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에 한 번은 어른말씀도 들어보기
체험학습 가서 빨래한 우리 반
마치 비가 1초 뒤에 와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우리 반은 이제 막 체험학습을 끝내고 버스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게 분명하다.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져내리는 폭우!
걱정이 되었지만 나름 재미도 있었다.
낮은 소리로 괴성을 발사하며 줄지어 버스로 향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몸의 절반은 마치 우산을 쓰지 않은 사람처럼 흠뻑 적신채 말이다.
' 멀지 않겠지? 우리 어기에서 가까운 데에서 내렸잖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틀렸다. 마음을 놓지 말았어야 했나 보다.
우리가 처음 박물관 (체험학습 장소)에 가는 버스를 타고 내린 곳까지는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갔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나의 경우, 바지 끝부분이 약간 젖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큰 문제가 하나 있다면 비의 양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는 점, 무언보다 우리를 싣고 온 그 버스가 여기 없었다는 것...
1반 버스를 비롯한 다른 버스반 들은 저 멀리 대기 중이었다. 도착한 바로 그 주차장에 있었다.
길에 있는 물웅덩이를 피하고 주차장으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 웅덩이를 몇 번이고 피하고 건너봐도 우리 반이 타고 온 버스는 찾을 수 없었다.
비를 잔뜩 맞은 선생님께서도 제법 당황한 눈치였고 아이들이 하나둘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만에 우린 비 맞은 생쥐꼴로 버스에 올랐다. 비좁은 버스 사이 미로 같은 통로에서 누구 하나 다치지 않을까 선생님표정에 잔뜩 긴장이 비쳤다. 휴우.
바지와 입고 있던 외투는 꼭 빨래한 지 30분도 안 된 옷처럼 젖어 있었다.
그렇게 아주 불쾌하고 정신없는 상태를 뒤로 한채 버스가 출발했다. 약 1시간이 지난 뒤 학교에 도착했는데 옷은 하나도 마르지 않았다... 날도 약간 추웠기 때문에 추위에 떨며 집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아이 추워! 선생님 말씀대로 비옷은 꼭 챙길걸. 더우면 벗으면 되지만, 추우면 도리가 없으니 두꺼운 외투가 낫겠다고 하셨는데.. ㅜ ㅠ
그 말씀은 또 어떻고.. 에잇.. 엄청 춥네...'
이래서 아주 가끔은 어른들 말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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