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의 세월 사랑에서 의리로
"사랑"이라는 단어는 "사치"라는 단어보다 더 깊게 쓴웃음을 짓게 합니다.
33년 전, 5살 연상의 남자와 중매로 맺어진 인연.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 인연이 얼마나 긴 여정이 될지 몰랐습니다.
신혼 시절, 나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의 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죠. 어느 날 남편이 말했습니다.
"사랑도 노력이 필요해. 서로 배려하고 노력해야 진정한 사랑이 피어나는 거야."
나는 반문했습니다.
"사랑에 왜 노력이 필요해? 사랑은 대가 없이 주는 거잖아."
결국 대화는 싸움으로 번졌고, 남편은 "말을 말자"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리의 대화는 일상적인 것들로 채워졌습니다. TV 보는 취향마저 달라졌죠. 나는 K-드라마에 빠져들고, 남편은 스포츠 중계에 열중합니다. 안방과 거실,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세계에 빠져 살게 되었습니다
최근 본 드라마 '굿파트너'를 계기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사람이 결혼해서 살면서 마음이 변하지 않을 수 있나?"
남편은 무심히 대답했습니다.
"변하지. 세상 살면서 안 변할 수 있나?"
"결혼은 의리 같아."
내가 말했습니다. 이 한마디에 33년의 세월이 담겼습니다.
33년 결혼 생활을 해보니 ‘사랑’이라는 단어는 이제 쓴웃음만 짓게 합니다. 밖에 나가면 남편보다 멋있고 지적인 남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의 아버지이기에, 나는 그를 존중하고 인정합니다. 이것이 바로 의리입니다.
'님'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됩니다. 하지만 나는 그 점을 찍지 않을 것입니다. ‘의리’라는 이름의 마라톤을 완주하리라 다짐합니다. 삶이라는 단어책에서 '의리' 페이지는 영원히 지우지 않을 것입니다
결혼 33년 차, 나는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시의 한 구절이라면, 의리는 삶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의리의 무게를 견디며, 우리의 이야기를 씁니다.
사랑은 때로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리는 33년의 세월을 함께 견뎌낸 우리 부부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이것이 바로 결혼 생활의 본질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