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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Feb 08. 2023

책방으로 가는 길

보통의 하루를 시작하기


아침잠이 많은 나는 가게 오픈시간이 11시임에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 여덟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힘겹게 일어나 몸을 씻고 단장을 한다. 그러곤 나의 반려 강아지이자 우리 집의 막내 (위로는 중년에 들어선 두 고양이가 있다.) ‘호지’를 데리고 아침 산책을 나선다.


강아지와 함께 살고 나서야 알았다. 강아지 산책은 인간에겐 ‘산책’보단 줄다리기 혹은 노동에 가깝다는 것을. 우리 개와 실컷 줄다리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 호지의 발을 씻기고, 다시 집을 나선다. 전철역까지 여유 있게 가려면 열차시간으로부터 8분 전에는 나와야 한다.


전철에 몸을 싣고 나면 매일같이 반복되는 고민을 다시 해본다.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마을버스를 탈 지, 제 역에 내려 내리 십오 분을 걸을지. 사실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아침 산책 때의 호지가 얼마큼 내 힘을 덜 빼놓았는지에 달려있다.


그래도 웬만하면 걸어가는 출근길을 선택한다. 역을 나서면 곧바로 보이는 야쿠르트 아주머니, 시장에서 흘러나온 기름냄새, 제철 과일에서 풍기는 과일향, 어르신들과 느긋한 산책을 즐기는 강아지들을 보며 걷는 길.

나는 기분에 따라 다른 골목길을 걸으며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가게 앞에 도착해 뒤집어두었던 입간판을 바로 세우고, 영업 중 팻말을 꺼내두고, 뻑뻑한 열쇠로 문을 연다. 그러면 가장 이상적인 아침의 흐름을 따라 책방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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