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첫 째 아이는 학원을 딱 하나 다닌다. 기타 학원.
6학년 아이가 영어 수학을 다니지 않는다는 일이 이렇게 엄마가 피곤할 일인가 싶다.
그나마 하나 다니던 영어 학원을 최근에 그만두고 나니 나는 정말 이상한 엄마가 되었다.
언제까지 놀게 할 거야? - 노는 거 아닌데,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데? 책도 읽고. 그리고 좀 놀면 안 되나?
걱정 안 돼? - 응 난 걱정 안 되는데. 왜 걱정해야 하지?
어느 학원 보낼 생각이야? - 학원 보낼 생각 없다고 몇 번 말하니
무한 반복이다. 친한 엄마들도, 안 친한 엄마들도 한 목소리로 나의 아이를 걱정한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웃기다.
학원을 많이 보내는 집 아이는 아이가 힘들겠다며 걱정, 안 보내는 집은 공부 안 시켜서 어쩌냐며 걱정.
도대체 그녀들이 다른 집 흉을 안 보는 학원의 최적의 개수는 몇 개인가.
영어 수학 그리고 예체능 하나면 흡족하려나.
미안하지만 난 당신들의 걱정에 놀아날 생각이 없다. 그냥 좀 두면 안될까.
친구 엄마라는 미명하에 엄마들은 참 남의 아이에 관심이 많다.
그럴 시간과 에너지가 있음 보석 같은 본인 아이에게 귀 기울이는 게 훨씬 나을 텐데.
이런 일도 있었다. 아이가 다니던 영어 학원을 그만둘 때, 학원 같은 반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와 나는 딱 커피 한 번 마신 사이다.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이렇게 전화까지 해서 물어볼 정도의 친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아이가 왜 그만두는지 그리고 어디로 옮기는 건지 꼬치꼬치 묻는다. 취조당하는 줄. 옮기는 게 아니라 그냥 그만두는 거라니 못 믿는다. 아니 믿을 생각을 안 한다. 내가 숨긴다고 생각하더라. 얼마 후 동네에서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만난 그녀는 내가 가게에서 물건 계산하는 사이 우리 아이에게 너 학원 어디로 옮겼냐고 묻고 있더라. 아이가 해맑게 저 요즘 학원 아무것도 안 다녀요~ 웃으며 대답하니 몹시도 멋쩍어하던 그녀.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는지 모르겠네?
내 아이의 일은 내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잘 결정한다.
본인들도 뭐가 옳은지 모르고 불안해서 그런 거 같은데, 나 좀 그만 흔들고 혼자 불안해하면 어떨까.
난 한 번만 말했는데 할지 몰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안부처럼 묻는 그 집아이 학원 어디 다녀요는 정말 피곤하다. 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궁금할 순 있겠다 싶다. 숨길 생각도 없다. 그런데 대답해 주면 제발 다니는 학원이 많네 적네하며 참견만 안 했으면 좋겠다.
3학년 둘째 아이는 최근 학원 1개를 정리해서 4군데에 다닌다. 매일 학원을 2개씩은 간다. 둘째 친구 엄마들은 아이가 체력이 좋다, 안 피곤 해 하냐, 학원비도 많이 들겠다 한다. 네네.
같은 엄마 아빠가 낳아서 기른 아이지만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다.
첫째 아이는 집 밖의 공간에서는 편안함을 쉽게 느낄 수 없고, 예민하여 밖에 있는 동안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유형이다. 그렇다 보니 장소가 자주 바뀌면 집중하기 쉽지 않다. 편안한 공간에서 본인 페이스대로 공부하는 게 효율적인 유형이다. 그래서 집공부를 선택했다.
둘째 아이는 집에 있는 것을 몹시 지루해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기고, 타인의 인정이 중요한 아이다. 그래서 학원에서 공부하며 밖에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경쟁이 스트레스가 아닌 아이라서 여럿이 공부하는 것이 성과가 난다. 그래서 학원을 몇 개 다니고 있다. (그나마도 예체능이 대다수이지만)
자, 과연 나의 아이들 학원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그녀들이 나 만큼 나의 아이들에 대해 알까.
혹은 내가 학원 더 보낸다 하면 돈을 줄 건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묻고 싶다.
요즘 첫째 아이 학원 그만두고 질문과 걱정을 너무 많이 들어서 좀 피곤했다.
아니 많이 짜증 났다. 글로라도 하소연을 해야겠기에 우다다다 분노의 자판을 두드렸다.
쓰다 보니 마음이 좀 정리가 된다.
결론은 그녀들 또한 불안해서 그렇다는 것.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나는 내가 고민하여 내가 결정한 대로 묵묵히 나아가면 된다는 것.
(이미지 출처_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