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렁한 취향의 장점
나는 취향이 물렁하다. 예쁜 것을 보면 다 예뻐한다. 좋은 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책을 읽으면, 좋게 읽힌다. 책을 고를 때에도 마찬가지로, 표지를 보고 마음에 들면 덥석 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산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다음 책은?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서 다른 책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나는 그 페이지에서부터 다음 책을 정해둔 채 읽던 것을 마저 읽는다. 어떤 때에는 책이 책으로 이어지지만, 또 어떤 때에는 영화나 노래로 이어지기도 한다.
책 속에 나오는 책이나 영화에 대해 읽고 있다 보면 어쩐지 나도 꼭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멜로디를 들을 수도 없는데 가사 한 두줄 적혔을 뿐인 노래도 꼭 찾아 듣는다. 신기하게도 실패한 적은 거의 없다. 재밌게 읽은 책을 쓴 작가의 취향을 훔치고 싶은 마음이 스스로를 속이는 건지도 모르지만.
책이 안내하는 대로 이끌려 사는 것을 좋아하는 나. 이것 또한 하나의 취향이자 삶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라 우겨보고 싶은 마음. 그렇게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나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