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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랬구나 Dec 08. 2023

빵집 쇼핑백 수집가인가

생활공간을 정리한다는 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걸 이번에 몸소 느꼈다.

베란다 수납장 정리를 하면서, 그것도 심지어 쇼핑백만 정리했는데 글감이 두 개나 나왔다.


지난번 '프랑스 비닐봉지, 네가 왜 거기서 나와'에 이은 두 번째 쇼핑백 이야기다.

버릴 것을 선별하기 위해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전국 유명 빵집들이 다 나온다.

먹는 거에 진심인 사람 바로 나다. 덤으로 쇼핑백 수집가인가.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앞 뒷 면 디자인이 다르다

요즘 빵 종류 중,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곳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안국점에서 살 때는 종이봉투에 넣고 투명 비닐에 담아줬었는데, 쇼핑백은 처음 봤다. 며칠 전 남편이 잠실점에서 포장해 올 때 가져온 쇼핑백이다. 아이들은 베이글을 꺼내 먹느라 바쁜데 나는 이 쇼핑백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더랬다. 매장에서 느껴지는 런던베이글만의 분위기가 쇼핑백에도 그대로 전해진다. 브랜드 정체성이 확실한 런던베이글뮤지엄! 진심으로 멋지다.



노티드

노랑노랑이 예쁜아인데 베란다 수납장안에서 험하게 지냈구나 미안하다

안국동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 못지않은 인기스타. 노티드 도넛집 쇼핑백.

요즘 유명한 빵집들의 특징인 것 같다. 빵만 맛있는 게 아니라 매장도 예쁘고, 포장 용기도 예쁘다. 저 빵을 먹어보고 싶다 더하기, 저 매장에 가본 나를 사진으로 남겨서 SNS에 올려야겠다, 저 포장백을 들고 오는 경험을 하고 싶다를 요즘 브랜드들은 추구하는 것 같다. 빵 구매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매장을 방문한 경험, 그리고 그걸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활용한 것 같다. 사진으로는 안 남겼지만 노티드는 포장 상자도 몹시 예쁘다.



이성당

군산에서부터 데려와서 꼬깃함이 있지만 그것마저 멋스러운 이성당 노란 쇼핑백.

군산 시내에 가면 저 노란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엄청 많이 만날 수 있다. 쇼핑백 아랫부분에 적힌 빵집의 주소마저 디자인적인 요소로 느껴진다. 이제는 서울에도 있던데, 서울에 있는 이성당에서 포장을 해도 저 군산 주소가 적혀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옵스

이 분은 부산 유명 빵집 옵스 쇼핑백 되시겠다.

옵스는 남편이 부산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사 와서 처음 먹어봤다. 그때 그 빵집에서 유명한 거라며 슈크림을 보냉재까지 넣어 포장해 왔었다. 슈크림은 맛있었을 거다 분명, 그런데 슈크림의 맛보다 정성스레 들고 온 남편의 마음이 더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먹는 거에 진심인 나를 위해 KTX 놓칠세라 조마조마하며 택시까지 타고 다녀온 옵스였다. 그런데 어느 날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에 떡하니 있는 옵스를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이란! 참고로 저 쇼핑백은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포장할때 가져온 것.



 나폴레옹

전국 유명 빵집이자, 우리 동네 맛집이자, 내가 우리 동네를 떠날 수 없는 이유인 나폴레옹.

나폴레옹 빵집 쇼핑백은 우리 동네에선 흔히 보는 가장 무난한 쇼핑백이라서(^^) 동네 사람들 끼리 무언가를 주고 받을 때 가장 많이 활용된다.



태극당

1946년부터 있었다는 장충동 태극당.

조경규 작가님의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에 태극당 이야기가 나왔다. '오무라이스 잼잼'의 열렬한 애독자인 우리 집 어린이들이 몹시 가고 싶어 하여 다녀온 태극당. 아마 올 설 연휴 즈음에 다녀왔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뒷면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쓰여있다. 보통 사용하는 쇼핑백 디자인은 아니고 특별한 시즌용 쇼핑백이었다.



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 패션파이브

마지막은 대기업 빵집 3형제.

맛과 가격은 쇼핑백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정확히 비례한다.


 


옆에 있던 남편에게 쇼핑백들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거 봐, 나 빵 진짜 좋아하나 봐. 빵집 쇼핑백이 이렇게 많다?"


쓱 보더니 나를 몹시 설레게 하는 말 한마디를 한다.

"성심당이 없네. 기다려 다음 주에 출장 가니까 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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