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상의를 안 하는 남편
남편이 이번달부터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것도 나와는 전혀 상의된 부분이 아니었다.
부부가 결혼해서 어린아이 둘이 있는데 한쪽이 일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고 하면 당사자도 힘들겠지만 모든 것을 뒤에서 서포트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 사람은 알아야 한다.
나의 수고는 당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이 공부한다는데 나는 반대할 이유도 없고 아이들은 어리지만 우리는 20-30대가 아니라서 다른 가정사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도 없었고, 지지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은 항상 중요한 결정 사항에 나를 빼놓는다.
그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는 없다.
얘기한 적도 없으면서 "너는 안 듣잖아"라고 말한다.
나는 들은 적이 없는데? 나랑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그 어떤 설명조차 들은 적이 없는 당사자가 나인데 나보고 듣지를 않는단다.
나=경청하지 않는 자로 인식돼 있나?
와이프로써, 아이들 엄마로서 나도 이 집안의 소속된 자로써 나와 함께 상의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그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단연 대학원뿐만 아라 모든지 그래왔다.
차를 바꿀 때도 타던 차 도련님에게 넘겨주고,
최근에 다시 바꿔 탈 때까지.
어머님댁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
설마 내가 도련 님하고 거래되는 모든 걸 반대하는 여자로 보이나? 정말 웃겼다.
이런 식으로 내가 알고 있어야 할 부분에 대해 상의를 하지 않는다.
남편은 중고나라+당근마켓 마니아인데 거지같이 더러운 수납장도 집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내가 다 닦고 닦아도 소용없어서 화장실에서 물로 씻어내는 번거로움까지 다 내가 했다. 그때 한번 아이들 보든 말든 빵 터트렸다.
"나하고 상의 좀 하라고!!!! 제발 좀!!"
어머님 하고 상의 없이 누가 내다 버린 것도 집어오는 아버님이랑 똑 닮아있었다. 어머님께서 왜 그렇게 아버님께 소리 지르셨는지 백번 이해됐다.
남편이 이럴 때마다 그가 자라온 가정환경을 생각하며 아마도 그의 부모도 그랬을 것이고, 누군가와 상의해서 결과적으로 좋았던 경험이 없던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며 그를 그냥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내가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계속 그의 진짜 감정을 캐치하고 하는 노력이 있기에 그냥 그때그때마다 넘어가준다.
중고거래건은 이게 다가 아니다. 정말 나는 사건 하나하나 다 적으면 부부싸움 사례 책으로도 엮을 수 있다.
다행인 건 기록해놓지 않는 한 지난 일이 잘 기억이 안 나서 살고 있는 것이다.
뒤집어엎고 헐크로 변신한 날 이후 변화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남편은 여전히 은밀한 거래를 아주 열심히 진행 중이고 그 물건 일부는 시댁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어머님은 무슨 죄!)
아이들 자전거도 연년생이다 보니 두대를 같이 사서 50만 원대인 것이다. 그래서 당근마켓에서 알아보다 나는 포기하고 남편이 끝까지 알아봤다. 근데 너무 웃긴 건 그걸 샀다고 나한테 또 얘길 안 하고 시댁에 갖다 둔 것이다.
어머님이 돈을 주셔서 샀다며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주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나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내입장에서는 그냥 남편이 말해줬으면 했다.
'우리 엄마가 애들 자전거 살 돈 주셔서 그때 계속 봐뒀던 거 샀어. 집이 좁아서 엄마집에 갖다 놨어.'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되나?
그런데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남편 "엄마가 자전거 어디서 구해왔데."
나: "진짜? 감사하네~~ 근데 어머님 바쁘셔서 직접 사 오실 분이 아닌데?"
남편: "나도 모르지, 물어볼까?"
나: 뭘 또 물어봐?
(10분 뒤)
나: "아 당신이 그때 봐둔 거 그거 샀구나? 당신이 사서 시댁에 갖다 뒀나 보네."
남편: "내가 평일에 바쁜데 거기 갈 시간이 어딨냐? 전화해 봐 사람 말을 안 믿네."(나를 의심병 환자로 몰아감)
어머님이 그럴 분이 아니라는 말에 1차 기분이 상했을 것 같긴 하지만 저럴 때는 모른 척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언행도 되짚어볼 수 있어서 그런 점이 좋다.)
그냥 나는 사람대 사람으로 아무 트릭 없이 진실만 전달해 주길 원한다. 모르는척해주고 그런 센스가 나도 없다.
나도 끝까지 모르는 척을 안 해주니 남편도 날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가기 시작했다.
상대가 방귀를 뀌었는데 그걸 감추고 싶어 한다.
지가 꼈으면서 자꾸 옆사람이 꼈다고 우긴다.
나는 방귀 뀐 놈한테 다가간다.
목격자: 네가 뀐 거 맞잖아.
방귀뀐놈: 아니야!
목격자: 아니긴 뭐가 아니야
방귀낀놈: 아니라고!
목격자: 너맞네~~ 너 맞잖아 맞잖아!! 딩동댕동!
앞으로는 솔직하게 말해! 안 잡아먹어!
방귀뀐놈: 너 사람 이상하게 몰아간다.
너는 내가 방귀 뀐걸로 보여?
목격자: 너가 뀐거 맞는데 무슨 소리야?
왜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건데?
방귀뀐놈: 너는 정상이 아니야.
남편에게는 속아줄 마음이 1도 없었다.
너그럽지 못하고, 그가 하는 게 다 마음에 안 든다.
사실 그러하다.
내가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나 자신과 아이들 위해서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뀌는데, 변화는 가능하다.
아이들이 있으면 그 힘은 놀라울 정도로 그 기능을 한다.
나는 지금 남편이 아니었더라도 그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사람임에는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제는 대학원 과제를 오후 2시경부터 밤 12시 넘도록 하는 남편. 나는 이런 일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지만 실제 직접 겪으니 많이 욱 했다. 아이들이 늦게 자는 것도 아니고, 토요일에도 시간이 그렇게 많았는데. 안 하다 부랴부랴 하는 것이다.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기에 뭐라 하진 않았다. 이런 생활이 반복될 것인데 그때마다 올라오는 분노를 또 컨트롤해야 하고 화를 붙잡고 또 너는 왜 튀어나온 거니? 얘기 나눠야 하고(방문 닫고 과제하는 남편 뒤통수 보니 열받아서 튀어나왔지 왜 튀어나왔겠니)
게다가 4월엔 호주출장에, 5월엔 유럽여행이라..
와 좋겠네 아주!! 나도 일하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출장도 가고 싶고 유럽 가고 싶다~~~~~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같아서 못 참고 한마디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능력이 없어서 잘못 산 내 탓이란다! 그 나이 되도록 뭐 하며 살았냐고 한다.
공짜로 돈 받고 편하게 살면서 찌그러져 살랜다!
나한테 연봉, 통장오픈도 안 하고, 월 천 주는 것도 아니면서 공짜로 편하게 산단다. 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남편은 방어기제로 폭언을 한다.
나는 대화를 요청하면 폭언으로 돌려받았다.
발끈하여 말을 계속하면 입에 담지 못할 가족 욕까지 더해져 내 바닥 끝을 벅벅 긁어낸다.
말을 멈추라는 신호이고 이건 절대 바뀌지 않는다.
여보! 당신이 아이들 잘 돌봐주는 덕분에 대학원도 다닐 수 있고, 집에서 마음 놓고 과제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마워! 유럽여행도 허락해 줘서 고맙고, 내가 진짜 보답할게! 당신이 최고다! 당신 같은 와이프는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