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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헵시바 Nov 08. 2023

오이

적게 쓰고 건강하게 먹기(2)

저는 채소 중 오이를 제일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는 그저 '오이'라는 이름이 귀여워서 좋아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아삭하고 씹히는 그 식감을 참 좋아하지요. 먹었을 때 수분과 함께 터지는 청량한 풀 냄새도 좋습니다. 그 덕에 오이 껍질의 씁쓸한 뒷맛도 그러려니 넘어갑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친구가 김밥의 오이를 먹지 않는 것을 보곤 다른 사람과 제가 서로 다른 존재란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왜 오이를 안 먹냐고 질문하면 대부분 오이 특유의 향이 싫다고 했지요. 제게는 좋게만 느껴지는 오이 냄새가 누군가에게는 역하게 느껴진다고 하니,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또 친구와 겹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이 좀 슬프기도 한 날이었습니다.

출처. pixabay

텃밭을 가꾸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좋아하는 채소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씨앗을 주면 아까워서라도 심게 됩니다. 자신이 먹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주려고 심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싫어하는 채소가 자라는 것을 하루 이틀, 몇 주 동안 보게 되면, 다 자란 채소를 먹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한입만 먹으려다가 다음 번에는 두입, 그 다음엔 한 개를 다 먹습니다. 제 경험을 일반화 시킬 순 없지만 저는 고추를 참 싫어했는데 시골에 살면서 고추를 직접 키우고 난 이후부터 고추를 꽤 잘 먹게 되었습니다. 

갓 따온 오이로 버무린 싱싱한 오이 무침

도시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오면서부터는 텃밭을 기를 수도 없고 싱싱한 채소도 먹기 힘들어졌지만, 시골 살 때 마을 어른들이 가져오는 채소가 넘쳐나서 어쩔 수 없이 많이 먹던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 밥상에는 채소 반찬이 한 가지 이상 꼭 있습니다. 

사실 제 체질에 오이가 꼭 알맞는 채소가 아니어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오이를 먹었을 때의 산뜻한 기분이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 같아서 여름에는 제철 채소란 이유로, 겨울에는 수분 충전이란 핑계를 대며 이따금 오이 반찬을 종류 별로 조금씩 만들어 먹습니다. 매콤한 오이 무침, 하얀 오이 무침, 오이나물, 오이 볶음, 오이 피클, 오이지까지! 찬밥을 따뜻한 물에 말아서 오이무침만 얹어 먹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되지요.

오이를 요리하고 난 후 애매하게 남은 오이로는 드링크를 해 먹습니다. 한국에서는 마이너한 음료 취급을 받고 있지만 외국에선 오이 물, 오이 에이드, 오이 주스, 오이 펀치 등 오이로 만든 드링크 종류가 다양합니다. 땅속에서 공급받은 물과 새벽에 내린 이슬을 쫀쫀한 껍질 안에 간직해서 과육의 95%가 수분으로 이루어졌을 정도로 수분감이 높습니다. 

여름철에 잘 먹는 오이 물.

올겨울, 유난히 건조하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저는 이맘 때 기름에 볶은 따뜻한 오이 나물이 생각납니다. 간장 한 스푼, 마늘 종종 다져서 만들면 한 주 동안 든든하지요. 조만간 또 장을 보러 가야겠습니다. 



출처 언급 외 사진. 헵시바

*11월 27일, 글 내용이 조금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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