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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헵시바 Nov 16. 2023

디저트

적게 쓰고 건강하게 먹기(3)

 올해 크게 바뀐 것이 있다면 바로 생활양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4월 말부터 심해진 소양증으로 인해서 몸이 많이 힘들어지고, 한약을 장기간 복용하다 보니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안 아프려고 어떤 행동을 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 식사 습관이 크게 바뀌었다. 체질 상 몸에 맞지 않은 음식이 많았다. 고추를 포함한 각종 향신료, 토마토, 닭고기, 오리고기, 잎채소, 바다 생선, 갑각류, 대부분의 과일, 생강, 꿀, 인삼 등…. 모두 잘 먹던 것인데 언급된 모든 것들이 소양증의 원인이라고 하니, 눈앞에 있어도 손이 잘 가지 않게 되었다. 나는 뭐든지 먹을 수 있지만 나를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대신 가렵지 않으려고 차(茶)를 마시기 시작했다. 루이보스나 우롱차처럼 뒷맛이 깔끔한 차를 마시기 때문인지 달달한 것이 당겨서, 차를 마실 때 달달한 간식을 함께 먹고 있다. 티 타임 시간에 차 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달큰함을 즐기는 것이 요즘 낙이다.

루이보스 차

 그러나 벌이가 적은 내게 디저트를 자주 먹는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가급적 저렴한 버터 쿠키를 사 먹거나, 집에서 마들렌,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는다. 들어가는 재료도 거의 비슷해서 재료를 추가 구매할 필요가 없고, 각각 다른 식감으로 즐길 수 있어서 질리지 않아 좋다. -쿠키는 손목이 아파서 만들지 않는다. 마들렌은 버터를 녹여 만드는 반면, 쿠키는 차가운 버터를 깍둑 썰듯이 잘라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팬케이크 반죽을 만들다 보면 꼭 욕심이 난다. 계량을 할 땐 두 장만 만들어야지 해도, 막상 결과물을 보면 세 장이 되고 네 장이 된다. 한 번에 팬케이크 네 장은 못 먹기 때문에, 남은 팬케이크가 식으면 나중에 전자렌지에 살짝 돌려 과일 잼과 먹는다. 이렇게 먹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디저트이다. 세상에는 별의별 팬케이크 레시피가 있지만 역시 제일 맛있는 건 기본이다. 버터를 두른 팬에 반죽만 구워낸 팬케이크. 위에 슈가 파우더와 시럽. 방금 만든 팬케이크는 이걸로 충분하다.

 마들렌은 먹을 때 글레이즈드 작업을 꼭 하는 편이다. 가장 선호하는 글레이즈드는 역시 레몬인데, 상큼한 레몬 향이 미세한 밀가루 냄새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글레이즈드를 두껍게 하면 보기에는 예쁘지만 마들렌 본연의 맛이 잘 살지 않아서, 나는 좀 얇게 붓으로 몇 번만 발라준다. 그럼 먹을 때 딱 적당하다.

(왼) 팬케이크. 왜 늘 첫 장은 실패하는 걸까. / (오) 만들어서 모임에 가져가려고 포장한 레몬 얼그레이 마들렌. 시집은 데코.(웃음)

 아침과 저녁 사이에 점심 대신 디저트를 먹게 된 후로 저녁 식사 때 먹는 식사량이 3분의 2로 줄었다. 열량이 높은 음식이어서 인지 밤늦게까지 깨어 있어도 그리 출출하지 않다. 잠자리 들 때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정도여서 산뜻하게 잠이 들어 좋다. 오후에 누리는 이 달달한 티타임이 즐거워 이제는 완전 삶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참 어려운 일인데, 아프고 나서 좋은 습관들이 많이 생겼다. 고난이 꼭 나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는 차(茶)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달달한 간식 얘기만 하게 되었다. 차 역시 티타임, 디저트에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지. 차를 마시다 보니 달달한 간식을 먹게 된 것이거늘…. 어쩐지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다.



사진.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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