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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뚜기 Mar 22. 2024

네페르타리 왕비의 미모

이집트 여행기 5-왕가의 계곡과 신전들

나일강의 석양이 너무 아름답고 평안했다.

바람이 없어서 돛단배를 타지는 못했지만

잔잔한 나일강의 상류에 배를 띄우고 지붕에 올라가서 일몰의 광경을 바라보니 선착장에서 눈땡이 맞을걸 염려하고 흥정하던 삶의 현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신선놀음하는 기분이 들었다.

약 40분간 고요한 석양을 즐긴 후에 선착장 바로 앞에 보이는 룩소르 신전을 갔다. 도로변에서 보이는 걸로 봐서는 뭐 딱히 좋아 보일 게 없어서 갈까 말까 고민하는 일행들에게 난 예전 뉴욕여행에서 겪은 경험을 짧게 브리핑했다.


2007년이었다.  911 테러가 일어난 지 7년째 되는 시기였고, 테러 이후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배를 타는데 공항 검색대를 능가하는 검색으로 관광객 줄이 그야말로 엄청났었다. 2월이었던 것 같다. 뉴욕의 칼바람은 정말 너무 추웠다. 미국 시골에서 살던 미국 젊은이들과 뉴욕과 워싱턴 DC를 하루 코스로 여행했었다.

아끼고 아껴 드디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갔었다. 거기도 검색대가 많았고 줄을 서서 검색대 통과직전에 꼭대기에 올라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 것을 알았었다. 그때 가격으로 약 18달러였나? 아무튼, 일행 중 하나가 자기는 돈이 없다고 화들짝 놀랐고 너희들만 들어갔다가 오라고 했다. 줄은 너무 길었고, 순간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 다들 돈이 없다고 했다. 사실 나는 돈이 있었다. 입장료를 낼 만큼은 있었지만, 다른 이의 것을 내줄 만큼의 돈은 충분치 않았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괜찮아! maybe next time!" next time은 2007년 이후로 아직도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입장료를 내고 룩소르 신전을 밤에 들어갔다.

우와~~~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눈이 뒤집어졌다.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오벨리스크와 거대 신상들이 뜨악하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카이낙신전까지 2.6km의 스핑크스 애버뉴가 펼쳐져 있었다.


룩소르신전
스핑크스 애버뉴

카이로의 피라미드 근처에 딱 하나 있는 스핑크스가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많이 있다니 그것도 수십 개는 되어 보인다. 물론 복구 과정에서 제대로 모양을 갖춘 것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신전과 신전을 이어주는 대로가 그 옛날에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어지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모래에 묻혀 있었는데 발굴해 낸 것이었다.


다음날은 왕가의 계곡으로 알려진 나일강 동편으로 갔다.

왕가의 계곡( Valley of Kings)

이곳이 왕들의 무덤이 많이 있는 곳이다. 잘 알려진 투탕카멘의 무덤도 여기에 있다.


수천 년이 지난 이곳의 무덤에는 벽화가 여전히 선명하게 그려져 있고, 무덤의 벽에는 진짜 누가 만들어도 이렇게 만들지는 못할 것 같은 상형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고대문자를 알아 무엇이라 기록했는지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지만, 뭔가 벽돌로 틀을 만들어 찍은 것 같이 정렬되게 잘 새겨져 있는 것이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왕가의 계곡 입장료는 400리라(한국돈으로 약 12,000원)이고 왕들의 무덤 중 3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유명한 투탕가멘이나 람세스 2세의 무덤은 입장료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셔틀카 이용료를 또 따로 내야 했다.


드디어 유명한 네페르타리 무덤을 향해 왕비의 계곡으로 향했다. 이곳도 기본 입장료를 120LE를 먼저 내고 네페르타리 무덤 입장료인 1600LE(약 7만 원)를 지불하여 따로 티켓을 구입했다.

네페르타리 무덤은 비교적 최근에 발굴된 곳으로 무덤의 보존상태가 뛰어나고 관람시간도 10분으로 정해져 있으며 비디오는 찍으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니하오'라는 인사를 들었다. 이곳에서도 중국어로 인사했다. 우리 일행은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3명이나 있어서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웃으며 사과를 하며 너희 일행을 위해 시간을 주겠다고 친절을 베풀었다. 한국사람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친절하다고 했다. 갑자기 내가 한국인이라는 뿌듯함이 내 얼굴에서 나타나는 것 같았다 ㅎ


왜 돈을 많이 주고 들어가는지 이해가 될 만큼 색깔이나 보존도 다른 무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Nefertari Tomb @ Valley of Queens

룩소르의 놀라운 애굽문명을 구경하고 우리 일행은 저녁에 호텔에서 우리가 준비해 간 라면을 먹었다. 내일은 신전들을 돌아보며 마지막 룩소르의 문명을 구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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