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Ok Rock 내한 공연
해당 글은 평소의 글 분위기와 다르게 편한 어투로 작성하였습니다. 그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느끼는 데로 작성하려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음악회나 뮤지컬을 보러 가 봤지만, 콘서트는 가본 적이 없다. 콘서트도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가만히 앉아 듣는 게 아니고, 방방 뛴다고 하는 콘서트라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었다. 분명히 나는 방방 뛰면 극심한 체력소모와 혼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얼마 전 락 콘서트를 다녀왔다.....
때는 10월이었다. 친구가 12월에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다. 평소에 옷과 신발을 좋아하는 친구라, 어디 쇼핑을 같이 가자고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락 콘서트를 가자고 한 것이었다.
내가 제일 먼저 한 대답은 "내가 거길 왜가?.. 나 몰라?.."
그 순간 잠시 내가 락 콘서트에 가서 그 열띤 분위기에서 위축되어, 점점 뒤로 밀려 관중석 맨 끝으로 가있는 상상을 했다.
나의 떨떠름한 반응에 친구는 바로 포기하지는 않았다. 굉장히 그럴듯하게 나를 설득했다. 가봐야 알지 부터해서, 이번에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떻냐? (사실 이 말에 혹했다.)
나도 '언제까지 집에서만 음악을 듣냐' 라는 생각에 결국 가기로 결정을 했다.
간단하게 One Ok Rock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친구가 보내준 정보를 보니 One Ok Rock 이라는 일본 락 밴드였다. (한국말로는 원 오케이 락이 아니고 원오크락이라고 한다.) 그쪽에는 무지해서 처음 들어보는 밴드였다. 일본 밴드 중에 그나마 아는 그룹은 과거의 영광인 X-japan 정도?.... 아마 One Ok Rock이라는 밴드를 들어본 분들은 많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글로벌하게 유명한 밴드였다. Ed Sheeran 과도 같이 곡을 만들기도 했고, 의외로 10년 정도 된 롱런 밴드였다. 그리고 일본 밴드인데 노래는 일본어보다 대부분 영어로 한다. (찾아보니 같은 노래도 Japan ver. 이 따로 있다고 한다.)
해당 밴드의 인기를 티켓을 예매하는 과정에 다시 한번 느꼈다. 친구와 같이 예매 화면을 띄워놓고, 예매를 시작했는데 오픈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sold out 되었다. 다행히도 친구가 지정석 2자리를 간신히 성공하여 확보는 했지만, 기왕 가는 김에 스탠딩석을 가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2주일 동안 티켓 취소표를 체크를 하며, 친구는 스탠딩 2석을 성공시켰다. (대단하다..)
이제 티켓 예매까지 완료했으니, 현장에 가기 전 원오크락의 음원들을 듣는 일만 남았었다. 티켓을 구매하고, 2달 정도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심지어 회사 워크숍 가서도 들었다 ㅋㅋㅋ
아무래도 오래된 밴드이다 보니 곡 수도 많았다.
나는 락에 대해 모르지만, 원오크락의 노래들은 엄청 하드 락 쪽이 아닌 것 같다. 듣기 편한 노래들도 많고, 정말 좋은 노래들도 많다. 내가 들었던 노래들 중에서 제일 좋았던 노래는 Stand out fit In 이라는 곡 이다.
2018년에 나온 음원인데, 지금 들어도 정말 세련됐다. 밴드라면 이런 노래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곡이였다.
하지만 친구가 분명 라이브에서는 잘 안 하는 노래라고 했다 ㅠㅠ
드디어 12월 2일 결전의 날이 왔다.
나는 솔직히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처음 락 콘서트를 가는 기대와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지에 대한 궁금, 가서 쭈구리처럼 있지 않을까 라는 긴장감과 두려움. 지나가다 유튜브에 락 콘서트 영상을 보신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그 열기, 관중들은 그 분위기에 취해 극도의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며 방방 뛰는 그런 광경이 펼쳐질 것임을 미리 예측했다. 하지만 친구는 대부분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고, 다들 노래 들으러 오는 거니 부담 안 가져 된다고 했다. (절대 아니였다 유투브가 맞았다.)
지하철부터 사람이 엄청 붐빌 거라 예상했지만, 고려대역에 내릴 때까지도 오늘 콘서트 하는 거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정체육관까지 가는 길도 너무 한산했다. 하지만 화정 체육관에 딱 도착하자마자 입이 안 다물어질 만큼의 사람들이 콘서트 장에 들어가기 위해 끝없는 줄을 서있었다. 과장한 게 아니고 정말 줄의 끝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뒤로 가도 가도 줄이 이어져있었다. 시간이 30분이 남았었는데 이 사람들이 모두 콘서트장에 들어가 7시에 공연이 시작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결론적으로는 공연 시작 시간이 한 20분 정도 지연됐다. 끝나고 나서 들어보니, 운영진의 미비한 대응으로 사람들의 입장이 빠르게 이어지지 못했다고 했다. 기다림의 과정은 사진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화정 체육관에 입장하자마자, 스탠딩 석의 사람들에 압도되어,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수백 번도 들었다. 특히 스탠딩 석은 지정석처럼 좌석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공연을 즐겨야 했다. 지정석에 앉으신 분들은 거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앉아계셨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제일 처음으로 Wonder라는 노래로 시작했다. (라이브 때 너무 좋았어서 평소에도 많이 듣는 노래가 되었다. "Don't you have a wonder"라는 부분이 너무 좋다.)
라이브로 들으면, 이어폰이나, 헤드셋으로 듣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낀다. 그게 콘서트의 분위기 일 수도 있고, 노래에 맞는 영상과 조명,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그때그때의 기교 일 수도 있겠다.
