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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Jan 04. 2024

이제는 청소년!!!

작은 아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아빠의 사랑을 보낸다


오늘은 작은 아들의 졸업식이다. 손을 잡고 초등학교 교실로 인도했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아들은 학교의 대표적인 모범생이다. 학교에서 시키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 아들을 보며 나는 흐뭇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세상은 조금 달리 살아도 즐겁지 않나 싶다가도 큰 탈없이 학교를 마쳐준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찾아들고 졸업식이 열리는 대강당에 도착하니 반별로 앉아 있는 아이들과 주변을 둘러싼 많은 학부모들이 보인다. 첫 번째 순서인 졸업장 수여가 시작된다.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이 하나씩 나오고, 각자의 특성에 맞는 상도 주어졌다. 상을 받은 후에는 별도 설치된 마이크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마련된 마이크를 통해 전해지는 졸업하는 친구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보며 환호와 큰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나 어릴 적엔 성적우수상, 개근상 같은 상을 주는 풍경이었는데, 요즘은 모든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혁신학교여서 교과 과정보다는 인성교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난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아들은 규칙상을 받았는데, 전교생 중 유일한 규칙상 수상자였다. 아 질서상은 몇 명 더 있었는데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질서보단 규칙이 낫지 않겠냐며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상명이란다. 선생님이 인정하는 바른생활대장이어서 그런 이름의 상을 받은 듯하다.  때로는 자기 목소리도 내고 다른 생각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나름의 고집과 자기주장이 있어서 1학기엔 대의원 활동도 했으니 내 생각은 기우일 거란 생각이 든다.


이후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진다. 교장선생님이 말씀 중간에 벅차오르는 감정에 말문이 막히자 모두들 뜨거운 응원과 화답의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부분이라서 나 또한 크게 손뼉 쳤다. 선생님의 영상편지와 공모전을 통해 선발했다는 졸업을 주제로 한 UCC엔 학교 생활의 이모저모가 잘 담겨있었다. 망가진 소파에도 뭔가 많이 없는 이 의자도 나중에 생각날 거야라는 재치 있는 자막도 보였다.


곧이어 학생 대표 연설도 이어진다. 대표연설은 보통 전교회장이 하기 마련인데 다른 아이가 단상에 올랐다.

학생 대표 연설을 한 아이는 여러 졸업 소감문 중 선생님의 마음을 울리는 친구가 선발되었다는데, 아이의 솔직한 소감 낭독에 나도 눈물이 조금 비친다.


졸업식의 마지막 순서인 졸업 노래가 흘러나온다. 익숙한 졸업가가 아닌, 노래방 마지막 애창곡인 '이젠 안녕'이 흘러나온다. 아는 분은 따라 불러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열심히 불렀는데 학부모 중엔 나만 부르고 있는 듯하다. 역시 부전자전인가 싶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표정으로 애수와 환희가 교차하는 감정으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졸업식을 마치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예약해 둔 식당으로 향한다. 온 가족이 맛있는 식사를 하며 졸업을 축하해 줬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졸업식에 만족스러웠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자유로움과 창의성에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졸업장 받은 한 아이의 외침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6년 동안 고생했고 6년간 더 고생하자. 파이팅!"


입시가 중심인 현행 체계에선 저 말이 맞을 수 있겠지만, 부디 그 나이 때 가질 수 있는 감성과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며 성장하길 온 마음 다해 바라본다.


친구들아, 청룡처럼 휠휠 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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