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firefighter! Keep your chin up!
수업을 마치고 여느 때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내립니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딸이
안 자고 있네요. 어떻게 아냐고요?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도중에 문이 왈칵 열리며
‘아빠다~~!’
배시시 웃고 있는 그 표정 하나에 순간 세상을 다 가지는 기분, 아빠들은 다 아실 겁니다.
(어서 시집장가들 가서 애를 낳아보시죠. -꼰대모드)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살짝 어두운 표정이네요.
지난겨울 뉴욕여행 때, 타임스퀘어의 대표상점인 M&M’S Store에서 구매한 소방관 기념품을 들고 있는 손.
아이고, 떨어뜨렸나 봅니다. 다리가 부러져 있네요.
도자기 재질이다 보니 강마루에 떨어뜨렸다면 혹여 발이 다치지 않게 파편도 찾아야 합니다.
제가 도착할 무렵 떨어뜨린 모양인지, 아내가 바닥에 잔뜩 웅크리고 있네요.
“찾았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파편 세 조각과 잘 붙지도 않을 것 같은 다리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이건 잘 안 붙을 것 같은데 손이라도 베면 안 되니까 버릴까?”
기념품에 시선을 두고 무심하게 말을 내뱉고는 바로 ‘아차‘싶습니다.
눈물이 글썽글썽, 입꼬리는 내려가고 훌쩍거리는 모습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막 먹으려는 찰나에 윗부분만 툭 떨어져 입술에 흔적만 묻힌 채, 황망한 표정으로 엉엉 울던 유치원 때 생각이 나네요.
“미안미안! 아빠가 고쳐줄게~~ 아빠가 또 이런 거 잘하잖아!”
“어 맞다! 아빠가 저번에도 마리오 장난감 고쳐줬잖아~~” 아내도 거들어줍니다.
“내가 아끼는 거니까 버리지 말고 꼭 고쳐줘(훌쩍)”
그러면서, 혹시 모르니 사진을 찍어놓는다며 얼마 전에 준 구식 디지털카메라를 가져와서 셔터를 눌러댑니다.
“그래그래, 물 한잔 마시고 일단 어서 자자” 아내가 딸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네요.
‘에고.. 얼른 고치고 씻어야겠다’ 아랫배에 힘주고 도구들을 꺼내며 철퍼덕 앉아봅니다.
30분여의 사투 끝에 다행히 다리를 튼튼하게 잘 붙이고 조각들을 최대한 이어 붙여 대략 이런 모습까지는 복원할 수 있었답니다.
자고 일어나면 기분 좋아할 딸아이의 표정만 생각해도 30분의 집중이 가져온 뻐근한 등과 목, 다리 저림은 별것 아니죠.
유독 혼자서 노는 걸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저에게도 작고 큰 모든 것이 중요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미니어처 군인 부대를 만드는 조립식부터 학창 시절 거의 10년 내내 모은 여러 나라의 우표들과 크리스마스실, 한정판 LP와 CD들. 정말 열심히 모으고 아꼈습니다.
세월이 지나 그런 것들이 무용한 것과 유용한 것들로 분류되고 더 이상 저의 사랑을 받지 못할 때, 어느새 눈앞에서 사라지게 되고 만 것이겠죠.
모든 것에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고 영원히 함께 할 순 없지만, 딸아이처럼 사진 혹은 글로라도 남겨 후일 생각이 날 때 꺼내보며 흐뭇해할 수 있는 낭만이 사라진 듯하여 아쉬워집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서로가 서로를 공유하던 순간을 지금부터라도 더 많이 기록해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오늘처럼 문득 생각이 날 때면 꺼내보고 싶은 마음이 동할 테니 말이죠.
그저 순수하게 이유도 모르고 좋아하는 대상이 있었던 그런 시절이 담긴 사진첩이라도 꺼내보려 맘먹게 되는 밤입니다.
“아빠가 잘 고쳤다! 이제 아빠에게도 이 녀석은 좀 더 소중해졌단다. 오래오래 잘 가지고 있어 보자~”