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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선오름 Aug 07. 2024

인테리어, 알려줄게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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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알려줄게요 5

    

아파트 인테리어는 얼핏 보기에는 쉽다.

대부분 기존에 있던 구조벽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마감재만 변경이 되는 경우라 다들 별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시는 아파트에 혹은 입주할 아파트에 인테리어를 진행해 보신 분들은 대개 고개를 흔든다.

반면에 주택을 직접 지어본 건축주들 중에는 인테리어에 대해서, 건축마감에 대해서 ‘꽤’ 안다고 자부하는 분들도 있다.

엄청나게 공부하고, 자재들도 직접 자재상에 가서 결정하고... 골머리를 싸안고 연구를 했고 경험도 있으니 알만큼은 ‘안다’라고.


그러나 착각이다.

그렇게 간단한 것이라면 건축과가 왜 5년 제이며 전문대학도 3년제 인지를 설명할 수 없다.

게다가 그렇게 오래 공부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해서 입사를 해도, 결국 모든 업무는 새로 배워야 하는 게 이쪽 계통의 현실이다.

한 개인이 그 많은 분야들을 알기에는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가장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짚어보자.

욕실의 조건은 첫 번째건 두 번째건 방수다.

잘못된 방수시공으로 아래층에 물이 새는 일이 제법 있다.

게다가 이런 것들은 집주인이 바라보고 있다 해도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고, 그 상태로 덮어지니 아주 모호하다.


아파트 욕실의 방수 방법도 비용에 따라, 기능공의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 단언하진 못한다.

원칙은 방수가 끝난 후 최종 마무리용으로 올라온 배관들을 잘 막고 가능한 높이로 물을 담아놓는 것이다.

그러면 방수층이 제대로 기능하는지를 알 수 있지만,

이게 또 그땐 괜찮았는데 나중에 타일공, 배관공이 후속작업을 하면서 건드리거나 방수층에 흠집을 내기도 하니 잘 감독하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인테리어 회사 현장대리인의 할 일이다.

공종 (작업의 기능별 종류)에 대한 감독 문제도 있다.

아주 치밀하게 바닥에 난방배관을 잘해놓고, 몰탈이나 다른 마감재로 거실과 방을 다 덮는다. 그리고 이후에 목수가 나서서 문틀작업을 하거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 악의 없이, 우연히, 바닥에 못을 박는 경우가 있다. 그게 하필 온수배관, 난방배관 라인이다.

모든 것이 리셋되는 낭패지만 처음에는 원인규명도 불가능하다.     


제일 안 좋은 경우는 건축주가 중간중간에 디자인이나 재료나 등등을 자꾸 바꾸는 것이다.

현장소장은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건축주의 말을 안 들을 수 없다.

일단 비용도 상승하지만, 미세한 재료의 높낮이가 변하고 마감재의 성질에 따라 내구성도 변한다.

문제는 대개 다른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지점의 경계다.

그 부분들은 나중에도 늘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온돌난방, 즉 복사난방을 하고 있으니 바닥재는 늘 변형의 문제를 안고 있다.


타일이나 벽지와 조명은 대체로 짧게 5년 길게 10년 이상이 되면 바꾸게 되는 마감재이니 (내구성이 문제가 아닌 디자인, 컬러, 연식에 따른 오염등) 훗날 철거비용이 적게 들법한 방식을 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장 좋은 것은 디자인 단계, 마감재 선택 단계에서 인테리어 회사와 선택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인데, 대개의 건축주는 도면이나 사진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건축주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회계사의 회계장부를 잘 읽지 못한다.

심지어 보험사의 약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닌 이상은 그렇다.

또 건축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다른 분야의 일을 하던 집주인이 내가 그쪽 다 배웠노라 하는 식으로 인테리어 회사를 다그치는 경우도 있다.

그게 아니면 건축주 주변에 뭐든 ‘해보았다’ 하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난다.

건축 지식이 아닌 온갖 잡다한 건축 상식 (비상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대개 오지랖이 넓다.

