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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Nov 28. 2024

눈이 오는 날에도 길은 있다

삶의 상황을 수용하며 나아가는 법

눈이 참 많이 왔다. 기상 관측 이래 11월 최대 적설량이라더니, 세상이 온통 하얗게 덮였다. 나는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전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원래 운전하며 가려고 했으나 통제불가능한 변수를 피하고자 기차를 선택했다.

덜컹거리는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설경은 한 폭의 그림 같지만 그저 낭만에 젖을 수만은 없었다. 어디선가 밤새 제설 작업에 땀 흘리고 있을 동료 공직자들이 떠오르면서 그들의 수고로움이 눈 위로 겹쳐지니 숙연해진다.

문득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올랐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모든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조금 떨어져 상황의 양면성을 보라고 말해준다. 삶은 한 가지 빛깔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비극이든 희극이든,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마음의 수용'이라고 부른다. 지금 당장의 상황이 어렵고 쓰라릴지라도 조금은 떨어져 스스로를 관찰할 때 우리는 방향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내 앞에 놓인 삶의 사건들은 해석되길 기다리는 퍼즐 조각에 불과하다. 쓰다고만 느껴졌던 순간도 나중에는 성장의 이유가 되고, 달콤했던 순간도 때로는 잠시 머무는 쉼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오늘 나는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내가 준비한 발표는 아마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삶의 모든 순간이 완벽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나는 오늘의 무대에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또다시 나아가면 된다. 혼자가 아니기에 든든하다. 눈이 오는 날에도 그 눈이 녹은 뒤에도 멈추지 않는다면 길은 계속된다.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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