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무성한 계절 4월 - 타지키스탄 여행기 2
"안녕하세요?" 예쁜 교복을 입은 초등 여학생 두 명이 웃으며 다가와 인사를 한다. 귀여운 여자아이들은 이름이 뭐냐고 내게 타직말로 물어본다. 나는 한국말로 내 이름을 말해준다. 까르르 웃으며 자신들의 이름을 타직 말로 이야기하며 친구와 내게 말을 걸었다.
이 나라에 오기 전, 나는 비행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른 체 티켓을 예매했다. 시차도 알지 못했다. '~스탄'이라는 나라는 다 그냥 못살고 위험하고 여자들은 꽁꽁 싸고 다니는 곳이리라 생각했다. 도로도 모두 흙길이고, 뭔가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정리되지 않은 거리의 풍경을 상상했다. 교통은 미비할 것이고, 차들은 차선을 무시하고 시도 때도 없이 경적을 울릴 것이라 예상했다.
공항에서 나와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처음 본 풍경은 역시 교통체증이었다. 처음 오셨으니 조금 복잡하지만 이 길로 가겠다며 현지에서 오래 사신 한국분이 경치 좋은 길로 운전하겠다고 했다.
교통체증의 구간을 벗어나자마자, 나의 동공은 커졌다. 나도 모르게 우와~ 소리가 나왔다. 가로수라고 부르기 아까울 정도로 초록이 무성한 나무들이 중앙선을 대신해 서 있고 큰길 양쪽으로도 나무들이 쭉 뻗어있다. 마치 숲 속 같은 푸르름이 두샨베 큰길을 장식하고 있다. 밤에는 가로등 조명이 아주 아름답고 환하게 켜있다.
내가 있는 숙소는 도시의 중심인데 중심치고는 번잡하지 않다. 정원이 곳곳에 있어 평화롭기까지 하다. 두샨베 중심에 있는 이스티크롤 타워에는 밤마다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주변으로 분수가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5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작은 정원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하듯이 불빛을 반짝인다.
낮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 너머 설산이 눈에 들어온다. 신록이 무성한 나무 아래를 걸으며 잘 가꾸어진 정원 위 하늘을 보면 마치 파라마운트 제작자 영화의 첫 번째 장면처럼 멋진 풍경이 보인다.
하이야트 호텔 옆에 있는 나부르즈 궁전은 웅장하게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잘 정리된 공원엔 학생들이 졸업사진을 찍으러 많이 오고 있었다.
두샨베에는 나무와 하늘과 건물, 그리고 쭉쭉 뻗은 대로가 잘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밤늦은 시간에 다녀도 위험하지 않다. 사람들도 많이 왕래한다. 타워 근처에는 밤에 사람들이 산책을 더 많이 한다. 이 모습만 보면 매일이 휴일같이 여유롭다.
사람들은 자유롭다. 외국인이라고 빤히 쳐다보거나, 민망할 정도로 아래위로 훑어보는 이도 없다. 여자들도 자유롭게 다니며, 예쁜 원피스들을 많이 입고 다닌다. 특히 반짝이 옷을 좋아하는 것 같다.
두샨베에는 보타닉 가든이라고 넓은 식물원이 있다. 먹을 것을 잔뜩 사서 양탄자를 들고 식물원으로 들어온다. 가족단위로 또는 친구들끼리 나무 아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피크닉을 즐기도 있다. 초등학생들이 소풍도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도 춘다. 민들레 홀씨들도 덩달아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다. 마치 서울대공원의 테마공원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나도 양탄자를 깔고 나무 아래에 누워 스낵을 먹으며 책을 읽고 싶은 심정이었다. 눈이 가는 곳마다 자연과 사람들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의 색감들이 어우러져 내 눈을 행복하게 했다.
사이즈가 아주 큰 공원이라 조금 돌아다녔는데도 만보가 훨씬 넘었다. 입장료는 외국인이 10 솜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약 1500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음식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다. 만원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 식당도 몇 개나 있다. 한국 음식을 사람들이 좋아한다. 맛있고 몸에도 좋다는 평판이 있다. 이곳은 브런치 레스토랑도 많이 있고 피자가게, KFC도 곳곳에 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는 없지만 인테리어가 잘 된 레스토랑들이 꽤 있다. 도시 전체가 공원 같은 분위기라 어디에서도 잘 정리된 정원에서 식사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샥슈카 요리가 맛있었다. 중동에서 만들던 요리라고 하던데 이곳 중앙아시아에서 처음 먹어본 것 같다. 토마토와 피망, 양파, 마늘 등을 올리브유에 볶아서 거기에 달걀을 넣어 익힌 요리이다. 주식은 동그랗고 커다란 빵이다. 음식들이 다 맛있었다. 이곳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나자 점점 배 주변에 튜브가 생기는 것 같다.
교통편은 보통 택시를 타고 다니는데, 웬만한 거리는 대부분 10 솜이다.
친구를 만나러 숙소에서 나와 걸어가는데 어제 만난 그 초등학생을 만났다. 그녀가 먼저 알아보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그 말만 서로 알아들을 수 있다. 내가 반가워하자 그녀는 나를 살짝 안았다. 나도 그 귀여운 꼬마 아가씨를 살짝 안아주고는 서로 "바이바이"라고 인사하며 각자의 걸음을 내디뎠다.
이곳 사람들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오른손을 가슴에 살짝 얻는 것이 경의를 표하는 인사이다. 나도 그 인사가 마음에 들어 웃으며 이들에게 인사한다.
아름다운 정원과 하늘이 있는 타지키스탄 두샨베. 오지 않았다면 그냥 스탄의 한 나라로만 알았을 것이다. 나의 선입견 그대로 뭔가 긴장해야 하는 나라로 생각했을 것이다.
여행은 선입견을 벗는 좋은 방법이다. 타지키스탄은 다른 스탄의 나라와는 정말 달랐다.
도시개발이 한창이라 이곳저곳에서 큰 건물을 많이 짓고 있다. 제발 건물들 때문에 이 아름다운 나무들이 없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