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밤
7월의 밤, 걷다 보면 마음이 말한다
7월 중순의 밤공기는 확실히 낮의 열기를 품고 있다. 낮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었지만, 해가 진 후에도 그 열기는 쉽게 식지 않는다. 저녁 9시경, 나는 애견 요미와 함께 동네 거리를 걷는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 시간이 주는 고요한 리듬에 기대어본다.
거리에는 다양한 풍경들이 스쳐 간다. 나란히 걷는 낯선 연인들, 유모차를 밀며 딜런을 부르듯 나직이 얘기하는 가족, 저만치서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또 다른 가족의 애견, 그리고 눈부신 광고판과 그 아래 빛을 쏟는 긴 가로등들. 모두가 각자의 삶의 속도로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집? 가족의 품? 아니면 그저 일상이라는 커다란 수면 위를 조용히 노 저어 가는 것일까.
7월의 오늘 바람은 습기를 먹지 않아 상쾌하다. 피부에 닿는 공기마저도 내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Dust in the Wind’를 듣는다. 학창 시절부터 좋아하던 팝송. 들을 때마다 마음이 조용해지고, 동시에 깊은 우울이 서서히 번진다. 나는 이 곡이 좋다. 그런데 그 ‘좋음’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마치 나를 지금의 자리까지 데려온 내 지난 삶 전체가, 이 한 곡 안에 담긴 것 같다.
얼마 전 받은 공무원 신체검사 결과지를 오늘 열어보았다. ‘보류’라는 판정. 당뇨와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다고 한다. 간수치도 이전부터 좋지 않았는데, 또 나빠졌다. 이런 결과들 앞에서 마주한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사실 변명할 여지는 없다. 체중은 계속 늘어갔다. 먹고, 또 먹고, 운동은 늘 ‘내일’로 미뤘다. 그러다 결국 건강뿐만 아니라, 취업의 문턱 앞에서도 발이 걸렸다. 불합격은 아닌 ‘보류’. 이 단어 앞에서 머리를 숙인다.
며칠 전 상담받은 피트니스 트레이너는 말했다.
“이제는 살기 위해 운동하셔야 해요. 단지 외모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예요.”
그 말을 들을 땐, 현실감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말이 마음 깊은 곳까지 내려왔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지금 ‘살기 위해’ 삶을 바꿔야 할 시점에 서 있다.
330만 원을 주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결단하고 해낼 것인가. 고민의 무게는 쉽사리 가볍지 않다. 하지만 다짐 하나는 분명해졌다. 내 삶을 바꾸려면,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믿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
요미가 발밑에서 조용히 나를 올려다본다. 아무 말 없지만, 그 눈빛이 말해주는 듯하다. “같이 걸어줄게.”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7월의 밤, 나는 걸으면서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나라는 사람도, 삶이라는 것도 그저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 바람 속에는 언제나 희망이 섞여 있다.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가볍고, 조금 더 나아졌기를.
그렇게 또, 오늘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