 버티고 있는 내 몸에게 고맙다.


나는 이 생활이 너무 즐겁다.

솔직히 요즘 회사 다니는 게 너무 행복하다.

잠을 잘 못 자고, 공부량도 너무 많고,

밥도 제시간에 못 먹지만

오랫동안 배우고 싶었던 금융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멋진 애널리스트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월급까지 받으니까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쿠키�)

 7.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그날은 빨간 날이라 휴일이었는데

애널리스트 친구들이랑 모여서 그다음 날 있을

시험을 위해서 하루종일 공부를 했다

아침 10시에 모여서 오후 7시까지 공부를 했으니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려고 했는데

친구 초대로 허드슨 강 바로 앞에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영상에 담긴 거보다 훨씬 예쁘고

바로 앞에서 본건 처음이라 불꽃이 터질 때마다

온몸이 진동을 했는데

마음이 뻥 뚫리면서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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