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혼술의 재미를 이제야 알았다니
자취경력 5년 차, 혼자 놀며 즐기는 일에 익숙해졌다.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며 영화를 보기도 하고 저녁에는 간단한 안주거리와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소주만 마시면 숙취가 너무 심해 자연스레 소맥, 맥주, 하이볼, 와인 ••• 이런 종류의 술만 즐기고 있다.
집에서 즐기는 혼술은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식당보다 절반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술을 즐길 수 있고 남 신경 쓸 것 없이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가끔씩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 않은가.
혼자서 알코올드링킹을 하고 싶지만 집에서의 혼술은 지겨울 때, 가끔씩 밖에서 혼자 마셔보고 싶었다.
성인이 되고 6년이 흐른 지금까지 야외 혼술을 해본 적이 없었다.
괜스레 혼자 가면 뻘쭘함과 민망함, 머쓱한 기분을 느끼게 될까 싶어 도전해보진 않았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언젠가는 꼭 해봐야지- 하는 다짐이 있었고 어제, 그 결심을 이루게 되었다.
동네 근처로 찾아보니 어묵바가 나왔고 혼술 하기 제격이라는 후기가 있어 읽으려던 에세이 책을 들고 방문했다.
방문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고 소심하게 “한 명.. 되나요..?”라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구석 끄트머리에 착석했고 스지우동과 하이볼을 주문했다.
앞에 위치해 있는 어묵은 국물에 5분간 담가놓고 하나씩 천천히 먹으면 된다고 하셨다.
우동을 시켰지만 어묵 1인 기본 최소 3개라 배가 많이 안찰 정도로 담가 먹었다.
어묵, 곤약, 물떡 각각 1개씩 먹었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듯이 불렀다.
배도 고팠고 몸도 따뜻하게 녹고 나니 하이볼이 술술 넘어갔고 어느새 한잔을 다 비우게 되어 사케 도쿠리 하나를 추가로 주문했다.
따뜻하게 데워드릴까요? 하는 말씀에 잠깐 고민했지만 혼자 와서 잔뜩 취하고 가면 나 스스로 꼴 보기 싫을 듯해 찬술로 주문했다.
예전에 사케를 마셨다가 다음 날 죽을 듯한 두통을 겪은 끔찍한 기억이 있어 괜히 시켰나 걱정했지만 한 모금 마셔보니 그 걱정은 기우가 되어버렸다.
달달한 향과 맛이 목으로 넘어갈 때 쓴 맛이 많이 느껴지지 않아 마시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아무튼 시리즈 중 김혜경 작가님의 [아무튼, 술집]을 읽으며 한 잔 두 잔 마시고 나니 어느새 한 병이 동나버렸다.
밀려오는 아쉬움에 이번에는 따뜻하게 데워서 한병 더 마실까 하다가 혹여나 취기가 훅 올라와 취해버리면 후회로 남을 첫 야외 혼술이 될 것 같아 10분 동안 고민 후에 겨우 빠져나왔다.
적당한 소음과 따뜻함,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취기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목요일 저녁, 처음 행해 본 야외 혼술은 아주 기분 좋은 날로 기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