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작품!
인테리어 알려줄게요 7
인테리어에 대한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사실은 이게 그나마 제일 전문분야이자 가장 오래도록 해온 일이긴 하지만 쉽게 브런치로 시작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것 같고, ‘경력직’이라고 하기에도 대다수 인테리어 분야에서 다 일해본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淺學菲才(천학비재)라는 사자성어가 딱 맞는 신세다.
그런데 원래 건축이라는 분야가 좀 얕은 지식을 넓게 가지는 분야이긴 하다.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처럼 다방면에 능한 천재가 아니고서야 그 모든 분야를 잘 알 수가 없지 않나.
하지만 접하는 고객의 직업과 눈높이와 취향과 취미가 제각기 이므로 대부분 사람이 살아가는 분야에 깊이가 없을 뿐 귀동냥 눈동냥으로 깡통에 넣어 모아야 그나마 아는 체를 할 수 있다.
다행히 요즘은 과거엔 책을 참고하고 발주처를 만나기 전에 해당분야에 대한 장소를 가보거나 해서 준비를 했어야 했지만,
인터넷의 바다와 지식검색엔진이라는 무기가 있어서 몰라도 아는 체? 하기가 제법 쉽다.
하지만 그 지식이 머릿속에 담겨있지 못하여 이따금 헛소리를 하고 당황하는 것은 현실이니 할 수 없다.
어떤 경우는 고갱님께서 사전에 인터넷에, 유튜브에 떠도는 온갖 지식으로 무장을 하시고 공격적인 질문들을 하시기 때문에, 무척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예컨대,
“ 그거 알아보니 00원이면 된다던데요? ”
“ 넹? 어디서요??? ”
“ 숨고에 올려보니 그렇다던데요. ”
“ 아....고갱님..... ㅠㅠ ”
왜 인테리어를 할까? 굳이 많은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 따위 평생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은데.
그 돈으로 신형 전기차를 사던지, 주식투자를 하겠네.
뭐 이런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
관점의 차이이자, 삶에 대한 가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를 가끔 들어보셨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하면 강렬한 원색의, 그리고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단순화된 디자인 등을 연상하시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그렇게 인식된 이면에는 ‘스칸디나’라는 이름으로 얼추 엇비슷한 디자인으로 일관된 국내 중소기업들의 제품 영향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회사로 알려진 ‘이케아’ 가구의 영향도 많을 것이다.
또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위치한 곳이 고위도 지역이라 겨울이 길고 추우며,
그런 영향으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춥고 어두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밝은 색채의 가구가 발달했다는 식의 교육을 받다 보니 그럴듯한 일반론인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일단 북해와 발트해 연안으로 구성된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북대서양 해류와 편서풍 영향으로 겨울철에 오히려 따뜻한 해양성 기후 영향을 받는 지역이 있다.
그러나 또 스칸디나비아 산맥을 기준으로 동서편의 기후차이가 꽤 크므로 겨울추위가 혹독한 지역도 존재한다.
북부지역은 타이가 기후와 툰드라 기후가 나타나기 때문에 침엽수림이 울창하고 임업 생산량도 상당하다.
그래서 원래의 스칸디나비아 식 가구들은 원목을 가공하여 만들어지는데 익숙하다.
굳이 합판, 또는 MDF 라 불리는 합성목재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구 원재료가 풍부하고,
독일공작연맹의 영향과 아르누보 사조의 영향으로 기능적이고도 인간적인,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가구들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시작한 것은 맞지만, 이케아의 창업주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통신판매로 부를 일군 사업가이며 세금 문제로 스웨덴을 떠나 오래전 네덜란드에 자리 잡아서 오히려 스웨덴 국민들에게는 일부에서 욕을 얻어먹는 기업이기도 하다.
- 그 전설의 그룹 ‘ABBA’조차 엄청난 스웨덴의 세금 때문에 이민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하니 - 스웨덴 이미지를 팔아먹으면서 정작 회사의 모기업은 스칸디나비아에 위치하지 않으니.)
어쨌거나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는, 삶의 질과 품격을 올리기 위해서다.
물론 기안 84 같은 친구의 성격에는 안 맞을 수도 있겠다.
보통 화가들의 아틀리에는 인테리어 신경 안 쓴다.
