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기 아쉬운 은행잎의 무도회
깊은 가을, 만추의 길가에서
동글동글 조롱조롱 나뒹구는 노란 은행잎을 본다.
차길 위에 흩날리는 그 빛깔은 눈부시도록 고와서,
자연은 주고 또 받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구나.
그리 뜨거웠던 여름, 그리 쉽사리 가던 시간,
이제는 노란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잠시 멈춰 우리에게 사색을 선물한다.
봄에는 벚꽃비가 가슴을 설레게 했지만,
가을은 노란 꽃비로 마음을 적신다.
도로에 떨어진 은행잎들은 겨울에게 가지 않으려 아웅거린다.
도로 위를 동글동글, 조롱조롱 굴러 다니는 은행잎들.
차바퀴 바람이 휙 불자 "도르르르" 소리 내며 장난꾸러기처럼 방방 뛰어노는 노란 조각들.
햇살에 반짝이는 금빛 돌멩이들이 춤추는 듯,
제멋대로 굴러가며 그 길 위를 노란 깃발처럼 휘날린다.
바람이 부드럽게 손길을 타고 돌리면,
은행잎들은 마치 작고 귀여운 아이들처럼 서로 부딪쳐 깔깔 웃으며 도로 위를 뛰놀며 가을의 유쾌한 비밀을 속삭인다. 그 모습은 삶의 소소한 축제 같고, 눈부신 햇살 아래 웃음처럼 퍼지는 노란 물결이다.
하지만
우리는 해마다 가는 가을을 슬퍼하지 말자.
그 마음을 접고, 오는 봄을 기다리자.
가는 것은 빛이 되어 흐르고,
오는 것은 생명이 되어 맞이해야 하니까.
삶은 그렇게 순환한다.
떠남과 머묾 사이, 연민과 희망 사이,
천천히, 조용히, 그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시인의 한 자락처럼,
가을 속에 담긴 여린 사랑과 존엄을
차분히 바라보며
오늘도 그 길을 걸어본다.
가을은 우리에게 말한다.
“나를 슬퍼하지 말고,
나를 안고, 다시 살아가자고...”
이 감성이 마음에 닿기를, 그리고 오래도록
그 마음에 머물기를.
2025년 가을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