그래서 어느 한 포인트를 잡아서 이래저래 하는 경우도 많다.     


오래전에 거래처 직원이 아파트에 불이 났다.

다행히 사람은 안 다쳤지만 내부가 그을어서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데, 여러 관계상 내 회사가 개입하긴 좀 그래서 근처에서 소개받은 아파트 인테리어 ‘업자’를 만났다.

만나는데, 전혀 모르는 제3의 인물이 튀어나왔다.

거래처 직원의 동서 라고 하는데, 최근에 다가구 주택을 지은 집주인이라는 것이다.

해당 인테리어 업자가 말을 꺼내는 즉시 반박을 한다.

이를테면 ‘ 몰딩은 홍송으로 해라. 그게 좋다 ’라는 식이다.

마치 내가 집 지어봐서 다 아는데~라는 식인 거다.

그냥.. 놔뒀다.

괜스레 끼어들었다가 거래처 직원과 사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 아, 저는 상업인테리어 전문이라 아파트 몰라요~’가 내 회피 방법이었다.     


양심적이고 정말 고객의 비용을 절감하여 애쓰는 업자는 없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런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도 아닌데 정말로 저렴하게 단가를 제시한다면 오히려 수상하다.

중간에 먹튀를 하거나, 속이고 자재를 바꾸지 않는 한 일정 이익은 보장되어야 한다.

현장에 늘 1명이 나와있고, 디자인 단계에서 다른 1명이 있었고, 거의 한 달을 해야 한다. (요새는 아파트 민원이 많아서 일찍 시작도 불가하고 늦게 공사도 불가하며 공휴일, 토, 일요일 모두 공사 불가다. )

그러면 최소 2명의 2달 급여(준비단계 포함)와 관리 경비, 회사의 이윤 등을 고려하면 싸다고 느끼는 게 더 이상하다.     

명심해야 할 것은, 세상에 공짜도 없고 싼데 좋은 것도 없다 는 진리이다.


타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시중 타일자재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있고, 해당 제품인데 B급으로 분류된 제품이 있다.

가격차이가 있는데 생산과정에서 표면 프린팅에 살짝 흠이 생기거나 모서리가 미세하게 깨진 제품들이다.

박스당 가격이 차이가 있어서, 대량으로 시공하는 현장에는 적절하다. 크게 문제가 있는 건 거의 없다.

그러나 아파트 욕실, 주방, 베란다 등만 시공을 하신다면 낮은 가격대의 정품을 구매하셔도 큰 차이가 안 난다.

다만 타일의 사이즈가 커지거나, 포셀린 타일처럼 밀도가 높은 타일은 시공성 난이도에 따라 그만큼 높은 인건비를 생각하셔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재가격에서 크게 눈여겨볼 정도로 차이가 나진 않는다.

자재비보다는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무리하게 가격을 깎으면 질이 낮은 기능인이 배치되므로 이익은 아니다.


나름 전문가인 업체에게 발주처인 집주인이 아무리 간섭하고 비용을 줄이려고만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업체는 원가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비용이 높은 업체가 잘한다 는 뜻은 아니다.

결국, 그 업체를 이끄는 대표의 사람됨에 품질과 비용이 달려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너무나도 추상적인 제언이라 죄송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다.

대기업이 이상하게 작은 소규모 일을 한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 재하청의 재하청의 재하청. 악순환 구조다.

실제로 행정적 서류는 다 갖춰져 있어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을 뿐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해당 업체가 최근에 공사를 마친 현장을 찾아가서 보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 공간의 발주자를 만나보면 더 좋고.

제삼자의 품평이란 참고 사항일 뿐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객관성이 있으니까.


일단은 신중하게 선택하시고, 선택 후에는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그 업체의 인성을 지켜보시는 게 정답이라고 하겠다.

강호의 숨은 고수든, 집을 봐주는 닥터든. 공정하거나 보증을 해주진 못한다.

그냥 플랫폼 일뿐이다.

내 집은 내가 발품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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