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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안 Jul 10. 2023

어느 날 탈모가 내게로 왔다 (1)

  

어? 내 두피가 이렇게 하얬냐?

앞머리와 뒷머리 사이에 뭔가 휑한 느낌이 들어 가르마를 바꿔타 본다. 설마 설마 설마???

내뱉기 두려운 그 단어, 설마 나에게 탈모가 오는 걸까 싶어 얼른 네이버 검색창에 ‘여성탈모’를 검색해 본다.




어렸을 적 미용실에 가면 항상 듣던 말이 있었다.

“어머. 머리숱이 너무 많다. 돈 더 받아야 되겠어.”

“뒤통수 숱이 정말 많네. 머리 말리는데 한참 걸려~ 여기까지만 말리면 집에 가는 길에 다 마를 거야.” 미용실 아줌마는 뒤통수 머리숱이 장난이 아니라며 진짜 돈을 더 받아야겠다는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수다를 늘어놨다. 그때 그 애가 나인걸 아는지 모르는지 머리숱 많은 사람에게 하는 레퍼토리를 또 읊어주시곤 했다. 좀 커서 나름 서비스 좋은 체인 미용실에선 머리숱 많아 좋으시겠단 칭찬을 들었고 머리 감고 말릴 때 꼭 한 명의 어시스턴트가 붙어 드라이기 두 개로 머리를 말려주곤 했다. 그런 나에게 탈모는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고민 또는 머리카락이 얇은 남편의 고민인줄만 알았다.



내 눈에 먼저 띈 건지, 남들 눈에 먼저 띈 건지는 상관없다. 앞머리와 뒷머리 사이, 또는 앞머리와 얼굴이 이어지는 공간, 그쪽에 머리숱이 좀 없어진 거 같았다. 그렇다. 나는 뒤통수 머리숱만 한 가득이었던 것이다. 뒤통수에 머리숱이 많아서 어딜 가도 머리숱 많다는 소릴 들었기에 나는 탈모와는 관계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여성탈모’의 증상은 바로 앞머리 언저리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오 마이 갓. 뒤통수에 뒤통수 맞았다. 뒤통수 머리숱은 내 전체 머리숱을 책임져주지 않았다.


     

이제와서 나의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건대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나는 원래 사우나를 좋아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사우나를 즐길 수 없으므로 아침, 저녁에 집에서 머리를 감을 때 김이 펄펄나는 뜨거운 물에 머리를 감는 습관이 생겼다. 정수리부터 목언저리에 뜨거운 물을 퍼부으면 사우나를 한 듯한 개운함이 들었다. 머릿결은 조금 상했지만 어차피 질끈 묶을 거 머릿결 따위 아무렴 어떠냐 하는 생각으로 뜨거운 물로 머리를 감았는데 개선 가능한 머릿결과 탈모와 직결되는 두피건강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머릿결만 포기하면 되는 줄 알았지.


또, 두피 건강을 위해 긴머리는 헐렁하게 묶거나 풀어놔야 한다는 조언을 받은 적도 있는데 두 아이 키우며 그게 무슨 가당키나 하나며 속으로 헛웃음을 웃었다. 앞머리, 뒷머리 할 거 없이 다 끌어다 꽉 묶은 똥머리 내지 만두머리가 집에서 하는 가장 편한 헤어스타일이었고 자연스레 대부분의 시간 질끈 묶은 스타일을 고수하게 되었다.


샴푸를 고르는 기준도 딱히 없었다. 그냥 선물로 들어오는 샴푸를 쓰거나 그때그때 저렴하고 무난한 브랜드를 골라 쓰곤 했다.


 나에게 탈모가 오다니. 평생 머리숱은 걱정 없이 사는 줄 알았다. 아니 머리숱 없는 내모습은 상상한적도 없었다. 


그 때부터 내신경은 온통 머리숱이었다. 마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마트를 쇼핑하는 아줌마 중에 누구 머리숱이 젤 많은가 보았다. 가르마를 요리조리 타보고 최대한 티나지 않게 머리를 만졌다.

한국나이(?) 마흔이 된 해, 까맣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영원히 내 소유인지 알았던 자만심 날아갔다.     


(2편에 계속)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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