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클라라의 이야기
별 4.5/5
인공지능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이 작품은, 어른이 된 후 소설이 잘 읽히지 않던 내게 오랜만에 재미있게 몰입하게 해 준 소설이었다. 저자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사회에 들어왔을 때 어떤 윤리적, 감정적 충돌이 생길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그려냈다.
주인공 클라라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AF(Artificial Friend)’ 로봇이다. 매장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바깥세상을 관찰하던 클라라는 병약한 소녀 조시에게 선택되어 그녀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 이후 클라라는 조시의 친구가 되어 곁을 지키면서 인간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사회의 미묘한 분위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해 나가게 된다. 인간의 비윤리적인 행동, 소름 돋는 행동들이 클라라의 눈에는 무덤덤하게 비치기도 했고, 반대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존재인 태양이 클라라에게는 아주 특별하고 신성한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또한 유전자 편집을 통해 아이들이 ‘향상’되는 설정은, 부모의 단순한 욕심이라기보다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대체한 현실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인간의 욕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클라라의 시선은 오히려 담담하고 순수했다.
책을 읽으며 SNS에서 본 로봇을 밀어뜨리는 영상이 떠올랐다. 쇳덩이에 불과한 기계일 뿐이지만, 그 로봇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던 기억이 있다. 클라라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그녀는 기계였지만, 누군가를 걱정하고, 사랑하고, 희망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클라라가 매일같이 태양을 바라보며 조시의 회복을 기원하는 모습은 특히 기억에 남았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이라기보다는, 인간이 가진 신앙처럼 그려졌다.
이 책은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면서도, 이야기 자체는 무겁거나 어둡지 않아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클라라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어릴 적 좋아했던 영화 바이센테니얼맨 속 로봇 앤드류가 자꾸 떠올랐고, 그 감성이 오버랩되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인공지능의 능력에 대한 과도한 환상이 들어갔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고 마이너스 포인트이지만 소설이니까!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에 관심 있는 독자
가볍지 않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문학을 찾는 사람
바이센테니얼맨, Her 같은 작품을 좋아했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