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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30. 2024

*이것이 악몽이기를

여객기 추락참사를 애도함(201)

한 해의 끝자락이 뒤숭숭하다 못해 처참하다.

성탄과 연말을 끼고 행복한 가족나들이였을 것이다.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나선 효도여행이었을 것이다.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자녀에게 주는 사랑과 격려의 여행이었을 것이다.

형제자매의 우애를 다지는 여행, 친구들과 우정을 결속하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설렘과 행복한 시간을 마치고, 즐거운 이야기보따리를 한아름씩 안고 돌아오는 길이었을 것이다.


그런 179명이 '안녕!'이라는 한 마디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우리는 순식간에 기다림을 빼앗기고 말았다.

재회의 기쁨을 강탈당했다.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하늘의 징벌이라면, 신의 응징이라면 왜 선악을 구별하지 않는 것인가? 왜 애먼 사람들의 생명을 거두어가는가? 신은 어디에서 한눈을 팔고 있는 것일까? 슬프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참사를 애도함.

탑승인원 181명 중 2명만 생존. 179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 이것이 악몽이기를 / 전재복



차마 눈을 뜰 수가 없다

어느 벽에 기대어

꺽꺽 막힌 울음을 쏟아내랴

어느 강가에 엎드려

녹아내리는 애간장을 지켜보랴

이것이 악몽이기를!


화면 가득 눈물로 흐르는 자막을

펼치는 지면마다 찢어지는  

아린 가슴을

차마 읽을 수가 없다

이것이 악몽이기를!


이 몸서리치는 꿈에서 깨어나면

거짓말처럼  

네가 그대가 당신이

무탈하게 돌아올 수만 있다면

떠날 때처럼 환한 웃음을 물고

저 문으로 들어설 수만 있다면

골백번이라도 이 악몽을 견뎌내리


정제되지 못한 아우성이

난무하고

아귀가 되어 서로를 물어뜯느라

우리는 너무 오래 아픔에

익숙해져 있었구나

너무 쉽게 잊어가고 있었구나


그래도 이럴 수는 없다

바다에서 땅에서

이제 하늘길 마저

애끓는 슬픔이 낭자하다

얼마나 더 갈가리 찢으려는가

얼마나 더

애먼 생명을 담보하려는가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이

뭉치고 굴러서

이토록 무서운 狂雲으로

이 땅을 덮은 것은 아닌지

내 탓 네 탓이 아닌

우리의 무거운 업보는 아닌지

엎드려 참회할 일이다

더운 눈물로 날 선 마음을

다독일 일이다


부디 오늘이 악몽이기를!

꿈을 깨면 스러지는 악몽이기를!





<2024. 12. 29.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여객기 추락참사로 181명 중 2명만 구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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