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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korea Jan 27. 2023

엘리베이터

사람 중심…기계 중심

브런치를 통해 이 글을 쓰고자 함은 기억의 소환이고 기록이었다. 하지만 점점 잊혀져 가는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는 어려움과 더불어 글쓰기의 한계에 소홀하게 된 게 사실이다. 다시 한번 스스로 다 잡고자 한다.


개성공단은 분양가가 저렴(평당 149천 원)하고, 노동집약산업이 대부분으로 1~2층 규모의 공장으로 지어졌다. 개성공단 랜드마크로 지어진 첫 번째 공공건축물이 종합지원센터인데 무려 층수가 15층 규모이다. 남측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니고 개성시내에도 20층 아파트가 선전거리를 중심으로 즐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에…그리고 남측의 현대식 고층 건물이었고, 남측 복합행정기관 건물이라는 데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처음에 설계는 20층이었으나 북측 당국이 보안상의 이유로 15층으로 낮아졌고, 꼭대기층에 마련될 스타이라운지는 오픈조차 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다. 남측 또는 해외 방문객에게는 최애 코스 중의 하나이다. 개성공단 중심에 세워진 터라 사방이 트여 공단 전반적인 브리핑하기에 좋고, 북으로는 개성시내가… 남으로는 문산 시내 아파트뿐만 아니라 날이 좋은 날에는 삼각산(북한산)까지 보일 정도이다.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는 스카이라운지에서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여러 에피소드가 많은 곳이지만 오늘은 엘리베이터에 대한 남북한의 문화 차이를 적고자 한다. 건물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지하 1층과 지상 15층으로 지어졌고, 지하 1층은 주차장과 북측 근로자 식당, 휴게소가… 1층에는 우리은행, CU편의점, 면세점 등이 있으며, 4~11층은 임대 사무실이, 12층은 북측 총국(협력부), 13~14층은 관리위원회가 입주해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자면 항상 반복되는 상황이 있다. 앞서 한 가지 묻고자 한다. 1층에서 1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눌러야 하는 버튼은 오름 버튼인가 내림버튼인가…. 생각조차 하지않고 오름 버튼을 누를 것이다. 현재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멈추어 있든 간에…

나 역시도 1층에서 13층에 올라가려면 오름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 그런데 북측 근로자(기업 직장장, 총무 등은 생산이나 물자 반출입 서류를 관리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매일 방문한다)가 먼저 와 있는 경우에는 내림버튼이 눌러져 있다. 그럼 나는 당연히 오름버튼을 다시 누른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면 먼저 기다리던 북측 근로자가 탑승을 하고 문이 닫힌다.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고 다시 1층으로 올라오면 내가 누른 버튼 때문에 문이 열린다. 그런데 먼저 기다렸던…지하 1층으로 내려갔던 북측 근로자가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 있다. 탑승을 하고 올라가면 13층에서 같이 내린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지하에 무슨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반복하기를 수일이 지나고 친하게 지내는 젊은 북측 성원에게 물었다… “00선생, 북측 근로자가 엘리베이터 탈 때, 1층에서 꼭 지하에 내려갔다 오는데 무슨 문제라고 있어요?” 성원은 웃으며 너무나도 명쾌하게 답한다. “00선생, 남쪽은 사람 중심이고, 우리 공화국은 기계 중심이라 그렇소”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순간 바로 이해가 갔다.

남측 사람은 1층에서 1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오름버튼”을 누르는 반면 북측 사람들은 지금 엘리베이터가 13층에 있으니 내려오라며 “내림버튼”을 누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남측은 “사람 중심”, 북측은 “기계 중심”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에도 남과 북의 다름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북측과 같은 시스템으로 작동되었다고 한다. 그게 국제표준이든… 북측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함이든 변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종합지원센터는 2020년 6월 북측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시에 앞 창문이 모두 내려앉아 버렸다. 그곳에서의 삶이 동시에 부정되고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그곳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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