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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다고 Jun 13. 2024

퓨리오사 : 매드 맥스 사가와 전작의 대비

퓨리오사 VS 분노의 도로

최근 개봉한 퓨리오사 : 매드 맥스 사가(이하 사가)에 대한 리뷰를 쓴 뒤 여운을 못 이겨 전작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이하 분노의 도로)를 다시 감상했다. 비록 예상과 달리 흥행은 하지 못하고 있으나 황량한 사막을 살아가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점은 동일하고 시퀀스의 대비가 흥미롭게 느껴져 적어 본다.


영화의 시작


분노의 도로는 시타델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퓨리오사는 납치로 시작한다. 장소의 대비도 인상적이다. 식수를 비롯한 모든 것이 풍부하지만 인공적인 통제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시타델과, 자연환경 그대로 통제 없이 살아가는 퓨리오사의 고향은 매우 대조적이다.


퓨리오사의 고향은 모든 것이 넉넉하고 건강한 환경이다.
분노의 도로에서 등장한 시타델. 임모탄의 공포 정치로 통제되는 곳.



 퓨리오사의 외양이 대비되는 점도 흥미롭다. 분노의 도로에서는 성숙한 피지컬에 한 팔에 의수를 장착한 채 삭발을 하고 노예 각인을 한 뒷모습으로 등장한다. 사가에서는 어린아이에 신체적으로 연약하고 머리카락이 영화 중반까지 길게 유지된다. 그녀가 팔을 잃고 삭발을 하게 되는 과정까지 모두 설명하는 것은 스포일러니 감상하며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분노의 도로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
안야 테일러조이가 연기한 퓨리오사.



조력자와의 만남


 분노의 도로에서는 맥스가 그녀의 전투 트럭을 탈취하며 조우하고 어느 정도 여정이 진행되기까지 신뢰가 구축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맥스와 우정을 쌓으며 여정의 끝까지 달린다. 그러나 사가에서는 퓨리오사가 전투 트럭에 몰래 탑승하며 메인 빌런 디멘투스의 세력에 사령관 잭에게 처음부터 신뢰를 받고 그와는 연인에 가까운 관계가 된다.


분노의 도로에서 톰 하디가 연기한 맥스 로카탄스키. 영화의 중반부에 가서야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톰 버크가 연기한 퓨리오사의 잭. 처음 만난 순간부터 협력관계가 되며 시종일관 퓨리오사에게 호의적인 캐릭터.



메인 빌런의 성향


 전작의 임모탄 조는 노인으로서 이미 세력과 영역을 확고히 구축한 상태이며, 워보이로 지칭하는 광신도들을 양성하고 자신의 지배 이후를 도모하고 있었다. 사가의 디멘투스는 상대적으로 젊고 황야를 방랑하며 정착할 곳을 찾고 있었고, 필요에 따라 타 세력과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자신이 지배하고자 하는 목표 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결국 퓨리오사는 사가와 전작을 통해 본인이 처한 다양한 압제의 주체와 환경에서 탈출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휴 키스 번이 연기한, 강력한 권력으로 휘하 병력을 통솔하는 임모탄 조. 매드맥스 1편에서 토커터로 출연하기도 했던 배우가 2020년에 별세하여 이번 작에서는 러치 햄이 연기했다.
디멘투스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 약간 매부리코 분장을 한 채로 연기했다. 마블 토르의 그림자를 걷기 위한 노력이 느껴졌다.



 영화의 시간


 분노의 도로는 퓨리오사가 임모탄의 다섯 아내를 데리고 탈출하여 고향을 찾아가는 약 이틀 간의 여정을 두 시간에 녹여내 상당히 타이트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사가는 어린 시절부터 충분한 역량을 가진 성인이 되기까지 십 수년의 시간을 담고 있어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흘러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선지 분노의 도로는 마치 말은 필요 없고 오직 몸의 대화뿐이라는 듯 그야말로 폭발적인 폭력으로 마구 몰아붙이는 인상이지만, 사가는 다섯 챕터로 나눠 호흡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퓨리오사의 액션


 분노의 도로에서 맥스와 처음 조우한 퓨리오사는 육탄전을 통해 힘과 힘의 대결을 보여준다. 중간에 일부 저격씬이 있지만 대체로 돌격소총을 사용하는 전투병처럼 피지컬로 몰아붙이는 듯한 모습이 강하다.

사가에서는 작고 연약한 소녀부터 시작한 데다 그녀의 출신 부족인 부발리니가 저격에 능하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보니 육탄전보다 원거리 저격이 강조되는 편이다.


맥스와 첫 조우하고 육탄전을 벌이는 전작의 퓨리오사.


뛰어난 사격술로 원거리 저격 액션을 선보이는 본편의 퓨리오사.

전체를 조망하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통제와 거악에 맞서 개인이 주체의식을 가지고 극복해 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부조리를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겨낼 수 없고 타인과의 교감이 필요함을 느낀다.

 아무리 이상과 비전으로 꾸며내도 통제와 폭력으로 만들어 낸 체제는 결국 그 자체로 모순임을 말하는 것으로 느꼈다.


 생각보다 저조한 월드와이드 흥행이지만, 지난 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꽤 흥행한 편이다. 이제 제법 준수한 개봉작들이 있어 조만간 상영목록에서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감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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