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다고 Feb 28. 2024

아는 만큼 보인다

알고 싶은 미술

1. 미술? 그냥 그들만의 리그 아니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네가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앤디 워홀이 했다는 말로 포장되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표현이다.

얼마나 자극적이고 알기 쉬운 표현인가.

하지만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만 떠돌아다니는 말이지만, 언뜻 생각하기에 그럴듯하기에 널리 알려진 것 같다.


현대미술은 그들만의 리그이며, 어떤 기준으로 거액에 팔려 다니는 건지 알 수 없다.

선 하나 긋고, 점 하나 찍으면서 큰돈을 받는 게 현대미술 아니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인터넷 또는 현실의 대화에서 종종 목격하곤 한다.

그런 사람들은 왜 이런 인식을 하게 된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임을 미리 밝혀 두고 이야기해 보자.


2. 개념미술에 대한 오해


현대미술 운운하며 그 불친절함과 모호함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작가나 작업과정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작품을 마주치면, 뜬금없이 느껴질 수 있다.

마르셀 뒤샹의 ‘샘’이나 피에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 이우환 화백의 '조응' 시리즈 같은 작품들을 보며 현대미술의 작품성에 대한 의문을 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마르셀 뒤샹, <샘>, 1917, 기성품


피에로 만초니, <예술가의 똥>, 1961


그러나 개념미술은 현대미술의 하위 범주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뭉뚱그려 현대 작가들은 다 쓰레기 같은 작업물을 양산한다는 비난의 범위에까지 다다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문제다.


지금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은 그렇게 불친절한 작업만 진행하지 않는다.

대중친화적인 작품들도 얼마든지 존재하고,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리고 그들의 미술은 대중과 함께 살아가는 이 시대에 공존하기 때문에 ‘동시대미술’이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차에 걸친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합리주의의 총아인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탄생과 진화, 소멸, 생존 등 다양한 갈래로 미술이 변화해 온 것이 중요하다.


합리적 이성이 만들어낸 문명의 그늘에서 벌어진 철저하고 효율적인 학살.

이런 것들에 의해 인간은 계속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세상이 위선과 타락으로부터 구제받을 것인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상당히 진지하고 깊은 고민이 서린 것이 개념 미술이다.

즉, 알고 보면 의외로 많은 것이 담겨 있는 작품들인 것이다.


그것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허섭스레기로 보일 것이다.

나는 그런 상황들을 마주할 때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뿐이다.


3. 돈


작품에 매겨지는 금액도 미술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하는 듯하다.

작가는 이미 가난하게 살다 죽었는데, 작품만 거액으로 뻥튀기되며 부자들의 손을 부유하고 있다.

생산성이라곤 전혀 없는데, 소수의 유명 예술가들은 거만하게 몸값을 부풀리고 있다.

소더비에서 수백 억에 낙찰된 작품을 보면 전혀 예술적 가치를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 경험이 있다.


나는 이런 모든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개선하거나 없애야 할 부패나 부조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조직, 어느 분야나 다소간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자극적인 기사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전시들이 곳곳에서 매일 열리고 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전시회를 들러 보면, 의외로 감상하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작품들이 숱하게 널려 있다.


좋은 작품들을 쏟아내는 동시대 미술가들이 있고,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들의 작품은 딱 저점매수하기 좋은 가격으로 미술시장에서 여러분의 시선이 닿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취향에 맞는 그림을 발견하고 지갑의 사정이 여유롭다면 한 번 그 작품 세계를 소유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세계를 만들어낸 작가가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계속하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4. 전시회에 가 보자


르누아르, 모네, 드가와 같이 인기 높은 인상주의 화가들부터 무명화가들의 전시까지, 조금만 찾아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몇 년 전의 인상주의 컬렉션 전시를 직접 본 소감을 지난 글에서 소개한 바 있다.

직접 보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휴대폰의 액정 크기로 손에 들어오는 이미지를 보는 것과, 실물의 크기 감각을 느끼며 보는 것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붓끝에서 힘차게 따라 움직인 물감들의 두께감부터 은은한 조명과 함께 하는 작품의 아우라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경, 서울 용산구 서빙고 위치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 전시도 참 좋다.

선사 시대의 사람들이 곡식을 저장하기 위한 그릇에 작은 무늬 하나하나를 정성껏 솜씨를 발휘해 그려냈다는 것을 보면 수만 년의 세월을 건너뛴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고려 시대의 구구단을 적어 둔 목판도 좋다.

시대를 건너 당시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던 순간이 여러분의 학창 시절과 겹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


故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의 의견에 따르면, 아름답다는 말은 알다(知)에 -음이 붙어 알음답다로부터 나왔다고 했다.

그것이 사실임과 별개로, 아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을 보게 경험을 더욱 가열하게 도와줄 것을 기대한다.


우리 함께 전시회에 가 보자.





작가의 이전글 보이는 것, 보는 것(자화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