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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May 19. 2024

막걸리, 그 숙성된 맛의 기록

생막걸리 함께 드실래요?

소주는 서민을 대표하는 술이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고 취하기 위해선 소주만 한 게 없다. 술꾼도시여자들에서 나온 것처럼 고수는 미지근한 소주라지만 대부분은 시원한 소주를 즐긴다. 작은 잔을 채워 한입에 털었을 때 캬! 시원하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준다! 다음 날 오전이 삭제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술은 바로 맥주다. 여름날 시원한 라거 한 모금도 좋고 실온에 둔 에일의 깊은 맛도 매력 있다. 크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목 넘김은 맥주의 매력이다. 하나 먹다 보면 배부르고 잦은 화장실행은 피할 수 없다.


양주는 자주 먹진 않지만 분위기 있게 한잔 해야 할 때나 2차나 3차에 바에 가면 한잔 먹는다. 해외여행 때 사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귀한 날 필요하다. 고가라는 단점이 치명적이지만 요즘은 하이볼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막걸리다. 요즘 나는 막걸리 사랑에 빠졌다. 감자전이나 파전에 한 사발 들이키면 크으~ 이 맛이지! 파블로우 개처럼 절로 나오는 감탄사. 요즘 즐겨 먹는 생막걸리는 숙취가 덜한 편이다. 막걸리는 쌀을 누룩이라는 효소로 발효시키는 우리의 전통주인데 농활 가서 한잔 기울이는 게 최고의 맛인 듯하다. 게다가 막걸리는 유산균 덩어리! 국순당 1000억 막걸리는 이름부터  유산균 대장이라고 외친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막걸리, 안 좋아할 수가 없지만 뭐든 과하면 탈이 난다. 적당히 즐긴다면 막걸리만큼 매력적인 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드러운 목 넘김, 톡 쏘는 탄산, 은은한 단맛... 취향에 따라 즐기는 막걸리 한 잔은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을 압축해 놓은 듯하다.


최근 먹은 막걸리를 한번 비교해서 여러분의 취향에 따른 막걸리 선택을 돕고자 한다. 가장 평이 좋은 복순도가나 나루 막걸리는 비싼 가격으로 대중적이지 않아 오늘은 간단한 소개만 하겠다. 참고로 울산에서 제조하는 복순도가는 탄산이 강해서 막페인이라고도 불리며 산미가 강하다. 부산역 서울역 등 역내 판매점이 있어 여행에 어울린다.


오늘 비교할 막걸리는 국순당, 느린 마을, 장수, 지평 생막걸리 이렇게 네 가지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입맛을 즐겁게 해주는 이 네 가지 막걸리는 꼭 우리네 사람과도 같다.


내가 좋아하는 막걸리 1 픽은 국순당이다. 첫 모금에 느껴지는 묵직함과 뒤따르는 곡물의 단맛은 마치 잘 익은 벼 이삭을 베어 무는 듯하다. 간혹 할머니 냄새라고 표현하는 구수한 누룩향은 목 넘김 후 깊은 여운을 준다. 탄산은 톡톡 튀는 청량감보다는 묵직함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밀폐가 잘 되어 있어 지평이나 장수처럼 뽑기 운이 맛을 좌우하진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참고로 국순당은 백세주로 유명한 고 배상면 회장의 회사이며 현재는 장남 배중호가 운영 중이다. 백세주를 개발한 차남 배상호는 아버지의 이름을 딴 배상면주가를 운영하고 있으며 장녀 배혜정은 배혜정도가를 통해 다양한 술을 만들고 있다. 참고로 배혜정도가의 우곡생주는 고 배상면 회장의 역작으로 한 번쯤 드셔보길 권하는 제품이다.


마니아층이 많은 느린 마을 막걸리는 마치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는 첫 느낌이다. 탄산은 거의 없지만, 혀끝에 남는 달콤함과 은은한 곡물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목 넘김 후에는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입안을 정리해 준다.


수도권 막걸리의 표준 장수 막걸리는 봄봄봄으로 유명한 로이킴의 할아버지가 운영하신다고 한다. 톡 쏘는 탄산과 함께 혀를 자극하는 새콤함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이어지는 곡물의 단맛은 묵직하기보다는 가볍고 경쾌하며, 탄산과 어우러져 청량감을 더한다. 목 넘김 후에는 쌉쌀한 뒷맛이 입안에 남는다. 약간 숙취가 있는 편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지평 막걸리는 양평의 대표 술이다. 지난번 양평 AI Data 워크숍 때 먹은 지평 막걸리는 정말 맛이 좋았다. 이때부터 막걸리에 빠졌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맛. 단맛, 신맛, 쓴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탄산은 적당히 톡 쏘는 정도로 청량감을 더한다. 목 넘김 후에는 깔끔한 뒷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 준다.


오늘은 네 개의 막걸리만 소개했지만 서울막걸리의 고흥유자나 지평의 보늬달밤은 새로운 맛으로 젊은 층에게 큰 인기가 있다고 한다. 막걸리는 맛으로 기억되는 삶의 순간들이다. 때로는 달콤한 위로를, 때로는 쌉쌀한 깨달음을 안겨주는 막걸리 한 잔에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오늘도 나는 막걸리의 참맛을 찾아간다.


"진정한 쾌락은 감각의 만족이 아니라 영혼의 조화에서 온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막걸리는 단순히 미각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묘약이다. 인생의 다양한 맛을 담아낸 막걸리 한 잔에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오늘도 나는 막걸리에 취한다. 아무리 좋다지만 뭐든 적당한 게 좋다. 하루 막걸리 권장량은 한 사발이다. 소중한 사람과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행복한 시간 많이 만드시길 바란다.


막걸리 유튜브 콘텐츠 재미있어서 소개합니다.

https://youtu.be/07yxVc6W4GE?si=sNvC9-ORbYiEVz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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