아, 모두가 그렇다는 건 그 또한 편향적 사고이고 대체로 그런 분이 꽤 계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본인의 화풍이나 취향이 확고해서 일반적인 시각의 인테리어는 잘 안 한다.
반면에 영화배우 혹은 가수 등 대중에 많이 노출되어 있던 사람이 방송 프로그램으로 집을 공개했을 때 깜짝 놀랄 정도로 무신경한 사람들도 또 있다.
너무나도 이십 혹은 삼십 년 전 분양 당시의 수장공사를 그대로 두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 물론 알뜰한 건 좋으나 그만큼 재산이 있어도 전혀 무신경하게 사는 건 관점의 차이다 – 거꾸로 지나칠 정도로 우아하거나 현란해서 이게 집인지 갤러리인지 카페인지 모를 정도로 ‘지나친’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도 본다.
둘 다 중간이 없다.
완전 무신경 하거나. 아니면 지나칠 정도로 어떤 디자이너에게 꽂혀서 기능도 안전도 편의성도 다 무시하고 그냥 보기 예쁜 집으로 사는 경우다.
그리고 대개 그런 경우를 보면 모 방송에 출연하는 모 디자이너의 ‘작품’이다,라는 결론.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는 일단 자기만족이다.
내가 편하고, 내가 좋아야 한다.
돈을 내고 뭔가를 했는데, 살면서 내내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고역이다.
그리고 기능적 문제도 있다.
아닐 것 같으나 색상이나 조명, 색의 온도, 그리고 공간의 배치, 주방의 동선, 위생과 건강에 관한 부분까지를 아우르는 것이 주거 인테리어 다.
그냥 예쁘다고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인테리어는 돈을 좀 들여서 해야 하는 거다.
그런 이유로 인테리어는 결코 ‘작품’ 이 아니다.
소위 작품이라는 이름을 내걸려면 자기 자신의 돈으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자기 취향대로 만들어서 타인이 좋아하거나 혹은 질색하거나 개의치 않은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래서.
타인에게 돈을 받아서 디자인+공사를 한 공간이 결코 작품이 될 순 없다.
그건 디자이너 개인 취향과는 별개니까.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건축행위에 ‘작품’이라는 말이 들어가려면,
돈이 얼마가 들어가건 혹은 건축법을 위반해서 – 바르셀로나의 그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136년간 불법으로 건축하고 있는 건물이다 – 문제가 되건 말건, 완성품을 놓고 욕을 먹건 말건,
그 모든 것을 가우디에게 위임하노라~라고 했다는 구엘백작 같은 후견인을 두었던 안토니오 가우디 같은 ‘명장’ 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아니면 백 년 넘게 당대의 디자인을 넘어서서 현재 까지도 ‘명품 가구’ 반열에 들어가는 판톤체어,
샤넬 부띠끄의 단골 소품인 르코르뷔지에의 소파와 함께 역시 샤넬 부띠끄의 소품인 미스 반 데어로에의 바르셀로나 체어 정도는 되어야 ‘상업성’을 가졌지만 진정한 베스트셀러 작품이라고 칭 할 것이다.
왼쪽부터 르코르뷔지에 소파 LC-3, 판톤 체어, 1929년 바르셀로나 엑스포의 독일 전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바르셀로나 체어
개인적으로 건축이나 인테리어 결과물에 ‘작품’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남의 돈으로 남의 취향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건축 디자이너의 본분인데 거기에 슬며시 ‘작품’을 얹으면 그건 좀 아니다.
정말 그런 의미로 보잘것없는 내 사무실은 내 ‘작품’이다.
타인의 의지가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순전히 내 아이디어와 내 돈을 들여서 꾸민 것이고, 주요 조명과 직원 배치에 대한 파티션, 책상, 회의실 탁자, 출입문까지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 커스텀 메이드이기 때문이다.
와서 본 사람이 좋다고 하건 나쁘다고 하건 상관없다.
그냥 내 취향대로 디자인한 것이니까.
그래도 슬~쩍 자기 자랑 하나 하자면,
내가 외국에 업무차 출장을 갔었을 때 모 방송 피디라는 사람이 해외 유료 로밍전화로,
드라마 촬영 장소로 사무실을 돈 내고 며칠 쓸 수 있겠냐는 전화도 받았었다는 기억이다.
정해진 대답은 하나
“ 안 돼요. 일해야 해요.”였다.
지금에 와선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