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오랜만에 대표실에 팀장과 관리이사가 모였다.
그들이 기획하였던 ‘울트라맨’의 인기 덕에 회사는 한동안 순풍에 돛 단 듯했었고,
갑자기 회사의 홍보 동영상에서 사라진 울트라맨으로 인하여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끌었다.
본래 스타는 사라짐으로써 완성이 된다고 하던가,
덕택에 회사는 많은 이익을 거두긴 했지만, 대표는 그래도 한 점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우부장을 중심에 놓고 세웠던 많은 계획들이,
졸지에 우부장을 빼앗김으로 인하여 다 헝클어진 때문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서 세무조사 감면이라던가,
금융권 대출 특혜 같은 이익을 또 보긴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게임 말곤 별 실적이 없는 그의 회사를 정부에서 지정한 정보산업분야 특례업체로 지정을 해준건 그래도 그 양복쟁이들의 덕이 컸다.
아니, 사실은 우 부장의 덕택이긴 하지만.
우부장은 대표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굴러온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만약 다른 회사, 다른 사람이었다면 우부장의 상업성을 알아보거나 기획하진 못했을 것이었다.
그래서 대표는 묘하게 우부장에 대한 지적재산권 같은 게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 혼자만의 생각이었긴 하지만.
세 사람이 밤늦게 모인 이유는,
북한지역에서 한 달 전 발생한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하여 주춤해진 게임 시장 때문이었다.
세상이 다 흔들렸고,
남쪽 지역까지 방사능 물질들이 피해를 끼치면서, 여러 시장들이 축소되었다.
이민 신청자들이 급증하거나, 해외로 급히 떠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로 인해 공항은 늘 북새통이었다.
대표도 자기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라 아내와 아이들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출국시켜놓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없으면 사업체가 분명 흔들릴게 너무 뻔해서 차마 못 떠난 셈이었다.
멀리 북한하고도 먼 중국 러시아 접경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로 인한 경제 전반적인 여파는 너무 컸다.
어쨌거나 외국 투자자들이 빠진 주식시장이 곤두박이칠 쳤고,
생필품 값은 폭등했다.
젊은 직원들은 사는 게 우선이라며 일제히 퇴사를 해버렸다.
하긴,
언제 전쟁이 날지도 모를 상황에서 무슨 회사일이 중요하겠냐만.
이런 식이라면 그동안 우부장 덕택에 본 이익들을 다 토해 내야 할지도 몰랐다.
현 상황에서는 국제적 정세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인지라,
대표는 보기 드물게 관리이사와 팀장에게 의견을 묻고 있었다.
“ 그래서, 현재 매출이 십 분의 일도 안된다고? ”
아침에도 물어본 걸 다시 묻는 대표에게 짜증이 났지만 티를 안 내려 애쓰면서 관리이사가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마치 이 모든 불경기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듯.
“ 네에. 뭐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게임이나 엔터테이너 업체는 다 그렇습니다.
생필품을 공급하는 회사들 말곤 모든 게 다... 건축계는 물론이고 산업 전반적으로 다...”
“ 아, 씨바.
그러니까 뭐든 좋은 대책을 좀 내놓아 보라니까?
이럴 때 우 부장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뭔가 그럴듯하게 이 불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
과거 Z프로젝트 팀장.
다시 영업팀장으로 복귀한 고 팀장이 간사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 대표님. 정 그러시면 뭐 우 부장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
“ 뭐라고? 우 부장이 그 양복쟁이들에게 끌려가서 행방이 묘연해진 게 벌써 일 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만들어내? ”
“ 그거야 뭐. 얼굴이 알려졌던 것도 아니고,
애초 우부장의 캐릭터 만들어서 진짜가 아닌 그 뭐 그래픽이나 실사로 얼마든지 커버되니까.
울트라 맨 부활 뭐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거죠. ”
순간적으로 대표의 얼굴에 교활한 표정이 언뜻 오갔지만 이내 시무룩해졌다.
“ 뭐 그거 나쁜 생각은 아닌데, 불가능해. ”
그 답지 않게 풀이 죽는 대표를 보고 관리이사와 영업팀장은 저도 모르게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왜죠?라곤 차마 물을 수 없었다.
당연히 대표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할 거니까.
“ 너희들.
그때 양복쟁이들 말 잊었냐?
앞으로 회사에서건 사적으로든 울트라 맨을 입밖에 내는 순간.
회사 문 닫게 되고 개개인적으로도 구속이 들어갈 거라는 말. ”
그제야 관리이사와 영업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랬지. 하는 표정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 년이 지났는데.
어디에서고 우 부장에 대한 이야기나 뉴스를 들은 적이 없다.
국가에서 불렀으니 그들이 신경 쓸 영역은 아니지만,
우연히 말도 안 될 우 부장의 능력을 목격했던 그들이라서 우 부장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이 결론도 나지 않을 대책회의를 한참 하고 있었을 때, 대표실의 문이 열렸다.
간부급 직원 보안카드가 아니면 열 수도 없고,
이미 비서실 직원들도 다 퇴근 한 거의 텅 빈 회사에서 누가? 란 생각에 대표는 짜증을 냈다.
문이 서서히 열리고, 거기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대표는 숨을 훅 하고 들이켰다.
동시에 뒤로 고개를 돌렸던 관리이사와 영업팀장도 입을 딱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