첫 곡부터 관중들은 아드레날린을 내뿜으며 방방 뛰고 대부분이 푸쳐핸섭을 하고 있었다. 손 모양들이 진짜 해당 이모지 �� 같았다. 나는 아직 그 정도로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슬슬 분위기에 적응이 되자 나도 방방 뛰기 시작했다. 격하게 뛰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특히 들어본 노래가 나오면, 나 역시 아드레날린이 더욱 증폭되었다.
못 들어본 노래들 중에 라이브에서 너무 좋았던 음원들은 나중에 집에 가서 들어봐야지 하는 곡들도 있었다.
특히 Neon이라는 곡도 너무 좋았다. (늬온~~lights)
그리고 이 노래를 할 때, 보컬인 타카가 태극기를 흔들며 나왔다. 물론 내한을 했기 때문에 퍼포먼스일 수도 있지만, 뭔가 일본 밴드가 태극기를 흔들며 나오니 기분이 묘했다.
방방 뛰어서 그런지, 땀이 너무 났다. 패딩을 벗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도 공간도 나오지 않았다. 옆에 있는 분은 어느샌가, 코트를 벗고 손을 흔들며 뛰고 계셨다. 노래를 많이 아시는 듯, 거의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셨다.
친구 역시 옆에서 리듬을 타고,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재밌게 놀고 있었다.
이게 지정석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탠딩석의 특권이었다.
정말 놀랐던 것은 노래 하나로 사람들이 이렇게 뭉칠 수가 있구나... 였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어느새 1시간 반정도가 지나갔다.
여러 가지 노래들이 나온 가운데, 갑자기 너무나 익숙한 노래가 나왔다.... 설마??... 그 노래가?
친구가 콘서트에서는 잘 나오지 않을 노래라고 했던 Stand out fit In !
나는 정말로 전주를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옆에 있던 친구도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50번도 넘게 들었고, 원오크락 노래들 중 제일 좋아하는 노래였다. 웬만한 노래들은 동영상으로 촬영을 했었는데, 이 노래는 아쉽게도 남기지 못했다. 그만큼 나 역시 미쳐있었다. 특히 이 노래는 떼창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나 역시 관중들과 소리 질렀다.
특히 Stand out fit이라는 노래 전주가 나올 때 타카가 일본말로 뭐라 뭐라 하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들었다.
하지만 Human Tiger라는 유튜브 계정의 영상에 댓글을 다신 @jun10969 님의 일본어 번역을 가져왔다.
요즘 시대는 코로나 이후로 저는 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인종의 사람들이 상처받거나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저희는 옛날부터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문화도 교양도 언어도 다릅니다. 그러나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평화롭고 평온하게 개개인이 책임과 사랑을 가지고 살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여기 와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저희는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곡과 Live와 여러분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도 일본도 중국은 상관없으니까! 어쨌든 뛰어오르자
이런 말을 했다는 것에 놀랐고, 다시 한번 이 밴드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내가 이 곡에서 직접 촬영을 하지 못해, 해당 글귀와 Stand Out Fit 영상은 Human Tiger 님의
One OK Rock - Stand Out Fit in with Japanese comment Live in Seoul, Korea 231202 영상을 가져왔다.
(Human Tiger님도 감동하셨는지 영상에 살짝 흔들려 멀미가 날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바랍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내가 아는 노래들이 많이 나와서, 남은 체력을 다 소모해 버렸다. 나도 어느덧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극도의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며 방방 뛰는 그런 관중들 중 한 사람이 돼있었다.
타카가 이제는 마지막 노래라고 하며, Wasted Nights이라는 곡으로 인사를 했다.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관중들은 encore을 외쳤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이게 콘서트의 문화인가? 2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노래를 한 보컬을 배려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안 쉬고 어려운 노래들을 라이브로 하는 건지..)
정말 여기서 안 나오면 이상하게 될 정도로 앵콜을 외쳤다.
그러자 조명이 다시 켜지며 내가 2번째로 많이 들었던 Wherever You Are이라는 곡으로 다시 한번 열기를 충전시켰다. 밴드도 지쳤을 것이고, 사실 관중들도 지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었다.
힘들지만 앙코르 곡을 다시 부르는 밴드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관중들도 훨씬 더 호응을 했고, 훨씬 더 떼창을 열심히 불렀다. 심지어 2층 지정석에 앉아있던 관중들도 모두 다 일어나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정말 이 화정 체육관에서 모두가 다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Wherever You Are 이 끝났는데, 관중들은 다시 한번 앙코르를 외쳤고, 이번에는 밴드도 당황했는지 웃었다.
하지만 타카가 이번에는 정말 찐막 곡이라고 하며, 다시 한번 무대를 만들었다.
찐막 곡은 完全感覚DREAMER이었고, 이 곡을 끝으로 One Ok Rock의 공식적인 무대는 끝이 났다.
공연이 끝나고, One Ok Rock 팬클럽? 에서 준비한 원오크락 멤버들이 그려진 그림을 밴드에게 전달하고, 오늘 라이브는 정말 끝이 났다.
집에 오는 길에 오늘 라이브로 했던 노래들을 모두 재생목록에 저장했고, 지금도 출근길, 퇴근길 루즈해질 때면 듣고 있다. 듣다 보면 그때의 짜릿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번 One Ok Rock의 내한 공연을 가게 만들어준 친구에게 고맙다.
이런 세계가 있었고, 내가 다른 밴드의 콘서트를 갈지 말지는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겠지만, 확실히 One Ok Rock이라는 밴드를 좋아하게 되었다.
정신없는 것을 안 좋아하고, 콘서트는 죽을 때까지 갈 생각이 없었던 나이지만, 앞으로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원오크락 콘서트라면 다음에도 꼭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