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15년 전.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희미하다.
조금 과장한다면 모든 시기에 모든 ‘내년 경기’는 다 불확실투성이었다.
사실 97년도에 IMF라는 핵폭탄급 충격을 받은 이후로 모든 게 그렇다.
코스피 지수가 올라가고 나스닥이 증가하고.... 어쩌고 해도 먼 나라 이야기인 듯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티 계열이나 일부 제조업을 빼고 건축계통은 그야말로 꾸준하게 침몰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느껴진다.
가로수길, 세로수길, 경리단길, 성수동.
몇 군데에 불과하며 단기 몇 년 반짝 경기를 누리던 곳의 인테리어 말고는 대개가 침체기다.
코로나 시즌에 해외여행을 못하고 내수경기도 줄어들면서는 잠시 아파트 인테리어가 반짝 경기를 누렸으나 위드 코로나로 바뀌면서 당시 창업했던 아파트 전문 인테리어 회사의 90%는 사라졌다.
건설업은 늘 전체 경기지표의 첨단에 서있다.
제조업이 시들해져도, 부동산이 시들해져도, 내수경기가 침체되어도 모든 건설업에는 광풍이 분다.
광품 이후는 고요 그 자체다.
모두가 팔짱을 끼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많은 건설인력이 유휴인력이 되면 건설시장 주변의 식음료 매장들도 문을 닫는다.
그만큼 내수경기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내장공사’이긴 하지만 선택사양이다.
정말 저급으로 공사를 하고도 생활을 할 수는 있다.
아무런 디자인이 안된 매장이라도 장사는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테리어는 불경기에 가장 먼저 비용을 줄이는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일반 영업을 하는 분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고객을 이끌어오는 방법이 필요하다.
잘 구성된 인테리어는 고객의 반향을 이끌어올 수 있다.
무채색의 공간에서도 밥은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 잘 디자인된 경쟁업체가 생긴다면 당연히 고객은 그쪽으로 간다.
물론, 제공하는 서비스의 퀄리티에 따라 격차가 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빛이 많이 집중된 장소를 향한다.
마치 불나방처럼 말이다.
인간의 시각체계가 빛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렇고, 기본적인 공간지각력 때문에라도 보다 더 잘 꾸며진 공간을 선호하는 건 인간의 기본이다.
어렵고,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시절일수록 우리가 매장 공간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단편적인 예로 ‘ 더 현대 서울’을 들 수 있다.
그곳은 ‘백화점’ 내지는 ‘쇼핑몰’의 기본 설계 개념을 모조리 엎어놓은 곳이다.
거의 모든 백화점 혹은 쇼핑몰은 외부 공간을 보이지 않게 설계한다.
고객이 몰에 들어온 순간 내부 공간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같은 이유로 고객동선도 최대한 제품들에 집중하여 최대한 많은 제품들이 고객들에게 노출되도록 기획한다.
그러나 더 현대 서울은 다르다.
최대한 넓게 개방된 동선.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특정 브랜드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구조.
모든 동선은 몰 중앙의 광장에 집중되어 있고 광장은 인공 조경과 인공 폭포등 자연물에 가까운, 실내 공원 같은 공간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각 층별로 나뉜 카테고리와 브랜드들을 조망? 하며 구매욕구를 발생하게끔 디자인되어 있다.
즉, 대놓고 물건으로 고객에게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마치 그곳이 휴게 공간인 듯 유도하면서 시간을 들여 고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다.
이렇듯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의 심리를 조종한다.
그것은 넓지 않은 작은 프랜차이즈 커피숍 같은 곳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저 일정 공간 안에 주방과 서비스 공간과 고객 공간을 마구 때려 넣는 것으로는 디자인이 완성되지 않는다.
불경기가 아니라면 거꾸로 인테리어가 어떻든 상관없다.
뭘 해놔도 장사가 잘된다면 굳이 돈 들여 인테리어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병의원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목숨이 오가는 병의원 말곤 대부분의 경우 이제는 고객이 의원을 선택하는 시대다.
당연히 당 원장의 실력? 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의원들은 일종의 건강체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당연히 고객을 위한 공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고, 모든 색채와 공간분리도 고객의 편의에 서서 기획되어야 한다.
내수경기가 어려울수록 인테리어에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여 고객 유치에 도움을 준다.
너무나 당연한 원인과 결과를 대개는 잘 모른다.
돈이 잘 벌리는 시기에 확장공사를 하거나 내부 인테리어를 하려고 한다.
그건 사실 불필요한 원인이다.
돈이 안 벌리고 고객이 줄었을 때 필요한 것이 인테리어고 디자인이다.
소위 ‘오픈 빨’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식당이건 의원이건 다른 매장이건 처음 오픈을 한 이후로 매출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그 이유는, 인간은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이 반복 재방문을 하기 위해서는 그 업장의 가장 기본적 업종 서비스가 주가 된다.
하지만 부수적으로 해당 공간에 대한 만족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고객은 인간이고, 인간인 이상 자신이 공유한 공간들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만족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공간 디자이너가 할 일이다.
경기가 어렵고, 내수가 침체될수록 우리는 자신의 업장을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점포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