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다고 May 28. 2024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만이 전부일까

지나친 솔직함에 대하여

1. 보기에 좋았더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이 지나치게 솔직하다는 점이다. 솔직한 것이 뭐가 나쁘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을 그대로 전부 드러내는 것은 솔직함이 아니라 아둔한 것이다.


 일례로 주전자를 그리는데 뚜껑의 손잡이가 불량인 상태의 제품을 그대로 그린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모두 정상 상태의 손잡이를 그렸는데 혼자서 잘못된 형상을 그린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손잡이는 틀리게 그렸다고 여길 것이다.


 물론 어떤 목적이 있어 의도적으로 흉하거나 무미건조한 형상을 그릴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목적도 없이 단지 그렇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그리는 안이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에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얻고자 하는 어떤 목적이 있다. 미추 여부를 떠나 사실 자체로 어떤 울림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창세기에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한 뒤 따라붙는 말이 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그것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수사일 것이다.


 2. 관심을 가져 보자.


 함께 잠시 떠올려 보자. 우리가 처음으로 남에게 멋지고 예뻐 보이려 노력했던 순간을. 얼굴의 잡티, 바지 끝단의 오염, 열린 지퍼가 신경 쓰이던 그 순간. 눈가에 아이섀도를 그리고 머리카락에 왁스나 젤을 바르던 그 어느 날. 우리는 마음에 드는 그 애, 그 선생님, 또는 그 어떤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보기에 좋은 자신을 만들고 싶었고 그의 반응에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림도 그러하다. 내가 그린 그림을 내 마음에만 저장하고 싶은 것보다 내 작업물을 감상하는 누군가의 감탄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그리면 남들이 좋아할까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타인의 취향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 옳고 그름일까


 작가란 이러해야 한다, 또는 작업이란 이러이러한 것이다라는 말에도 당연히 일종의 당위가 있다. 그러나 나는 보는 이가 조금 더 편안한 작업을 하고 싶다.

 이것은 작업에 대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 선택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나는 좀 더 많은 사람에게 한 스푼, 한 컵의 정신적 청량음료를 제공하고 싶다.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피폐함으로 가득한 뉴스들로 이미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나의 선택이며 그래서 나는 더 가열찬 작업을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미친 영화를 봤다. 퓨리오사 : 매드 맥스 사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