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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Feb 16. 2023

공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사회를 풍요롭게 만든다.

오늘도 어김없이 주섬주섬 이것저것 챙겨서 집을 나와 작업공간으로 향해봅니다. 


공강이 생긴 날이면 마치 도서관과 같은 이 공유 공간에 와서 자료도 만들고 책도 읽고 이렇게 글도 써보는 여유가 있으니 어쩌면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딸아이 간식통에서 몰래 꺼내온 과자도 몇 개 까먹고 사탕도 오물오물거리며 작업하는 재미가 쏠쏠한 와중에 이런 저의 행복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나타나곤 해요. 


카랑카랑하거나 동굴저음이거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르며 같은 공간의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들을 계속하곤 하지요.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하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일 텐데 스스로 집안 내력이며 경제사정까지 그렇게 큰 소리로 얘기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의문을 가져봅니다. 


결국, 그런 꼴불견을 참지 못하는 저는 다가가서 한마디 던지게 되고 그 사람들은 퇴장하거나 조용해지곤 하는데 참으로 귀찮고 성가신 일입니다. 


식사를 하러 들른 식당에서도 옆자리에 앉은 어떤 사람들은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어찌나 우렁차게 자식들 자랑을 하는지 모릅니다. 유난히 그날따라 조용한 버스에서도 교회에 다녀오는 길인 아주머니가 이제 상도동에 있는 모임으로 가시나 보군요. 


길을 걷거나, 오전에 조깅을 하다 보면 좁은 길을 지나칠 경우가 간혹 생기는 데 뻔히 앞에서 사람이 오는데도 아랑곳 않고 가운데로 양팔을 휘저으며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깨가 부딪히기 딱 좋은 상황에서 양보란 없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들은 문이 열리면 아직 사람들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왜 문을 막고 서있을까요? 어차피 다 내려야 움직일 텐데 말이지요.  심지어는 내리는 와중에 밀고 안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영국 유학 중에 유난하다 생각했을 정도인 매너, 바로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서 문을 잡아 주는 것인데요.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이 줄을 서서 뒤에 오는 아이를 배려하며 문을 잡고 통과하는 연습을 한다고 하죠. 


영국 문화가 많이 전해진 일본 여행에서도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서 많은 배려를 받곤 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모차를 밀치고 먼저 들어가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어쩌다 보니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에티켓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가 조금 새어나갔네요. 


계속해서 불평들만 쏟아내다 보니 제가 다 피곤해지는 지경이지만 생각해내고자 한다면 여러분도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싶으실 겁니다. 



자기가 이용하고 있는 현재의 공간이 어떤 분위기인지, 무슨 목적으로 사용되는지에 대해 설명서가 붙어있지 않아도 적절하고 매너 있게 행동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분적 관점에서 보면 또한 무언가 다른 사람들일 겁니다. 본인이 현재 속해있는 공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인 거죠.


결국 공간에 대한 이해는 그곳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배려'라는 큰 개념으로 접근해도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눈치'와 '상식'이라는 기본 기능만 탑재하고 있어도 될 겁니다. 


사회적으로 종종 이슈화되고 있는 층간소음 사건들도 마찬가지 맥락일 겁니다. 함께 사는 공간에서 발뒤꿈치가 부서지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바닥을 울리며 다녀도 자기가 그런 줄 몰랐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의자 끌리는 소리와 이런저런 잡다하게 둔탁한 소음들을 내면서도 타인의 불편함은 안중에도 없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 사회적으로도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성공한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 성공이 오래가지도 않을 것이고요. 


모두는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꽤나 많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은 결국 가정과 학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그들을 일일이 붙잡고 당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학교라는 공간에서 하늘 같던 선생님에게 욕설과 주먹을 날리는 시대에 어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저 정부의 정책이나 믿고 기다리기엔 많은 것들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르치는 학생들과 딸아이에게라도 다시 한번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곧 자신에 대한 배려라는 사실을 말이죠. 


잘못된 혹은 잘못될 수도 있는 행동에 대해 올바른 방식으로 지적하고 수정해 주며 그것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깊은 문제일 듯합니다.


우리가 나이 들어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상점의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려 할 때, 순서를 양보하며 문을 열고 기다려 줄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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