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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헵시바 Nov 05. 2023

된장 비빔밥

적게 쓰고 건강하게 먹기(1)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영양소를 챙기며 요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대개의 경우 몸이 원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지만 입에 당기는 음식을 먹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화기 기능이 약해지고, 음식에 따라 신체 변화 반응이 빠르게 오는 30대 이상의 1인가구부터는 건강하게 먹는 것이 필수적인데 먹는 습관은 20대 때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매일 요리할 순 없어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 요리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밀프렙(Meal-Preparation;미리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해둘 것을 추천한다. 밀프렙은 미리 요리를 해야 한다는 수고가 있지만, 언제든지 건강한 식단을 수고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차갑게 먹어도 되는 음식은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접시에 담아 먹을 수 있고, 그게 아니면 전자렌지에 몇 분만 돌리면 되니 참 간편하고 좋은 방법이다.

냉장고에는 꼭 먹고 싶은 음식을 적어둔다. 장을 볼 때 즉흥적으로 소비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고, 이렇게 적어두면 음식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웬만한 음식은 모두 밀프렙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매시드 포테이토나 그린 빈을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는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 면을 미리 익혀 보관했다가 라면처럼 간편히 시판 소스를 부어 먹고, 베트남에서는 채소나 고기류를 미리 다듬어 놓고 나중에 라이스페이퍼만 물에 담가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월남쌈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밀프렙 요리로는 비빔밥이 있다. 밥솥에소 따뜻한 흰밥을 대접에 담고,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 밥 위에 얹고, 계란 프라이만 요리해서 올리면 금방 한 그릇 음식을 뚝딱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빔밥 속재료 준비.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부턴, 나 자신에게 잘 맞는 재료들로 비빔밥의 속 재료를 만들었다. 사실 비빔밥은 작정하고 제대로 요리하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내가 지향하는 1인 가구 요리의 목표는 체력과 돈을 적게 쓰고, 간단하고 간편하게, 또 건강하게 먹는 것이다. 

 요리를 간단하게 하려면 체력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는 요리 과정을 쉽고 간편하게 하는 다양한 주방 도구들이 있지만, 나 혼자 사는 우리 집에는 그런 것들이 없기 때문에 밀프렙할 때 다섯 끼 정도 해 먹을 양만 만들어 두어 체력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일부러 많이 해둔다고 체력을 다 써버리면 요리하는 즐거움이 사라져서 다음부터 요리 할 엄두를 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체력을 적게 쓰자. 또 건강하게 먹기 위해선 내 몸에 잘 맞는 식재료로 요리하는 것이다. 나는 탄수화물보다 육류 단백질을 더 섭취했을 때 몸에 힘이 나고 혈액순환이 잘 돼서 고기나 계란이 끼니에서 빠지지 않는다. 또 체질에 맞지 않는 식재료는 가능하면 배제한다. 나의 경우,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몸이 간지러워서 비빔밥을 먹을 땐 고추장 대신 간장을 이용해서 먹었는데, 올여름에 교회 집사님에게 집 된장을 선물 받은 후부터는 맛 된장을 만들어 넣어 먹는다.

비빔밥 속재료 밀프렙. 당근, 가지, 무, 호박 볶음. 비빔밥에 넣을 된장이 짠 편이라서 채소를 볶을 땐 기름과 마늘로만 볶고 소금 간은 하지 않았다. 

 비빔밥의 소스를 된장으로 바꾸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고추장으로 비볐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속 재료 각각의 식감과 향이 입안에서 아주 조화롭고 풍부하게 어우러진다는 것이었다. 싱싱한 초록 잎채소를 넣고, 밀프렙 해놓은 재료들을 넣고 맛 된장을 얹어 먹으면 꼭 공기 좋은 시골 대청마루에 앉아 밥을 먹는 기분이 든다. 물론 고추장으로 비빈 비빔밥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된장 비빔밥이 처음에는 맛이 너무 순하거나 감칠맛이 적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끔, 매운맛보다 순한 맛으로 살아가는 것 어떨까. 한 달에 한 주 정도는 몸을 쉬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아주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이러한 지향점으로 밀프렙을 하면, 어느 순간 요리할 때의 수고스러움보다 먹었을 때의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요리하는 순간도 즐거워질 것이다. 

소고기 구이와 된장 비빔밥

사진.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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