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방을 사랑한다.
방 한 켠에 쌓인 다양한 가방들은 마치 내 삶의 박물관 같다. 각각의 가방은 특별한 기억과 감정을 담고 있어, 열어보면 일기장처럼 내 삶의 순간들이 펼쳐진다.
얼마 전, 나는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색상만 다르게 두 개 구매했다.
쇼핑의 순간, 두 가지 색상 모두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둘 다 소유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장롱 앞 빈 공간에 두 가방을 나란히 올려놓고 바라보며, 나는 묘한 만족감에 빠졌다.
가방의 색상과 어울리는 옷차림을 상상하며,
앞으로의 나날들이 기대되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크기의 가방이 존재한다. 기저귀 가방 크기의 대형 숄더백부터 손바닥만 한 미니 크로스 백까지. 이는 마치 우리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책임을 상징하는 듯하다.
내 큰 가방에는 현재 필요한 물건은 물론, 미래에 필요할 것 같은 것들과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한
물건들까지 가득하다.
우리가 살아가며 지니는 경험, 지식, 그리고 때로는 불필요한 걱정과 두려움까지도 한데 모아 있는 듯하다.
반면, 어떤 날은 작은 가방에 꼭 필요한 두세 가지만 넣고 외출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삶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 들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내려놓는 순간과도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그 순간의 자유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흥미롭게도, 많은 남성들은 얇은 지갑 하나만을 들고 다닌다.
그들에게 그 작은 지갑은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완벽한 용기(容器)다.
어떤 이들은 그 마저도 불필요하다고 여기며,
더욱 가볍게 살아가기도 한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 삶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때로는 우리가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불필요한 짐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장롱 앞에 나란히 놓인, 모양은 같지만 색이 다른 두 가방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가방이 곧 인생이다.' 이 단순한 문장에 담긴 깊은 의미를 되새겨본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가방을 들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큰 가방에 온갖 것을 담아 무겁게 살아가고,
어떤 이는 작은 가방에 꼭 필요한 것만 담아 가볍게 살아간다.
그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방,
즉 인생을 어떻게 채우고 관리하느냐이다.
때로는 가방을 비우고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불필요한 짐은 과감히 버리고, 정말 소중한 것들만 간직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위한 공간이 생긴다.
결국,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인생 가방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가방의 크기, 색상, 내용물은 모두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때로는 큰 가방이 필요할 것이고, 때로는 작은 가방으로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