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화 Jun 30. 2024

공간 IV

누구니? 너는?

이 집에 이사 온 지도 벌써 5년 차이다. 결혼 후 7번째 집이다. 이상하게 전세든 자가이든 2년을 못 넘기고 이사를 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이 집이 제일 오래 살게 된 집이 되었다. 


이 집에는 재미있는 구조의 공간이 있다. 안방과 연결된 공간인데 사용처가 애매모호한 공간이다. 

장롱도 있고, 이동식 TV도 있고, 에어드레서도 있고, 빈백도 있고, 키보드도 있었다가, 간단한 운동기구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거실테이블도 여기로 들어오고, 코칭 공부한다고 책장, 책상도 들어왔다. 


이렇다 보니 이 공간을 보면 특별히 지저분하지는 않지만 "어지럽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이 공간의 아덴디티가 정립이 되지 않은 채 몇 년이 지난 것이다.


캠핑장 분위기로 꾸며볼까? 헬스클럽처럼 바꿔볼까? 아니면 아예 서재로 만들까? 이 공간을 보면 고민스럽기까지 했다.


불현듯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생각해 보고, 의미를 부여하면, 현재의 모호한 공간에서 잘 정의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조직과 조직원의 가치를 찾는 것처럼, 이름하여 "공간 가치 찾기"를 해 봐야겠다. 


금요일, 주말 저녁에는 이 공간은 영화관이 된다. 예쁜 빛깔의 칵테일이 들어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차려진다. 영화를 보면서 잔을 맞대면 업무와 학업으로 인해 쌓인 일주일의 피로가 풀리는 공간이다. 이때의 가치는 안락감, 즐거움과 가족 간의 대화로 오픈마인드, 소통이 적용되는 것 같다.


코칭을 시작하면서 이 공간에 책상이 들어왔다. 그 시점부터 이곳은 코칭과 수업의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열흘 전부터는 글쓰기 공간도 되었다. 이때의 가치는 프로정신, 성장, 지혜,  존중, 신뢰, 창의성이 공존한다.


한가운데 차지하고 있는 테이블을 벽으로 치워놓고 매트를 깔면 이 공간은 홈트레이닝 장소로도 변한다. TV속 멋진 트레이너를 따라서 스쾃, 런지, 플랭크, 윗몸일으키기를 땀 흘리면서 이를 악물고 한다. 이 때는 도전, 끈기, 열정,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주말 오후 푹신한 빈백에 기대어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때면 마음의 평화, 자유, 안정감, 감수성이 발동한다.


신기하게도 애매모호하다는 이곳이 이렇게나 멋진 가치들로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맞다, 이 공간의 최대 가치는 "유연성"이었다! 이제 이 공간은 '어지러운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유연한 공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예술가들이 캔버스에 점하나 찍어놓고 그럴싸한 제목과 의미를 부여하면 작품이 되듯이, 공간도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눈이 갑자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 공간을 계기로 지금부터 집안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공간 가치 찾기가 시작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공간 III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